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20일부터 19.5%에서 18.5%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지난 19일 저녁 전격 발표했다. 지난 2월 5일 지준율을 인하한 지 두 달여만이고 3월 1일 기준금리를 내린 지 한 달반 만이다. 특히 이번 지준율 인하는 휴일인 일요일 저녁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통화정책에 분명히 여력이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인하폭(1%포인트)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1월 이후 최대다. 인민은행이 지난달 초 대출금리를 연 5.60%에서 연 5.35%로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한 달 반 만에 지준율 인하카드를 빼든 것은 현재 경기 여건으로는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7.0%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분기 지표 나온 뒤 분위기 반전
지준율이란 시중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을 낮춘다는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확장적으로 운용한다는 얘기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과거처럼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경기가 작년 4분기를 저점으로 1분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 데다 섣부른 부양책이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부채 증가세를 오히려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고 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7.0%로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였다. 작년 4분기(7.3%)에 비해서도 크게 낮아졌다. 고정자산 투자와 소매 판매 등 내수 부진 탓이 크다.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도 3월 들어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3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6% 급감한 것이다. 류쉐쯔 교통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마저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서자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 효과는 미지수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로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9.5%에서 18.5%로 낮아지고, 중소형 은행은 16.0%에서 15.5%로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는 셈이어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특히 인민은행은 특정 금융회사에 대해 지준율을 추가 인하함으로써 농촌과 중소기업 등으로 실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농촌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추가로 1%포인트,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로 0.5%포인트 지준율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가 1조2000억위안의 추가 대출을 일으킬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실제 경기 부양 효과는 미지수다. 작년 11월 이후 단행된 통화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1.6%로 정부 연간 목표치(12%)에 미달한 것은 물론 지난 2월(12.5%)보다 오히려 둔화된 것이 단적인 예다. BNP파리바증권은 “중국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라며 “최근의 경제 성장세 둔화는 구조적인 문제여서 몇 번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과열 억제책도 발표
다만 류리강 ANZ뱅킹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 인하 조치가 이미 뜨거운 중국 증시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세를 보인 전례가 있어서다.
변수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 17일 장 마감 직후 최근의 증시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그림자 금융을 통한 신용거래를 금지하고, 차입 공매도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 때문에 이번 지준율 인하가 중국 증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금리 및 지준율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박종서 기자 oasis93@hankyung.com
1분기 지표 나온 뒤 분위기 반전
지준율이란 시중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을 낮춘다는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확장적으로 운용한다는 얘기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과거처럼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경기가 작년 4분기를 저점으로 1분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 데다 섣부른 부양책이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부채 증가세를 오히려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고 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7.0%로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였다. 작년 4분기(7.3%)에 비해서도 크게 낮아졌다. 고정자산 투자와 소매 판매 등 내수 부진 탓이 크다.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도 3월 들어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3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6% 급감한 것이다. 류쉐쯔 교통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마저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서자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 효과는 미지수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로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9.5%에서 18.5%로 낮아지고, 중소형 은행은 16.0%에서 15.5%로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는 셈이어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특히 인민은행은 특정 금융회사에 대해 지준율을 추가 인하함으로써 농촌과 중소기업 등으로 실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농촌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추가로 1%포인트,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로 0.5%포인트 지준율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가 1조2000억위안의 추가 대출을 일으킬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실제 경기 부양 효과는 미지수다. 작년 11월 이후 단행된 통화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1.6%로 정부 연간 목표치(12%)에 미달한 것은 물론 지난 2월(12.5%)보다 오히려 둔화된 것이 단적인 예다. BNP파리바증권은 “중국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라며 “최근의 경제 성장세 둔화는 구조적인 문제여서 몇 번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과열 억제책도 발표
다만 류리강 ANZ뱅킹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 인하 조치가 이미 뜨거운 중국 증시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세를 보인 전례가 있어서다.
변수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 17일 장 마감 직후 최근의 증시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그림자 금융을 통한 신용거래를 금지하고, 차입 공매도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 때문에 이번 지준율 인하가 중국 증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금리 및 지준율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박종서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