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15) 평양의 소련 군정:북한정권 탄생비화
소련을 불러들여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북한 김일성 일가의 독재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거창한 구호와 달리 지상 최악의 지옥을 만들어 놨다.
소련을 불러들여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북한 김일성 일가의 독재는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거창한 구호와 달리 지상 최악의 지옥을 만들어 놨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의 해다. 지금부터 70년 전인 1945년 8월 일본 군국주의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우리 민족은 해방을 맞고 독립국가의 길을 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전개된 역사는 인류역사상 가장 극단적 성공과 실패 체제라는 상반된 길이었다.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 없는 성공의 길을 갔지만, 북한에는 일제보다 더 악독한 최악의 체제가 만들어져 지금까지 폐쇄와 문명유린을 지속하고 있다.

미공개 소련 자료와 소련 군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국후 전 중앙일보 기자가 쓴 ‘평양의 소련 군정’은 일제로부터 해방 후 북한에서 시작된 것은 소련의 위성국가이자 실패한 공산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임을 밝혀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명칭으로 시작된 북한이지만 민주주의와 인민도 없고, 자유도 없는 반민족적 문명유린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베일에 싸인 북한체제의 탄생과 기원을 이해함으로써 민족유린적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고, 자유민주적 통일을 달성함으로써 북한의 2300만 우리 민족도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만들 방안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갑자기 나타난 소련

[Book & Movie] 지상 '최악의 지옥'을 만든 김일성 일가
일제로부터 우리 한반도가 해방되는 과정에서 소련의 역할은 없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히틀러와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일본의 1941년 하와이 공격을 기점으로 일본 군국주의와 전쟁에 돌입했던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미드웨이 해전과 이오지마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참혹한 전쟁과 수많은 희생 끝에 오키나와를 점령한 뒤 1945년 8월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까지 투하시켜 끝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공산주의의 그늘은 없어 보였고 민족 분단이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방 6일을 앞두고 공산주의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며 만주와 한반도에 물밀듯 내려오게 되며 역사는 뒤바뀐다.

무조건 항복을 준비하던 일본을 대상으로 불과 며칠 전부터 전쟁에 나선 소련 극동사령부 제25군(사령관 치스차코프)은 8월25일 평양에 입성하게 된다. 무혈입성처럼 38도 이북의 한반도지역을 점령하게 된 소련군이 맡은 첫 번째 역할은 물론 한반도 북부에 주둔한 일본군의 무장해제였다. 항복한 일본군이 더 이상 소련을 위협하거나 공격할 수 없도록 모든 일본군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평양주둔군 사령관 다케나토 중장 등 일본사령관들과 핵심 지휘부를 포로로 체포하는 일이었다.

소련, 북한 공산화

당시 소련군은 서울과 부산을 포함해 한반도 전역을 점령하고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그 역할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38도선 이북에만 국한됐다. 38도선 이북만으로 점령이 국한된 것을 몰랐던 소련 제25군은 38도선 이남의 개성까지 남하했다가 급히 다시 후퇴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12만명 병력의 소련 제25군이 맡은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반도 북부를 공산체제로 만드는 것이었다. 소련이 히틀러의 독일과 전쟁하며 점령했던 모든 동유럽 국가들을 공산화시키고 소련 위성국가로 만들었듯 소련 제25군이 점령한 한반도 북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산체제와 위성국가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조만식을 비롯한 모든 민족주의자들은 억류되거나 처형됐다. 그리고 인민과 민주를 내세우며 공산주의체제를 만들어 나갔다. 당시 북한 헌법이나 법령도 모두 소련이 만들어 보낸 것이고, 북한의 국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물론 북한 내각과 지도부도 모두 소련군이 심의하고, 스탈린이 재가하여 만들어진 체제였다. 국민의 모든 재산 소유권은 조선노동당과 김일성 휘하로 이전됐고 소련에 저항했던 사람은 모두 반민족자나 반동이란 공격을 받으며 처형되거나 대한민국으로 도피해야 했다.

스탈린군 장교 김일성 낙점

[Book & Movie] 지상 '최악의 지옥'을 만든 김일성 일가
평양의 소련 군정이 맡은 마지막 임무는 소련의 국익을 수호하고 스탈린의 지휘를 받들 수 있는 북한체제의 지도부를 만드는 일이었다. 많은 정보와 검토를 거쳐 소련은 조선공산당을 이끈 박헌영과 소련군에서 초급장교인 대위로 정찰업무를 맡아오던 김일성을 두고 저울질을 했고 결국 김일성을 낙점했다. 대원수 스탈린과 소련군의 명령을 받들어 진두지휘할 대상으로 스탈린군의 장교였던 김일성이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2년 뒤 실제 감행된 바처럼 6·25 같은 전쟁을 통한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완성하기 위해선 군사명령을 받들고 집행할 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련군정이 김일성에게 부여한 임무는 북한을 공산전체주의이자 소련제국의 위성국가로 만들고, 나아가 남한까지 공산체제로 끌고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었으며, 실제 김일성체제는 그 길을 충실히 가게 된다.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