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에 사는 27세 여성 데니스 스미스는 작년 말 몰던 소형차를 처분하고 중형차를 샀다. 차가 커졌지만 보험료는 연 700파운드에서 연 300파운드로 떨어졌다. 비밀은 새 차 구입에 앞서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글로벌 보험사 아비바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있다. 아비바는 앱을 통해 그의 차량 습관을 분석한 뒤 평소 운전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소개된 사례다.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의미를 찾는 빅데이터 기술이 보험업에 적용되면서 보험료가 낮아지고 있다.
일단은 미래 리스크를 좀 더 예상하기 쉬운 손해보험 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생명보험 분야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업계 간 빅데이터 활용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보 제공하면 보험료 할인
지난해 유럽에서는 456만건의 보험계약이 고객의 빅데이터 정보 제공을 전제로 이뤄졌다. 2012년 190만건이었던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최대 손해보험사 제네랄리는 보험계약의 3분의 1에 빅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FT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탈리아의 보험 사기율을 낮추는 데 빅데이터가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해보험사들은 보일러와 실내에 온도측정 센서를 설치해 보험 계약자가 화재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피고 있다. 캐나다 손해보험사 올스테이트는 실내 연기와 누수를 원격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는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25% 할인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생명보험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생명보험사 디스커버리는 ‘바이털리티’라는 앱을 내놨다. 건강검진과 식사, 운동 정보를 입력하면 그만큼 포인트가 쌓여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푸르덴셜과 AIA 등 글로벌 보험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보험계약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사 프톨레무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각각 1.6%인 북미와 유럽의 ‘빅데이터 보험’ 비중은 2018년 북미는 7%, 유럽은 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보험사들은 빅데이터 보험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마리오 그레코 제네랄리 최고경영자(CEO)는 “차량 보험료를 적게 내고 싶으면 보다 안전하게 운전하면 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보험은 고객의 운전 습관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크기나 앓고 있는 지병에 따라 일괄적으로 보험 적용 여부와 보험료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올라이프는 개인 진료정보 제공을 조건으로 기존에는 보험 계약을 맺을 수 없었던 당뇨병 환자에게도 생명보험과 장애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개인적인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FT는 “보험사가 어느 정보까지 계약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보험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의 이점을 계속 증명해 소비자 및 규제 당국과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대한 정보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
이처럼 보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테라바이트(TB)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SNS,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등과 함께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유망 정보기술(IT)로 꼽힌다.
빅데이터는 선거 결과를 바꿔놓기도 한다. 2012년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 2년 전부터 빅데이터팀을 가동했다. 이들은 6만6000번의 모의선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는 정치헌금 모금을 위한 디너파티의 초청 대상 결정부터 TV·온라인 광고 제작에까지 활용됐다. 선거를 7개월 앞두고서야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보다 앞선 전략이었다.
기업들도 빅데이터를 여러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다. 미국 쇼핑정보업체 디사이드닷컴은 빅데이터를 통해 각종 전자제품의 할인시점을 ‘예언’해준다. 가령 크리스마스 세일 기간을 앞두고 어떤 쇼핑몰에서, 언제 가장 낮은 가격에 아이폰5를 팔지 알려준다. 과거 판매 패턴 분석과 개별 전자제품 회사의 가격 결정 흐름, 신제품 출시 간격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 재향군인관리국은 재향군인 2000만명의 진료와 치료 기록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각자에게 알맞은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문서 20억장과 엑스레이 사진 1620만장을 축적했다. 약품 처방전도 15억장에 달한다. 이를 통해 병원은 환자의 약품에 대한 부작용과 체질에 따른 거부반응 등을 사전에 알 수 있다. 재향군인관리국은 이들에게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무인자동차의 등장…보험자체도 사라질까?
