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7) 재정적자, 국가부채 그리고 적자편향
정부가 재정지출 늘리는 만큼
단기성과에 급급한 방만지출도 늘어
뷰캐넌 '적자에 빠진 민주주의'라 지적
관료·정치인 '적자 편향' 억제하려면
재정준칙 도입 '새는 구멍' 막아야
정부가 재정지출 늘리는 만큼
단기성과에 급급한 방만지출도 늘어
뷰캐넌 '적자에 빠진 민주주의'라 지적
관료·정치인 '적자 편향' 억제하려면
재정준칙 도입 '새는 구멍' 막아야
![[한국 현대사] 경기부양 위한 돈 풀기는 불가피하다지만…재정 포퓰리즘 '적자 편향' 차단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505/AA.9870046.1.jpg)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30%대 중반이라는 점은 미국(102.2%), 일본(205.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102.9%), 유로존(평균 88.1%)에 비해 양호해 보인다. 그러나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는 한국이 OECD 34개국 중 일곱 번째이고,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보다도 더 빠른 편이다. 급증하고 있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경제에 치명적인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 경기부양 위한 돈 풀기는 불가피하다지만…재정 포퓰리즘 '적자 편향' 차단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505/AA.9870239.1.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든가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최근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펴는 긴축정책이 좋은 예다. 캐머런 총리는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유럽지역 다른 국가들과 달리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펴 2013년 1.7%였던 GDP 증가율을 올 들어 3%대로 끌어올렸고, 재정적자의 4분의 1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정부 차입에 의한 재정지출 확대만이 경기회복의 유일한 길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예기치 못한 충격에 요동치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투자지출 재원 마련 시 세대 간 편익과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시키기 위해 △장기적으로 세율을 평준화시키기 위해 △정치적 지지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 비용 마련을 위해 ‘차입(借入)’하게 되며, 이런 결과 재정적자는 커진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제침체기에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경기부양이란 명목 아래 각종 재정지출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의 ‘적자(赤字) 편향’만큼은 단단히 제어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적자 편향이 과다한 차입 및 재정지출의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 경기부양 위한 돈 풀기는 불가피하다지만…재정 포퓰리즘 '적자 편향' 차단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505/AA.9870036.1.jpg)
이런 적자 편향은 우선 정부와 정치인들의 ‘근시안’(단기성과 우선주의)과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 탓에 증폭된다. ‘세금은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공유자원 문제)라는 생각과 ‘말(약속)과 행동이 다른’(시간적 비일관성 문제) 정치인들의 보편적 특성도 한몫한다. 정치·재정적 사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지와 정보 부족은 물론 자신들의 배만 불리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숱한 이익집단들의 경쟁적 예산편성 요구 과정에서도 정치인들의 적자 편향은 단단히 다져진다. 이런 적자 편향이 ‘재정 포퓰리즘’의 근원이다. 이는 곧바로 ‘부채 편향’으로 이어진다.
정부·정치인들의 이런 적자 편향은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달라지지 않고 이어진다. 경기가 좋아지면 늘어난 세수 등으로 그동안 쌓인 적자를 메우는 게 당연한데도 다들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공공선택학파의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은 ‘적자에 빠진 민주주의’란 표현으로 이런 현상의 정곡을 찌른 바 있다. 따라서 적자 편향과 부채 편향은 정부와 정치인의 ‘진실성이 결여된 언어’가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에 의한 준칙을 통해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의 이런 적자 편향은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는가. 만약 적자 편향이 정부의 단기 성과 우선주의와 지나친 낙관주의에 의한 것이라면 제도 개혁을 통해 사전적 또는 사후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가 낙관적으로 재정전망을 한 뒤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사후적으로 이에 대한 정치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즉,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법이 있다. 둘째, 재정전망 시 ‘정치적 희망사항’을 사전에 차단해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재정을 독립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런 두 가지 방법은 예산수지, 재정적자, 재정수지, 국가부채 등과 같은 총량적인 재정변수들에 대한 수치목표를 정해 장기적으로 제약을 가하고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재정준칙’의 도입이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재정정책위원회’ 설립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이성규 < 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