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다우지수 18000돌파 2분기 연속 4%대 성장…미국의 부활, 세계경제 청신호될까
미국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제조업 부활과 에너지 패권 장악, 미국 달러화 강세 등에 힘입어서다. 11년 만에 최고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사상 처음으로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8,000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이정표를 잇따라 세우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식 자본주의가 수명을 다했다며 대안론 찾기에 바빴던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미국 부활의 원동력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의적인 기업가를 양성하는 대학 교육(인재)과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개방적 문화 등을 미국의 힘으로 꼽는다.

경제 5% 성장, ‘산타 랠리’ 탄력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지난 12월2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 18,000을 넘어선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미 상무부가 2014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앞서 발표된 잠정치 3.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두 분기 연속 4% 이상의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이 같은 ‘GDP 서프라이즈’에 미국의 나홀로 독주가 굳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미국 의존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2003년 이후 가장 강력한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기업의 생산활동이 모두 기존 수치와 시장 전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마이크 제이크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고용 상황이 15년 만에 가장 좋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소득 증가를 의미하고 소비, 투자 등의 확대를 가져와 결국 또 다른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자본조정 없는 세후 수익은 전 분기보다 2.8% 늘어나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지갑이 두둑해진 기업들은 향후 생산 증가에 대비한 투자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부활의 원천은 ‘소프트파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선진국 중 미국만 유일하게 빠져나와 승승장구하는 비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사회 시스템과 이를 통한 민간의 혁신,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파워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에 더 많은 힘이 실리고 있다.

창의적인 기업가를 양성하는 대학 교육(인재)과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개방적 문화 등이 다른 나라와 확연히 다른 미국의 힘이라는 얘기다.

미국 스탠퍼드대 공과대학의 척 에슬리 교수팀이 2012년 스탠퍼드대의 경제 영향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30~2010년 졸업생 14만명 가운데 3만9900명이 창업을 했고 이들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540만개였다. 또 동문 기업의 연간 매출은 총 2조7000억달러였다. 이들 기업을 묶어 하나의 국가로 보고, 매출을 GDP로 간주하면 영국(2013년 2조8000억달러)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세계 7위’가 된다.

스탠퍼드대와 MIT는 창의적 기업가를 낳는 산실이 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구글에서 보여지듯 인터넷·모바일 분야에서, MIT는 클린에너지와 전기전자 관련 분야에서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시장 유연성도 보이지 않는 미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업들, 구조조정으로 몸집 가벼워져

코카콜라는 2015년 초 본사와 홍콩 런던 등 해외총괄본부의 사무직 직원을 최대 2000명까지 해고할 계획이다. 2000년 5000명을 해고한 후 15년 만의 최대 감원 규모다. 실적이 둔화되자 군살을 빼 비용부터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퀄컴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총 직원의 2%에 해당하는 60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 본사 직원 300명도 포함됐다.

GM과 포드의 기사회생도 비슷한 사례다. 공적 자금을 투입받은 GM은 비수익 공장을 폐쇄하면서 2만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제이 브리슨 웰스파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과 경제가 강한 이유는 유연성과 창조성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의 유연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는 이민자와 이를 적극 수용하는 미국의 개방성도 일본이나 유럽 등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두뇌 유출을 걱정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우수한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

■ 유럽·중국·일본은 '부진의 늪' 예상…글로벌 전망은 '회색'

‘나 홀로 성장’ 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은 회색 빛이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상황이 비슷하다.

2014년 12월 중국 제조업 경기는 7개월 만에 위축 국면으로 들어갔다. HSBC홀딩스는 중국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5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 예상치 평균(49.8)은 물론 11월(50.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HSBC의 중국 제조업 PMI는 6월 50선을 회복한 이래 7월(51.7)에 정점을 찍고 줄곧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12월24일 출범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3차 내각도 고민이 많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가지 화살’ 중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과 두 번째 화살인 재정지출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을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현재 일본 경제의 잠재 성장률인 0.5%를 감안할 때 아베 총리의 2% 성장 목표는 절대 무리라는 설명이다.

유럽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경제 전반에 피로가 쌓인 데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도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