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최경석 쌤의 '술술 읽히는 한국사' (1)
최경석 선생님은 현재 EBS에서 한국사, 동아시아사 강의를 하고 있다. EBS 진학담당위원도 맡고 있다. 배문고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생각이 크는 인문학 6-역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최경석 선생님은 현재 EBS에서 한국사, 동아시아사 강의를 하고 있다. EBS 진학담당위원도 맡고 있다. 배문고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생각이 크는 인문학 6-역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인류의 역사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요즘 유행어로 말하면 ‘어마무시한(?)’ 수백만 년 전에 시작됩니다. 무려 700만년 전 엉거주춤하지만 그래도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한 인류는 진화를 거듭하였고, 약 3만~4만년 전에는 오늘날 우리의 직접적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현생인류’가 나타나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인간이 공룡보다 먼저 있었다거나 이 수백만년 전부터 오늘날 우리와 똑같은 모습의 인간이 애초부터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

한반도에서는 약 100만년 전에서 70만년 전쯤에 사람이 살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그걸 아냐고요? 당시를 알 수 있는 유적, 바로 동굴에서 여러 동물의 화석과 돌로 만든 도구, 즉 석기들을 고고학자들이 발굴하였기 때문이지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과 같은 극한의 모험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역사 이전의 시기를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우리나라 고고학자들에 의해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저도 어릴적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역사학자가 되겠다고 꿈꾸기도 했었는데요. 사실 그는 고고학자더군요. 자, 이 고고학자들은 기원전 1만년 이후 지구의 기후와 지형이 바뀌게 되기 전까지를 이른바 ‘구석기’ 시대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 까마득하게 멀고 긴 시기에 돌을 깨뜨려 만든 도구, 즉 석기가 지속적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뗀석기’입니다.

태초에 돌이 있었다?

주먹도끼
주먹도끼
태초엔 어쩌면 돌이 먼저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왜냐고요? 수십만년 전 인간이 살았다고 추정되는 동굴에 정작 인골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반도에서 현재까지 출토된 인골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평양 역포인인데 그 시기는 약 10만년 전 정도로 추정됩니다. 오히려 약 5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먹도끼와 같은 뗀석기는 전곡리 유적 등에서 이미 발견되었습니다. 단, ‘뗀석기’는 저절로 떼어진 돌을 말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인간이 두뇌를 이용해 의식적으로 돌을 깨뜨려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만든 거예요. 단순히 ‘본능적으로’ 석기를 만든 게 아니라는 거지요. 이 뗀석기로 무엇을 하였을까요? 당연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동물을 잡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식물을 캐기도 했지요. 그리고 단백질 섭취를 통해 인간의 뇌는 더욱 발전하고 도구를 제작하는 기술과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역시 인간은 창의적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무에 연결된 슴베찌르개
나무에 연결된 슴베찌르개

물론, 돌만 쓴 건 아닙니다. 나무와 동물 뼈로도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박물관에 가도 이 시기의 유물은 죄다 돌이냐고요? 나무와 뼈는 수십만년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썩거나 사라진 것이지요. 반면 석기는 매우 다양하게 출토되었는데요. 끝은 뾰족하지만 손으로 편하게 쥘 수 있어 찍거나 자를 수 있는 용도의 주먹도끼, 큰 몸돌에서 떼낸 돌조각을 다듬어 가죽이나 나무껍질을 벗기는 데 사용하는 긁개, 돌날을 다듬어 한쪽 끝을 뾰족하게 하고 나무 자루에 꽂아 창처럼 쓸 수 있도록 만든 슴베찌르개 등이 바로 대표적인 뗀석기들입니다.

추위를 피해 떠도는 빙하기

한편, 이 시기는 빙하기였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크게는 네 번의 빙하기와 세 번의 간빙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류는 추위를 피해, 그리고 먹이를 찾아 이곳 저곳 돌아다녀야 했답니다. 그래서 편하게 한 곳에 정착하여 집을 짓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추위와 사나운 짐승을 피해 주로 석회암 동굴을 이용하였지요. 그런데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오해로 이 구석기 시기를 이해하는 경우도 있어 몇 가지 알려 드리지요. 빙하기라고 하여 한반도가 남극처럼 빙하로 뒤덮여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바다의 높이가 낮아진 것이지요. 또한 춥긴 추웠지만 한때는 무더운 적도 있어서 우리 땅에 놀랍게도 원숭이, 물소, 쌍코뿔소와 같은 아열대 또는 열대지역에 사는 동물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구석기인이라고 무조건 동굴에만 살았던 것도 아닙니다. 아프리카에서나 발견되던 구석기 전기 유물인 주먹도끼가 발견된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지는 한탄강이 휘어 돌아가는 강변에 위치하였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구석기 유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주 석장리 또한 금강이 흐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지요. 그럼 동굴에서 살지 않았겠지요? 대신 구석기인들은 ‘막집’이라고 하여 요즘으로 치면 천막을 치고 캠핑생활을 시작합니다. 약 1만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며 오늘날과 유사한 자연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 조상들도 이제 뗀석기보다 한단계 발전한 새로운 도구를 장착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바로 신석기 시대가 열립니다.

한반도에 정말 매머드가 살았을까?

구석기 시대 중에서도 가장 혹한의 추위가 약 2만년 전 찾아옵니다. 그 영향으로 한반도에는 지금은 멸종된 종이지만 혹심한 추위를 견디는 매머드, 즉 털코끼리가 살 수 있었습니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와 같은 곳에서나 화석이 발견된다고 고고학자들은 여겼는데, 함경도 일대 곳곳에서 이 매머드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공룡 이후 가장 큰 포유동물인 매머드가 우리 땅에도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뗀석기를 가지고 이 거대한 매머드를 사냥하지는 않았을까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구석기인들하면 지나치게 사냥하는 모습만 떠올리는데, 고고학자들은 그보다는 먼저 다른 동물들이 남긴 고기를 주워 먹는 것에 많이 의존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차츰차츰 사냥도 확대되었겠지요.

[한국사 공부] 한반도에 인간이 살기 시작하다
한편, 이 시기의 혹독한 추위로 인해 바다의 높이가 낮아져 오늘날 서해안이 육지였으며 일본 열도조차 섬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같은 대륙으로 연결됩니다.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큰 호수가 있을 뿐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말입니다. 비록 추위로 덜덜 떨었겠지만 구석기인이 마음만 먹으면 백두산에서 일본까지 왔다갔다 할 수도 있었겠지요.

실제 백두산의 흑요석과 일본 규슈의 흑요석으로 만든 뗀석기가 우리나라 남부에서 발견됩니다. 흑요석은 화산이 폭발할 때 공중에서 떨어져 식으며 생긴 날카로운 검은 돌로서, 유리처럼 날카롭기 때문에 구석기 후기에 화살촉이나 창으로 이용하였습니다. 백두산과 일본산 흑요석이 우리나라 남부에서 발견되면서, 고고학자들은 구석기인들이 수백㎞ 거리로 떨어져 있는 이곳을 왔다갔다한 건 아닌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석기인이 이렇게 멀리 이동할 수 있었다면 매머드 또한 우리 한반도 곳곳을 돌아다닌 건 아닐까요? 타임머신이 있으면 그 진실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최경석 선생님은 현재 EBS에서 한국사, 동아시아사 강의를 하고 있다. EBS 진학담당위원도 맡고 있다. 배문고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생각이 크는 인문학 6-역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