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66)
지난해 말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이 최단기간 무역 1조달러를 돌파했으며, 사상 최대 무역규모·수출액·무역흑자 등 삼관왕(triple crown)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발표 내용은 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특정 국가의 무역 규모나 상황은 무역수지를 통해 집계돼 파악된다. 국내의 경우 무역수지는 관세청이 통관 과정에서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을 집계한 내용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무역수지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업적인 목적의 거래여야 할 필요는 없으며, 국내외로 해당 물품이 유출입되기만 하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특정 물건이 해외에 판매돼 통관을 거치면서 무역수지에 집계될 수도 있지만, 단순히 해당 물건을 해외에 전시하기 위해 통관을 거칠 경우에도 무역수지에 집계된다.무역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있다. 바로 국제수지의 상품수지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달리 한국은행에서 매월 집계해 경상수지항목으로 발표하는데,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매매 행위와 외국에 투자한 대가로 받게 되는 배당이나 이자 등이 집계된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둘 다 무역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집계 방식의 차이로 인해 수치가 달리 집계된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의 차이를 유발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수출입 가격 평가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무역은 보험료와 운송비 등 관련 비용을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중 누가 부담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무역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수출업자가 수출품을 수입업자가 지정한 선박까지만 운반하면, 그 이후에는 수입업자에게 인도될 때까지의 운임과 보험료는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운임과 보험료까지 수출업자가 부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따라서 무역 관련 비용을 수입업자와 수출업자 중 누가 부담했느냐에 따라 무역수지의 집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상품수지는 모두 수출업자가 수출품을 수입업자가 지정한 선박까지만 운반하는 것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집계 시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먼저 상품수지는 상품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그때 해당 내용이 상품수지에 포함된다. 하지만 무역수지는 통관 과정에서 유발되는 수출입 신고수리일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일부 품목의 경우에는 실제 소유권이 이전된 시기와 통관이 이뤄진 시기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집계 시점이 다른 것 역시 상품수지와 무역수지의 차이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처럼 무역수지와 상품수지가 상이한 방식으로 집계되긴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무역 규모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역 분야 전문자격사
그렇다면 점차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무역은 누가 수행하는가. 무역 분야 역시 관련 전문자격사 제도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국제무역사를 꼽을 수 있다.
국제무역사란 수출입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춘 무역 전문가를 말한다. 물론 국제무역사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무역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차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무역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국제무역사는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필수 소양을 갖췄음을 방증해 주는 자격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무역이론이 아니라 무역 실무 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무역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반드시 취득해야 할 자격증 중 하나이다. 실제로 국제무역사 대부분이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은행, 관세법인, 해운회사 등 무역 관련 회사에서 크게 활동하고 있다.
국제무역사 시험은 4지선다형 객관식 20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출제 과목으로는 무역 관련 법규에 해당하는 대외무역법, 통상 및 관세환급 관련 내용과 무역 관련 실무에 해당하는 전자무역, 대금결제, 외환실무, 무역계약, 무역운송, 해상보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출제 과목만 보더라고 국제무역사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국제무역사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각 과목에서 모두 40점 이상을 취득하고 전체 평균이 60점 이상을 획득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첨병 역할 기대
사실 한국은 오래전부터 무역 관련 전문가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과거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던 시절,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는 국제거래를 수행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결국 정부는 수출입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수출학교를 설립해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출학교에서 육성된 무역 전문 인력들은 무역 관련 회사에서 무역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수출학교는 한국무역협회가 인수해 현재 무역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오늘날 무역아카데미는 연간 3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중추적인 무역 관련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국제무역사 자격증 역시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시험이며, 무역아카데미에서도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무역사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무역규모가 증가하면서 무역회사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무역 관련 전문가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우대하는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개인 차원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 실무를 익히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사회적 흐름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우리 경제의 내부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많은 사람이 수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만큼 무역은 우리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중요한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자격사인 국제무역사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넘어 우리 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 국제수지
일정 기간 한 나라가 외국과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을 국제수지라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타낸 표를 국제수지표라고 한다. 국제수지표의 체계는 모든 국제거래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국제거래는 각각의 거래가 일어나는 원인과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따라 경상수지(상품수지·서비스수지·이전소득수지 등)와 자본·금융수지(자본이전·직접투자 등)로 나뉜다.
■ 무역수지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외국과의 수출입 거래에 의해 발생한 대금 수입·지불 금액이다. 무역수지의 움직임은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반영하며, 단기적으로는 경기순환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국제수지항목 중에서 매우 중요하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