위에서 살펴봤듯 보험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 혁신도 있지만 보험 자체를 사라지게 할 기술혁신도 있다. 바로 무인차의 등장이다. 최근 미국 보험회사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무인차를 미래 사업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무인자동차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것이다. 미국 신시내티보험은 지난달 말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무인자동차의 기술 혁신이 보험상품의 소비자 수요를 줄이고 보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보험회사 중 한 곳인 머큐리제너럴도 연례 보고서에서 “무인자동차의 등장과 상용화로 자동차보험 판매와 가격 설정, 사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시카고의 한 자동차 부품 기업은 “무인자동차에 사용되는 안전기술에 따라 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동차 수리가 줄고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인자동차가 보험상품 수요와 가격 등에 큰 영향을 미쳐 보험업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약이라는 점도 무인차 시대가 두려운 점이다. 무인자동차가 사고가 나더라도 기존 보험약관으로는 사람이 아닌 기계에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계 운전이 사람 운전자보다 사고를 덜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니 보험회사들은 수익이 대폭 줄까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올초 이미 미국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자격을 획득했다. 무인차가 보험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글마저 본격적으로 온라인 보험시장 등에 진출한다면 업계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
일단은 미래 리스크를 좀 더 예상하기 쉬운 손해보험 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생명보험 분야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업계 간 빅데이터 활용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보 제공하면 보험료 할인
지난해 유럽에서는 456만건의 보험계약이 고객의 빅데이터 정보 제공을 전제로 이뤄졌다. 2012년 190만건이었던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최대 손해보험사 제네랄리는 보험계약의 3분의 1에 빅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FT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탈리아의 보험 사기율을 낮추는 데 빅데이터가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해보험사들은 보일러와 실내에 온도측정 센서를 설치해 보험 계약자가 화재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피고 있다. 캐나다 손해보험사 올스테이트는 실내 연기와 누수를 원격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는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25% 할인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생명보험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생명보험사 디스커버리는 ‘바이털리티’라는 앱을 내놨다. 건강검진과 식사, 운동 정보를 입력하면 그만큼 포인트가 쌓여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푸르덴셜과 AIA 등 글로벌 보험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보험계약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사 프톨레무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각각 1.6%인 북미와 유럽의 ‘빅데이터 보험’ 비중은 2018년 북미는 7%, 유럽은 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보험사들은 빅데이터 보험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마리오 그레코 제네랄리 최고경영자(CEO)는 “차량 보험료를 적게 내고 싶으면 보다 안전하게 운전하면 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보험은 고객의 운전 습관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크기나 앓고 있는 지병에 따라 일괄적으로 보험 적용 여부와 보험료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올라이프는 개인 진료정보 제공을 조건으로 기존에는 보험 계약을 맺을 수 없었던 당뇨병 환자에게도 생명보험과 장애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개인적인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FT는 “보험사가 어느 정보까지 계약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보험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의 이점을 계속 증명해 소비자 및 규제 당국과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대한 정보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
이처럼 보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테라바이트(TB)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SNS,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등과 함께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유망 정보기술(IT)로 꼽힌다.
빅데이터는 선거 결과를 바꿔놓기도 한다. 2012년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 2년 전부터 빅데이터팀을 가동했다. 이들은 6만6000번의 모의선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는 정치헌금 모금을 위한 디너파티의 초청 대상 결정부터 TV·온라인 광고 제작에까지 활용됐다. 선거를 7개월 앞두고서야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보다 앞선 전략이었다.
기업들도 빅데이터를 여러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다. 미국 쇼핑정보업체 디사이드닷컴은 빅데이터를 통해 각종 전자제품의 할인시점을 ‘예언’해준다. 가령 크리스마스 세일 기간을 앞두고 어떤 쇼핑몰에서, 언제 가장 낮은 가격에 아이폰5를 팔지 알려준다. 과거 판매 패턴 분석과 개별 전자제품 회사의 가격 결정 흐름, 신제품 출시 간격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 재향군인관리국은 재향군인 2000만명의 진료와 치료 기록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각자에게 알맞은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문서 20억장과 엑스레이 사진 1620만장을 축적했다. 약품 처방전도 15억장에 달한다. 이를 통해 병원은 환자의 약품에 대한 부작용과 체질에 따른 거부반응 등을 사전에 알 수 있다. 재향군인관리국은 이들에게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무인자동차의 등장…보험자체도 사라질까?
위에서 살펴봤듯 보험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 혁신도 있지만 보험 자체를 사라지게 할 기술혁신도 있다. 바로 무인차의 등장이다. 최근 미국 보험회사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무인차를 미래 사업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무인자동차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것이다. 미국 신시내티보험은 지난달 말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무인자동차의 기술 혁신이 보험상품의 소비자 수요를 줄이고 보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보험회사 중 한 곳인 머큐리제너럴도 연례 보고서에서 “무인자동차의 등장과 상용화로 자동차보험 판매와 가격 설정, 사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시카고의 한 자동차 부품 기업은 “무인자동차에 사용되는 안전기술에 따라 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동차 수리가 줄고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인자동차가 보험상품 수요와 가격 등에 큰 영향을 미쳐 보험업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약이라는 점도 무인차 시대가 두려운 점이다. 무인자동차가 사고가 나더라도 기존 보험약관으로는 사람이 아닌 기계에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계 운전이 사람 운전자보다 사고를 덜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니 보험회사들은 수익이 대폭 줄까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올초 이미 미국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자격을 획득했다. 무인차가 보험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글마저 본격적으로 온라인 보험시장 등에 진출한다면 업계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