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개를 필요할 때 빌려주는 렌터독(Rent a dog)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개를 키우기는 힘들지만 강아지가 필요한 때 필요한 시간만큼 돈을 내고 강아지를 빌린 뒤 다시 강아지를 반납하는 식이다. 이 같은 서비스는 2007년 무렵 미국에서 플렉스펙츠(FlexPetz)라는 서비스가 처음 등장한 이래 미국은 물론 국내에도 2009년부터 도입됐다.
문제는 이 같은 개 대여 사업이 최근 인기를 끌자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동물 보호단체 등에서는 이런 유료 서비스가 개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며 심지어 동물 학대라고까지 하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용자들은 어떻게 이것이 동물 학대가 될 수 있냐며 맞서고 있다. 미국에서도 몇 년 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 국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찬성 “무책임하게 기르다 유기하는 것보다 낫다”
애견 대여를 하는 업체 측에서는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부담이 없고 원하는 시간, 원하는 견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다. 이들은 개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괜히 개를 키울 여력이나 환경이 안되면서도 무리하게 입양할 경우 며칠을 기르지 못하고 파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개들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개를 유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것이야말로 동물 학대라며 이런 무책임한 행동보다는 차라리 필요할 때 개를 빌리고 빌려주는 서비스가 유기견도 줄이고 합리적이라고 강변한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동물단체 등에서는 유독 개에 대해서만 임대를 반대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쥐를 의학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일도 모두 금지해야 한다”며 개는 안 되고 다른 동물은 된다는 사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모 대여업체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이미 강아지 대여사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강아지 대여사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각종 환자 치료용으로 개를 활용하고 있는 점을 들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신과 질환이 있는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개들은 대부분 환자 소유이기보다는 타인 소유로 이것 역시 일종의 대여인데 이것도 동물 학대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약탐지견이나 맹도견 등도 사람의 필요에 따라 개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를 모두 싸잡아 동물 학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반대 “생명체를 빌리는 건 비윤리적인 행위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반려동물을 빌려주는 업체가 속속 생기고 있다”며 “개 렌털은 애완견을 학대에 방치하는 행위이며 심할 경우 개가 사이코패스에게 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애완견 렌털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강아지가 살아 움직이는 인형인가” “이집 저집 전전하다 아프면 안락사 시킬 듯” “강아지랑 놀고 싶으면 애견 카페 이런 데 가면 될 것이지 상상 초월이네” 등의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에서는 “고아원에서 애 데려다가 며칠 키워보고 다시 돌려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나” 등의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박소현 한국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생명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인도적으로 큰 문제”라며 “더군다나 개는 사람하고 가장 교감을 잘하는 존재인데 개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안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인에게 정을 주는 개의 특성상 정 붙일 만하면 떠나야 하는 강아지에게는 고역이라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애견 대여는 결국 인간 이기심의 발로인 만큼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실제 렌털에 이용된 개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노벨상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다른 대학으로 가며 기르던 셰퍼드를 데려가지 못하게 되자 이 개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 증세를 보이고 한동안 주인도 알아보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개 이외 다른 동물과의 공존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애완동물이 사람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 등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또는 얼마가 기뻐하는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동물행동과 인지 내지는 감정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동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과거 인간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애완견 렌털 문제도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그저 감성적으로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깝고 교감을 하니 인간과 대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개 이외에 다른 동물 역시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식구처럼 대하기 시작하면 인간이 그동안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온 많은 동물에 대한 도축, 실험
위가 모두 비도덕적 행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완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 어떤 동물까지를 인간의 친구로 대접해야 하는지는 참 모호한 문제다. 종마나 종우를 빌리는 행위 역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강아지 렌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얼핏 공감하기 쉽지만 왜 유독 개만 예외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 개 이외 그 어떤 동물도 인간과 교감은 불가능한가? 만약 가능하다면 그런 동물은 식용이 안되는 건 물론 렌털 역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결론은 없다. 다만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문제는 이 같은 개 대여 사업이 최근 인기를 끌자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동물 보호단체 등에서는 이런 유료 서비스가 개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며 심지어 동물 학대라고까지 하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용자들은 어떻게 이것이 동물 학대가 될 수 있냐며 맞서고 있다. 미국에서도 몇 년 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 국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찬성 “무책임하게 기르다 유기하는 것보다 낫다”
애견 대여를 하는 업체 측에서는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부담이 없고 원하는 시간, 원하는 견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다. 이들은 개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괜히 개를 키울 여력이나 환경이 안되면서도 무리하게 입양할 경우 며칠을 기르지 못하고 파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개들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개를 유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것이야말로 동물 학대라며 이런 무책임한 행동보다는 차라리 필요할 때 개를 빌리고 빌려주는 서비스가 유기견도 줄이고 합리적이라고 강변한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동물단체 등에서는 유독 개에 대해서만 임대를 반대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쥐를 의학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일도 모두 금지해야 한다”며 개는 안 되고 다른 동물은 된다는 사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모 대여업체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이미 강아지 대여사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강아지 대여사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각종 환자 치료용으로 개를 활용하고 있는 점을 들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신과 질환이 있는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개들은 대부분 환자 소유이기보다는 타인 소유로 이것 역시 일종의 대여인데 이것도 동물 학대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약탐지견이나 맹도견 등도 사람의 필요에 따라 개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를 모두 싸잡아 동물 학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반대 “생명체를 빌리는 건 비윤리적인 행위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반려동물을 빌려주는 업체가 속속 생기고 있다”며 “개 렌털은 애완견을 학대에 방치하는 행위이며 심할 경우 개가 사이코패스에게 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애완견 렌털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강아지가 살아 움직이는 인형인가” “이집 저집 전전하다 아프면 안락사 시킬 듯” “강아지랑 놀고 싶으면 애견 카페 이런 데 가면 될 것이지 상상 초월이네” 등의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에서는 “고아원에서 애 데려다가 며칠 키워보고 다시 돌려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나” 등의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박소현 한국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생명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인도적으로 큰 문제”라며 “더군다나 개는 사람하고 가장 교감을 잘하는 존재인데 개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안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인에게 정을 주는 개의 특성상 정 붙일 만하면 떠나야 하는 강아지에게는 고역이라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애견 대여는 결국 인간 이기심의 발로인 만큼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실제 렌털에 이용된 개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노벨상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다른 대학으로 가며 기르던 셰퍼드를 데려가지 못하게 되자 이 개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 증세를 보이고 한동안 주인도 알아보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개 이외 다른 동물과의 공존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애완동물이 사람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 등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또는 얼마가 기뻐하는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동물행동과 인지 내지는 감정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동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과거 인간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애완견 렌털 문제도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그저 감성적으로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깝고 교감을 하니 인간과 대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개 이외에 다른 동물 역시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식구처럼 대하기 시작하면 인간이 그동안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온 많은 동물에 대한 도축, 실험
위가 모두 비도덕적 행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완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 어떤 동물까지를 인간의 친구로 대접해야 하는지는 참 모호한 문제다. 종마나 종우를 빌리는 행위 역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강아지 렌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얼핏 공감하기 쉽지만 왜 유독 개만 예외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 개 이외 그 어떤 동물도 인간과 교감은 불가능한가? 만약 가능하다면 그런 동물은 식용이 안되는 건 물론 렌털 역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결론은 없다. 다만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