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골프선수 특례입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뉴질랜드 교포인 여자골프선수 리디아 고(한국이름 고보경)가 고려대 학생이 된다. 고려대는 최근 그가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고려대 심리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LPGA 사상 최연소 신인왕에 올라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선수다. 올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 대회에서만 약 16억원을 벌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대학입학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프로 골프선수로서 수업을 들을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없는 데다 내국인도 아닌 뉴질랜드 국적인 선수를 국내 대학에 특례입학시키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국내 여자 골프선수들의 대학 특례입학도 문제가 없지 않은데 국적상 외국인에게까지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리디아 고 입학을 계기로 유명 골프선수의 대입 특례 입학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노력에 대한 보상·동기부여 차원에서 필요"

찬성하는 측은 노력에 대한 보상과 동기 부여 차원에서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고려대 측은 “일반 학생으로 입학한 리디아 고가 체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운동선수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 선수로 등록할 경우 출석이 원칙이지만 대회 참가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교수 재량으로 온라인 강의나 레포트 제출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 최소 수업 일수 등의 규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도 졸업장을 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모씨는 “다른 한국 골프 선수들도 대학에 적을 두고 해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IMG의 임만성 이사는 “프로 골퍼들은 투어생활을 하면서 수업에 참석하기가 어렵다. 국내 투어에 뛰는 선수들도 학교에 가기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한국의 (운동선수) 교육 제도가 문제라면 문제지, 리디아 고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비록 온라인상 수업이지만 실제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았다면 운동선수라는 이유만으로 특례 입학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온라인 수업이 이미 상당히 보편화된 상황에서 운동선수들의 온라인 수업만을 특별히 나쁘게 보는 것도 편견이라는 것이다.

○ 반대 "유명 선수에 대한 지나친 특혜일 뿐"

반대하는 측은 대학의 ‘학교 홍보’와 선수의 ‘명문대 간판 획득’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일 뿐이라며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들을 수 없는 상태인데 입학을 허가하는 것부터가 특혜라는 것이다. 특히 인기 유명 선수면 입학이 허가되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본인이 아무리 입학을 원해도 사실상 불가한 것이 현실인데 이는 위화감만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리디아 고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국에 집이 없고, 국적도 뉴질랜드다. 학기 내내 수업 한 번 들어가기가 어려운 외국 국적의 LPGA 스타에게 선뜻 입학증서를 내줬다는 것 자체가 비난을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일부 대학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유명 운동선수이면 대부분 입학을 받아준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도 특혜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프로에 전향하면서 스탠퍼드대를 중퇴했다. 대학의 엄격한 학사관리 때문에 선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미국은 운동선수들도 미국식 수능시험인 SAT를 치르고 경쟁해서 입학한다는 것이다. 체육특기자 전형이 따로 있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거의 반영하지 않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 생각하기 입학·학사절차 등 대학 측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골프선수 특례입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각 대학은 정말 많은 종류의 전형으로 학생을 뽑는다. 그런 점에서 유명 운동선수를 학생으로 선발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각 대학들이 유명 선수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 아무래도 정해진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대입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일반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이미 유명 운동선수로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또래 프로 운동선수가 수능 한번 보지도 않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학교 입장에서는 자랑스런 동문 한 명이 추가되는 홍보 효과가 클지 모르지만 일반 학생들이 느끼는 이런 감정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차제에 입학절차는 물론 사후 학사운영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각 대학이 정비하고 내용 역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이를 둘러싼 의혹과 잡음이 사라지고 입학한 학생들도 떳떳해질 수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