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중·고교 수학수업 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학생들이 불필요한 계산에서 벗어나 수학적 개념과 원리 학습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계산기나 소프트웨어 등 공학적 도구의 활용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계산을 처음 배울 때는 허용하지 않겠지만 계산을 활용해 다른 문제를 푸는 등 활용 문제에서는 계산기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의 수학실력이 나날이 떨어지는데 초등학교부터 계산기를 사용하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수학시간 계산기 사용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단순계산에서 해방돼 수학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다”
교육부는 계산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업에서 자칫 계산에 매달리다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원주율 곱하기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니보다 원주율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배우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계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S대 수학교육과 C교수는 “우리나라는 수학을 문제풀이 위주로 수준 낮은 공부를 시키고 있다. 기본 연산 능력을 키워야 하는 초등학교까지는 몰라도 중·고교부터는 계산기를 활용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H대 P교수도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면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하철을 타는 방법을 가르치면 걷는 법을 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 계산을 계산기에 위임하면 수학적 사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며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수학적 모델링 능력 등의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한다. 수업뿐 아니라 시험에서도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 역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했다.
학생 중에는 찬성하는 견해가 상당수 있다. 고교 1학년인 K양은 “어차피 어른들도 필요한 계산은 계산기로 하더라”면서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단계라면 모를까 상급 학년이 되어서 각종 수학 응용 문제를 풀 때 굳이 오류도 잘 생기고 그로 인해 시간도 낭비되는 손계산만 하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 반대 “직접 계산 해봐야 사고의 폭·문제 해결력 길러진다”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줄어들고 수능 대비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K대 수학교육과의 모 교수는 “직접 계산해봐야 사고의 폭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진다. 사고력을 높여야 할 학생에게 굳이 계산기를 쓰게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고교 교사는 “계산기를 쓰다 수능 등에서 연산을 틀려 손해 볼 수도 있는데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허용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각종 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한, 수업시간에만 계산기를 쓰도록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 가운데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그렇지 않아도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기초적인 계산마저 계산기로 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그야말로 수학에 대해서는 문맹처럼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P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 걱정인데 간단한 계산까지 계산기로 하게 만들면 정말 머리는 언제 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학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비롯한 인도 일본 등 수학 강국에서는 계산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19단을 외우는 인도나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국도 계산 능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으로 자녀를 유학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미국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릴 때부터 계산기를 쓰니 암산을 잘 못하는 부분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생각하기 “교육과정 내용과 연계해 검토해야”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허용할 것인지 문제는 그 자체를 둘러싼 찬반보다는 현재 고등학교 과정까지 학교 수학교육의 내용이 어떤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초적인 수학 연산을 마스터하고 응용과학에서 수학을 활용하는 단계의 교육이라면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더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중·고교 과정이 이런 과정은 아니다. 어디까지가 기초이고 응용인가를 구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처럼 대학 이전 과정에서는 계산을 수기로 하는 것도 일종의 기초 수학의 숙달 과정이라는 점에서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초적인 수학 연산에 어느 정도 능하면 대학에서 공학용 계산기 등을 사용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수학을 멀리하는 소위 ‘수포자’ 학생이 최근 부쩍 늘어난다고 하는데 초기 교육과정에서부터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은 득도 있지만 실도 없지 않다고 본다.
연산과 계산 자체도 수학의 중요한 기초라는 점을 생각하면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굳이 서둘러 도입할 필요성이 크지는 않은 것 아닌가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의 수학실력이 나날이 떨어지는데 초등학교부터 계산기를 사용하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수학시간 계산기 사용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단순계산에서 해방돼 수학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다”
교육부는 계산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업에서 자칫 계산에 매달리다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원주율 곱하기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니보다 원주율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충분히 배우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계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S대 수학교육과 C교수는 “우리나라는 수학을 문제풀이 위주로 수준 낮은 공부를 시키고 있다. 기본 연산 능력을 키워야 하는 초등학교까지는 몰라도 중·고교부터는 계산기를 활용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H대 P교수도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면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하철을 타는 방법을 가르치면 걷는 법을 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 계산을 계산기에 위임하면 수학적 사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며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수학적 모델링 능력 등의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한다. 수업뿐 아니라 시험에서도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 역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했다.
학생 중에는 찬성하는 견해가 상당수 있다. 고교 1학년인 K양은 “어차피 어른들도 필요한 계산은 계산기로 하더라”면서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단계라면 모를까 상급 학년이 되어서 각종 수학 응용 문제를 풀 때 굳이 오류도 잘 생기고 그로 인해 시간도 낭비되는 손계산만 하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 반대 “직접 계산 해봐야 사고의 폭·문제 해결력 길러진다”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줄어들고 수능 대비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K대 수학교육과의 모 교수는 “직접 계산해봐야 사고의 폭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진다. 사고력을 높여야 할 학생에게 굳이 계산기를 쓰게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고교 교사는 “계산기를 쓰다 수능 등에서 연산을 틀려 손해 볼 수도 있는데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허용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각종 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한, 수업시간에만 계산기를 쓰도록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 가운데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그렇지 않아도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기초적인 계산마저 계산기로 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그야말로 수학에 대해서는 문맹처럼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P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 걱정인데 간단한 계산까지 계산기로 하게 만들면 정말 머리는 언제 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학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비롯한 인도 일본 등 수학 강국에서는 계산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19단을 외우는 인도나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국도 계산 능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으로 자녀를 유학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미국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릴 때부터 계산기를 쓰니 암산을 잘 못하는 부분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생각하기 “교육과정 내용과 연계해 검토해야”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허용할 것인지 문제는 그 자체를 둘러싼 찬반보다는 현재 고등학교 과정까지 학교 수학교육의 내용이 어떤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초적인 수학 연산을 마스터하고 응용과학에서 수학을 활용하는 단계의 교육이라면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더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중·고교 과정이 이런 과정은 아니다. 어디까지가 기초이고 응용인가를 구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처럼 대학 이전 과정에서는 계산을 수기로 하는 것도 일종의 기초 수학의 숙달 과정이라는 점에서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초적인 수학 연산에 어느 정도 능하면 대학에서 공학용 계산기 등을 사용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수학을 멀리하는 소위 ‘수포자’ 학생이 최근 부쩍 늘어난다고 하는데 초기 교육과정에서부터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은 득도 있지만 실도 없지 않다고 본다.
연산과 계산 자체도 수학의 중요한 기초라는 점을 생각하면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굳이 서둘러 도입할 필요성이 크지는 않은 것 아닌가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