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의 1학기를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교육부가 내부적으로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해 왔지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연구단을 꾸려 초안을 만들고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공론화를 거쳐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여론은 갈리고 있다. 과거 정부가 수차례 도입을 추진하다가 중단한 것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학기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외국 학생·교원 유치 유리…학사운영 효율적”
정부가 가을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학제의 국제통용성이다. 교원, 학생 등 인적자원의 국내외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주요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가을학기제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봄에 1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가을학기제를 도입하면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과 국내로 유학 오는 외국인들이 학기가 맞지 않아 공백기를 가져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학령기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우수한 교수, 연구자, 학생을 영입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국내외 교류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 학생 수가 상당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환경변화를 고려해 가을학기제를 다시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을학기제가 학사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긴 여름방학에는 교원인사, 신학기 준비,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및 해외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추운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겨울에는 교실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가을학기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가을학기제를 하면 여름방학이 길어지고 인턴, 현장학습 많아져 조기 취업이 가능해진다”며 “외국 유학생의 유입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대 “취업과도 모두 연계…대혼란 불가피하다”
반대하는 쪽은 1949년 교육법이 제공되고 나서 60년 넘게 시행돼 온 봄학기제를 하루아침에 바꿀 경우 막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대학의 학사과정 변화뿐 아니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학생들의 취업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기업의 채용 시기, 공무원 시험 시기 등도 졸업시기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도입 초기 가을에 입학하는 학생에 따른 교실 등의 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을학기제 도입으로 입시를 앞둔 특정 학년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학기제 변경을 유학생 유치와 경기활성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기제 변경은 교육계는 물론 국가·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가을학기제뿐 아니라 9시 등교제, 자유학기제 등의 정책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대토론’ 개최를 제안했다. 교총은 가을학기제로 전환될 경우 취학 교육과정 조정에 따른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원 증원, 교육시설 증축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특정 연도 졸업자 증가에 따른 신입사원 채용 및 대입 경쟁률 상승 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 나아가 취업까지 모든 것이 다 연계돼 있는 만큼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각하기 도입 필요성 인정되지만 성급한 추진은 재고해야
가을학기제 도입의 이유로 거론되는 외국학생 유치, 출산율 저하 등은 분명 일리는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 정도의 이유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봄학기제를 바꿔야 하는지 의문의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입제도나 대학학사 운영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대에 맞게 바뀌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너무나 잦은 제도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입시제도는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 내용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늘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점점 더 혼란스럽게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기제도 마찬가지다. 그간 우리 교육제도는 너무나도 잦은 변화로 차라리 그냥 두는 것만 못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가을학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오히려 장점보다도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좀 더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학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여론은 갈리고 있다. 과거 정부가 수차례 도입을 추진하다가 중단한 것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학기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외국 학생·교원 유치 유리…학사운영 효율적”
정부가 가을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학제의 국제통용성이다. 교원, 학생 등 인적자원의 국내외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주요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가을학기제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봄에 1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가을학기제를 도입하면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과 국내로 유학 오는 외국인들이 학기가 맞지 않아 공백기를 가져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학령기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우수한 교수, 연구자, 학생을 영입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국내외 교류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 학생 수가 상당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환경변화를 고려해 가을학기제를 다시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을학기제가 학사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긴 여름방학에는 교원인사, 신학기 준비,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및 해외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추운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겨울에는 교실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가을학기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가을학기제를 하면 여름방학이 길어지고 인턴, 현장학습 많아져 조기 취업이 가능해진다”며 “외국 유학생의 유입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대 “취업과도 모두 연계…대혼란 불가피하다”
반대하는 쪽은 1949년 교육법이 제공되고 나서 60년 넘게 시행돼 온 봄학기제를 하루아침에 바꿀 경우 막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대학의 학사과정 변화뿐 아니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학생들의 취업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기업의 채용 시기, 공무원 시험 시기 등도 졸업시기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도입 초기 가을에 입학하는 학생에 따른 교실 등의 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을학기제 도입으로 입시를 앞둔 특정 학년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학기제 변경을 유학생 유치와 경기활성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기제 변경은 교육계는 물론 국가·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가을학기제뿐 아니라 9시 등교제, 자유학기제 등의 정책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대토론’ 개최를 제안했다. 교총은 가을학기제로 전환될 경우 취학 교육과정 조정에 따른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원 증원, 교육시설 증축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특정 연도 졸업자 증가에 따른 신입사원 채용 및 대입 경쟁률 상승 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 나아가 취업까지 모든 것이 다 연계돼 있는 만큼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각하기 도입 필요성 인정되지만 성급한 추진은 재고해야
가을학기제 도입의 이유로 거론되는 외국학생 유치, 출산율 저하 등은 분명 일리는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 정도의 이유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봄학기제를 바꿔야 하는지 의문의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입제도나 대학학사 운영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대에 맞게 바뀌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너무나 잦은 제도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입시제도는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 내용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늘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점점 더 혼란스럽게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기제도 마찬가지다. 그간 우리 교육제도는 너무나도 잦은 변화로 차라리 그냥 두는 것만 못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가을학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오히려 장점보다도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좀 더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