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50) '씨앗이 금보다 비싸다'는 토종식물 해설사
[직업과 경제의 만남] (50) '씨앗이 금보다 비싸다'는 토종식물 해설사
경제학에서 재화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경제재(economic goods)와 자유재(free goods)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재란 희소성으로 인해 얼마만큼 구매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재화, 다시 말해 경제학적 논의가 필요한 재화를 경제재라 부른다.

여기서 희소성이란 부족함을 뜻하는데, 단순히 특정 재화의 절대적인 양이 많고 적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은 한정된 데 반해 우리의 욕구는 무한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인가 선택하기 위해서 동시에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경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처럼 욕구에 비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희소성이라 부른다. 이런 희소성에 놓인 재화들을 경제재라 부르는 것이다.

반면, 값을 치르지 않고도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을 ‘자유재’’라고 한다. 우리가 늘 들이마시는 공기나 온 세상을 따뜻하게 비춰 주는 햇빛 같은 것이 바로 자유재에 해당한다.

이런 경제재와 자유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경제재였던 재화가 자유재로 변화하기도 하고, 자유재였던 재화가 경제재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자유재에 가까웠던 것이 지금은 금보다 비싼 고가의 물건으로 변한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씨앗’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미래산업

씨앗이 금보다 비싸다는 것은 씨앗 가격이 고가라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거래 가격이 금보다 비싸다. 최근 금 1g의 가격은 5만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토마토 씨앗 1g의 가격은 15만원 내외다. 최근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파프리카 역시 g 당 1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야말로 길 가다 금과 씨앗 두 개가 떨어져 있으면 금보다 씨앗을 먼저 주워야 할 상황이라 할 것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농사를 지을 때는, 씨앗을 인근 농가로부터 공짜로 얻거나 아니면 자연상에서 적출해 농사를 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씨앗은 원하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자유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씨앗은 비싼 로열티를 내며 구매해야 할 고부가가치의 재화가 되었다.

일견 씨앗은 한번만 구매하면 그 다음 해부터는 자신의 농작물 내지 열매에서 적출하여 사용하면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수확물에서 나온 새끼 씨앗 내지 새끼 종자를 재활용할 경우, 어미 종자와는 다른 유전적 특성이 섞여 있어 당초 기대하는 정상적인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때문에 계속해서 다시 씨앗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씨앗과 관련된 산업을 종자산업이라 한다. 현재 세계 종자산업 규모는 40조원대에 이르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해 왔으며, 지금도 연평균 5% 정도의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해 가고 미래 산업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 종자산업은 10여개의 다국적 기업이 전체 시장의 67% 정도를 장악하고 있고, 이들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글로벌 종자 회사인 몬산토의 경우, 일반인들인 몬산토 등의 기업명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몬산토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등에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 많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종자산업이 내포하고 있는 경제성과 부가가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토종 작물의 높은 부가가치

그렇다면 이런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인 종자산업에서 우리는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을까? 한국이 국제 종사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우리는 종자산업 분야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수천년 동안 우리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생존해 오면서 독특한 유전적 형질을 담고 있는 토종작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제적인 상품화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토종 작물과 씨앗이 어떤 부가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일찍부터 자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가 이처럼 우리 작물의 시장가치를 몰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많은 씨앗 회사가 외국 기업에 인수됐고 이로 인해 지금은 우리의 토종작물이자 중요 먹거리인 무와 배추 같은 토종 채소 씨앗을 구매할 때도 외국에 돈을 내는 상황이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종자산업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우리 스스로 우리 주변에 놓인 토종 작물에 대한 부가가치를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다양한 식물종에 관한 지식 갖춰…

이런 상황에서 ‘토종식물해설사 내지 토종식물관리사’라는 직업은 의미있는 직업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토종식물해설사란 식물에 대한 기초 소양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을 비롯한 식물관 내지 학습관 이용자에게 해설과 안내를 해주는 전문인을 말한다.

단순히 식물관이나 자연관에서만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며, 야외 체험활동 내지 야외 학습 과정에서도 식물 등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사실 이전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향토식물해설사 양성과정 등을 개설해 관련 분야의 기초 소양을 갖춘 사람을 선별하는 과정을 운영한 전례들은 있다. 하지만 이를 공식적인 자격 과정으로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지금도 야외 학습 내지 캠프 등에 참여할 기회는 많이 있다. 하지만 그때 우리 산과 들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설명해 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식물해설사라는 자격증은 관련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검증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어 줄 것이며, 해당 업무가 갖고 있는 부가가치를 확인해 주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할 것이다.

현재 토종식물해설사는 별도의 지원자격 제한은 없다. 만 20세 이상인 경우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자격 취득 요건은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관련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실무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토종식물해설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씨앗이 내포하고 있는 귀중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음 하는 바람이다.

● 자유재 (free goods)

인간의 욕망에 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만큼의 양을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게 공급돼 있는 재화를 말한다. 자유재의 예로는 공기, 태양광선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자유재는 점유와 판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경제재(economic goods)

경제 활동의 대상이 되는 재화 중에서 희소성이 있어서 대가를 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을 경제재라고 한다. 물의 경우처럼 환경 오염 이전에 자유재로 언제든지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던 것들이 환경 오염 등으로 희소성이 증가하여 경제재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