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이 거침 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네 자릿수자를 위협하며 달러당 1000원 선을 지키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이처럼 환율이 자꾸 떨어지는 것은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에 글로벌 달러 약세추세까지 겹친 탓이다. 지난 5월 경상수지가 9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2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지속 중이다. 해외로부터 달러 공급이 넘쳐나니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채권을 매입해 돈을 풀고 있는데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환율 하락이 가팔라지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찬반 논란도 다시 뜨겁다. 이 논쟁은 매우 오랜된 것이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찬성 혹은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도 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경쟁국도 개입 하는 데 우리만 방치할 수 없다"
찬성하는 측은 우선 저환율의 부작용을 주장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 불리하고 수입에 유리한 만큼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아무리 경상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더라도 지나친 환율 하락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겸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자본시장은 거의 완전개방돼 있는 데다 외환시장 규모도 작아 투기세력의 공격으로 갑자기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며 “외환당국이 적정 환율을 방어해 시장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자국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경쟁적으로 환율을 높이고 있는데 한국만 환율을 내릴 경우 경상흑자가 급격히 줄고 외환부족 사태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내수 위축을 상쇄하기 위해 환율 방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세월호 사고까지 터져 내수가 좀체로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환율 하락으로 수출마저 감소하면 경기회복은 점점 멀어진다는 논리다.
외환시장을 사실상 그대로 방치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데 우리만 앉아서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얘기다.
○ 반대 "원高 충격 줄었고 내수 살리는 효과도 있어"
반대하는 측은 소위 저환율의 부작용으로 지적돼온 수출 감소, 수입 증대라는 도식적 공식이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음을 강조한다.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전과 달리 매우 늘어난 데다 국내 수출기업들 중 상당수가 환율 하락에 대한 대비를 이미 많이 해두어서 전처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화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새롭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지난해 55%,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태블릿PC의 93%를 해외에서 생산한다”며 엔화 약세에도 국내 제품 수출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한·일간 경쟁제품군이 차별적으로 형성된 이유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며 이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며 일방적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이원복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부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필요성을 완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외환시장 규모도 커지고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조절할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외환당국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환율문제는 단기적 대응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책 일관성 유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 생각하기
사실 외환시장을 완전히 방치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반면 정부가 시시콜콜 시장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개입하는 나라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은 어느 정도에서 정부가 큰 무리 없이 시장에 개입해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느냐 문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떤 때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통상적으로는 투기적 움직임이 포착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높을 때는 국제적으로도 정부 개입이 용인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의 외환시장 움직임을 투기거래로 봐야 하는지 자체가 매우 애매할 때가 많다. 정책 당국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어느 정도 선에서 정부 개입이 용인되는지 역시 명확치 않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물 흐르듯 내버려 두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도의 흐름을 바로잡는 그런 탄력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나 필요성이 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으로 원화 강세는 한국의 경제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나 기업 모두 환율 변동에 좀 더 유연한 그런 자세가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
환율 하락이 가팔라지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찬반 논란도 다시 뜨겁다. 이 논쟁은 매우 오랜된 것이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찬성 혹은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도 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경쟁국도 개입 하는 데 우리만 방치할 수 없다"
찬성하는 측은 우선 저환율의 부작용을 주장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 불리하고 수입에 유리한 만큼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아무리 경상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더라도 지나친 환율 하락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겸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자본시장은 거의 완전개방돼 있는 데다 외환시장 규모도 작아 투기세력의 공격으로 갑자기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며 “외환당국이 적정 환율을 방어해 시장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자국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경쟁적으로 환율을 높이고 있는데 한국만 환율을 내릴 경우 경상흑자가 급격히 줄고 외환부족 사태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내수 위축을 상쇄하기 위해 환율 방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세월호 사고까지 터져 내수가 좀체로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환율 하락으로 수출마저 감소하면 경기회복은 점점 멀어진다는 논리다.
외환시장을 사실상 그대로 방치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데 우리만 앉아서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얘기다.
○ 반대 "원高 충격 줄었고 내수 살리는 효과도 있어"
반대하는 측은 소위 저환율의 부작용으로 지적돼온 수출 감소, 수입 증대라는 도식적 공식이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음을 강조한다.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전과 달리 매우 늘어난 데다 국내 수출기업들 중 상당수가 환율 하락에 대한 대비를 이미 많이 해두어서 전처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화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새롭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지난해 55%,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태블릿PC의 93%를 해외에서 생산한다”며 엔화 약세에도 국내 제품 수출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한·일간 경쟁제품군이 차별적으로 형성된 이유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며 이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며 일방적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이원복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부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필요성을 완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외환시장 규모도 커지고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조절할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외환당국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환율문제는 단기적 대응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책 일관성 유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 생각하기
사실 외환시장을 완전히 방치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반면 정부가 시시콜콜 시장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개입하는 나라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은 어느 정도에서 정부가 큰 무리 없이 시장에 개입해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느냐 문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떤 때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통상적으로는 투기적 움직임이 포착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높을 때는 국제적으로도 정부 개입이 용인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의 외환시장 움직임을 투기거래로 봐야 하는지 자체가 매우 애매할 때가 많다. 정책 당국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어느 정도 선에서 정부 개입이 용인되는지 역시 명확치 않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물 흐르듯 내버려 두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도의 흐름을 바로잡는 그런 탄력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나 필요성이 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으로 원화 강세는 한국의 경제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나 기업 모두 환율 변동에 좀 더 유연한 그런 자세가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