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뉴발란스 등
체험마케팅 봇물
[Focus] '운동화'가 아니라 '운동'을 팝니다
석 달 전 ‘리복 크로스핏 센티넬(체육관)’에 등록한 직장인 최정수 씨(34)는 운동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크로스핏은 특수부대를 위해 고안된 체력 단련 프로그램으로, 체력 소모가 커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운동법을 국내에 들여온 리복은 크로스핏 체육관 운영업체와 제휴를 맺고, 서울 대치점을 비롯해 을지로·여의도 등 다섯 곳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씨는 이달 초 체육관에 비치된 리복의 크로스핏 용품을 23만원어치 구입했다. 바닥이 딱딱한 크로스핏용 신발(15만원), 격한 운동에도 옷이 말리지 않는 전용 티셔츠(5만원), 손·발목 부상방지 밴드(3만원) 등이다. 최씨는 “전용 제품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과격한 운동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강사들이 직접 착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라톤 대회만 1년에 10여개

스포츠 의류·용품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당장 구매를 권하기보다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신규 휠라코리아 홍보전략팀장은 “스포츠를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체험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최근 마케팅의 핵심”이라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미래의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체험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가 마라톤이다. 업계에선 국내 단축마라톤 동호인이 2008년 2만명에서 올해 10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하는데, 여기엔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달리기 행사가 큰 역할을 했다. 스포츠 브랜드 주최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데상트, 스케쳐스 등 10여개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이다. 남녀 비율은 6 대 4 정도로 여성들의 호응 또한 높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인기가수 공연이나 호텔 파티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기도 한다.

뉴발란스 마라톤 대회에는 참가자가 2011년 5000명에서 올해 3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첫해인 2011년 10㎞ 구간의 ‘뉴레이스’로 시작해 작년에는 5㎞의 ‘컬러런’, 올해는 21㎞짜리 ‘하프마라톤’으로 세분화했다. 최영태 뉴발란스 스포츠마케팅팀장은 “달리기 입문자부터 준프로급 러너까지 여러 단계의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남는 장사’

서울 도심 도로를 통제하고 진행하는 대규모 마라톤 대회는 개최비용만 회당 20억~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효과가 검증됐기 때문이다.

마라톤 대회는 보통 3만~5만원 안팎의 참가비를 받지만 그 금액에 맞먹는 제품을 선물로 주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이득을 봤다’고 받아들인다. 여기에 업체들은 20~30% 할인쿠폰을 끼워준다. 이 쿠폰을 쓰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대회 전후 매출은 10~30% 오른다. 최대 수만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행사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내 높은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당 브랜드를 달리기, 피트니스 등 특정 분야에 강한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줄 잇는 이색 스포츠

스포츠 브랜드들은 국내에선 생소한 이색 스포츠로도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아디다스는 지난달 매주 토요일마다 여성 소비자 100~300명씩을 초청해 ‘마이걸즈 새터데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리복이 지난해 대회 개최를 시작한 ‘스파르탄 레이스’는 장애물을 통과하며 참가자를 육체와 정신의 한계로 몰아넣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중급자를 위한 슈퍼(super) 코스의 경우 10㎞ 구간에서 20개의 장애물을 넘는 과정에서 불타는 석탄을 점프해 통과하고 진흙구덩이를 기어가야 한다. 리복 관계자는 “올해는 강원 평창에서 행사를 개최했는데 전국 각지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등 분위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