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는 지난주 달러당 41.92루블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 불이행)을 선언했던 1998년보다 더 낮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데다 러시아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유가마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가 아니라 루블화 환율과 싸우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더 떨어지면 러시아 경제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추락하는 루블화 … 올 들어 25% 급락
루블화 가치는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급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연초와 비교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25%, 유로화에 대해선 18% 내려앉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올 들어 660억달러의 외환을 쏟아부었지만 약효가 없었다. 외환보유액만 550억달러(약 10%) 감소했다.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엔 외환보유액이 지금(4547억달러)의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화폐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러시아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올해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3년 만에 최고인 8%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러시아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연 1.5%에서 연 0.3%로 대폭 낮췄다.
서방의 금융제재에 휘청
러시아 경제가 휘청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서방의 금융 제재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중은행과 에너지 기업이 서방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해외 계좌에 있는 러시아 기업인의 자금도 동결했다. 달러와 유로로 자금을 빌려 쓴 러시아 기업과 은행이 3개월 내 갚아야 할 외채만 600억달러다.
유럽과 미국 자금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채 상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기업들은 다급해졌다.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루블화를 투매하면서 루블화 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러시아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올 들어 러시아 시장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금만 1000억달러에 달한다.
뱅크오브러시아는 시중은행들의 달러 유동성 경색을 덜어주기 위해 2016년 말까지 외환 환매조건부 론을 통해 최대 50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실효성에서 의문이 제기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언제까지 이런 지원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액과 금 보유액은 4500억달러 수준이다.
유가 하락이 치명타…궁지 몰린 푸틴
하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도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은 2000년 집권 후 2008년까지 원유 수출을 기반으로 연평균 7%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질 때마다 러시아 재정 손실이 2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올 상반기만 해도 서방의 압박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유럽이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푸틴의 시나리오는 빗나갔다. ‘셰일혁명’으로 미국 원유 생산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중동 원유 생산량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가 재정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원유값이 적어도 배럴당 104달러(브렌트유 기준)는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가는 한동안 약세가 이어져 곧 70달러대 중반으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이후 20% 넘게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24일 유럽연합(EU) 28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40%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도 12%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러시아 소치 근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냉전시대는 끝났지만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킨 것도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지난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무장 쿠데타를 지원한 게 크림반도 분리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전쟁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
추락하는 루블화 … 올 들어 25% 급락
루블화 가치는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급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연초와 비교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25%, 유로화에 대해선 18% 내려앉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올 들어 660억달러의 외환을 쏟아부었지만 약효가 없었다. 외환보유액만 550억달러(약 10%) 감소했다.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엔 외환보유액이 지금(4547억달러)의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화폐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러시아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올해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3년 만에 최고인 8%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러시아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연 1.5%에서 연 0.3%로 대폭 낮췄다.
서방의 금융제재에 휘청
러시아 경제가 휘청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서방의 금융 제재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중은행과 에너지 기업이 서방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해외 계좌에 있는 러시아 기업인의 자금도 동결했다. 달러와 유로로 자금을 빌려 쓴 러시아 기업과 은행이 3개월 내 갚아야 할 외채만 600억달러다.
유럽과 미국 자금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채 상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기업들은 다급해졌다.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루블화를 투매하면서 루블화 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러시아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올 들어 러시아 시장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금만 1000억달러에 달한다.
뱅크오브러시아는 시중은행들의 달러 유동성 경색을 덜어주기 위해 2016년 말까지 외환 환매조건부 론을 통해 최대 50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실효성에서 의문이 제기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언제까지 이런 지원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액과 금 보유액은 4500억달러 수준이다.
유가 하락이 치명타…궁지 몰린 푸틴
하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도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은 2000년 집권 후 2008년까지 원유 수출을 기반으로 연평균 7%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질 때마다 러시아 재정 손실이 2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올 상반기만 해도 서방의 압박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유럽이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푸틴의 시나리오는 빗나갔다. ‘셰일혁명’으로 미국 원유 생산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중동 원유 생산량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가 재정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원유값이 적어도 배럴당 104달러(브렌트유 기준)는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가는 한동안 약세가 이어져 곧 70달러대 중반으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이후 20% 넘게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24일 유럽연합(EU) 28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40%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도 12%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러시아 소치 근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냉전시대는 끝났지만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킨 것도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지난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무장 쿠데타를 지원한 게 크림반도 분리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전쟁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