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100년 안에 재건된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미국의 최고사령관으로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맥아더(MacArthur) 장군이 전후 우리나라의 상황을 둘러보고 한 말이다. 전쟁으로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고, 대부분 생산시설과 사회간접자본이 파괴됐으며, 수많은 인명의 손실까지 발생했기에 당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의 화마가 끝난 지 불과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경제 규모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다행히도 맥아더의 예상이 현실화되지 않고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아프리카의 가나보다도 가난했고, 실내체육관을 짓기 위해 필리핀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던 대한민국이 세계의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맥아더가 말한 기적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직업과 경제] 대한민국이 받았던 도움, 국제사회로 되돌려주는 '국제개발협력전문가'
한강의 기적…정부·기업·국민 모두의 힘

그렇다면 세계 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기적의 경제성장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논할 때 정부의 역할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정부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적절하고 강력히 추진했기에 압축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만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민간부문의 기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강요된 것이나 다름없던 성장제일주의를 묵묵히 따랐던 기업과 근로자들의 희생정신이 돋보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상당량의 해외로부터의 원조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경제개발 당시 우리에게 해외로부터의 원조자금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불가능했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의 여러 나라로부터 약 120억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받았는데, 초기에는 원조자금의 상당량을 긴급구호, 농업생산량 증가, 소비재 공급 등에 투입하면서 경제발전의 초석을 닦는데 사용했다. 1960년대부터는 양허성 차관이 도입되면서 투자를 통한 사회간접시설 구축과 수출산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또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 시스템 복구에 원조자금이 투입되면서 인적자원 개발도 활발해졌다.

세계 유일 ‘수원국’서 ‘공여국’으로!

이처럼 해외원조는 일제 강점기와 전쟁으로 초토화된 한국 경제를 재건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해외원조가 있었기에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산업화에 필요한 기반과 자금도 마련할 수 있었다. 즉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정부와 국민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도움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로부터의 도움 덕에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수원국)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공여국)가 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됐다. 1995년 세계은행으로부터 받은 차관을 모두 갚음으로써 변제 의무를 다했고, 200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원조 수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공식적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라는 꼬리표를 떼게 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원조라는 국제적인 역학관계에서 오로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공여국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원조가 절실했고, 원조 덕분에 성장했기에 공여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남다른 대한민국임에 틀림없다.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대한민국이 져야 할 당연한 운명이고, 또 혜택을 준 국제사회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창설해 유상원조를 본격화했고, 1991년에는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외교부 산하에 설립하고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활발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09년에는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해 ODA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ODA란 개발도상국의 사회 및 경제발전, 개도국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선진국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개도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에 유무상의 형태로 제공하는 원조를 말한다. 이때 무상원조는 증여, 기술협력, 식량원조, 긴급재난구호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유상원조는 수원국이 지원받은 자금이나 물자에 대해 채무의 의무를 지게 되는 양허성 차관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DAC가 발표하는 수원국 명단 중 중점 지원할 국가를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대부분의 ODA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은 대한민국이 비교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보건, 교육, 농림수산, 공공행정, 산업 및 에너지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여성, 환경, 인권 등에 대한 원조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개발원조사업 기획 및 관리 역할

[직업과 경제] 대한민국이 받았던 도움, 국제사회로 되돌려주는 '국제개발협력전문가'
한편 각 국가에 대한 지원 사업은 대부분 수원국의 필요와 상황에 부합하는 맞춤형 협력사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은 전략 및 계획수립과 타당성 분석을 거쳐 정부의 심의가 완료되면 확정되며, 이후 수원국 정부와의 협의, 사업시행자 선정 및 사업 착수 등의 절차를 거쳐 추진된다. 또한 사업종료 후에는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여기에서 나타난 결과는 추후 사업 진행 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조사업은 누가 담당하는 것일까? 국제개발협력전문가는 원조사업의 계획부터 착수까지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개발원조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국제개발협력전문가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제개발이나 국제협력과 관련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학과가 몇몇 대학에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국제개발협력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형편의 국가나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투철한 봉사정신이 우선시된다. 또한 국제적인 관심사나 국가별 이슈에 대한 관심도 국제개발협력전문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며, 외국인과 더불어 사업을 진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어 능력도 중요시된다.

국제개발협력전문가는 주로 정부부처나 관련 산하기관 또는 원조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국제기구나 비정부단체(NGO)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만의 고유한 원조사업인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기관에 연구원으로 종사하면서 국제개발협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

개발도상국의 사회 및 경제발전, 개도국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선진국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개도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에 유무상의 형태로 제공하는 원조를 말한다.

■국제개발협력전문가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해당 국가 국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벌이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