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하라”는 찬성론과 “사용할 수 없게 하라”는 반대론이 뒤섞여 있다. 비트코인 논란 속에는 화폐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거리가 숨어 있다.
화폐 발행을 왜 중앙은행이 독점하느냐는 것이다. 조개와 돌이 화폐로 통용됐듯이 비트코인도 놔둬야 할까? 하지만 그러기엔 문제도 많은데…고교생과 대학생이 각각 한 조(組)를 이뤄 찬반논쟁을 벌였다.
■ 찬성 “시장이 생사 결정하게 둬라”
지난 2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비트코인 거래시장인 일본의 마운트 곡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치가 폭락했다. 2013년 키프로스 재정위기 이후 화제가 된 비트코인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탄생 자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 ‘디지털 가상화폐’ ‘투명화폐’ 등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등장했다.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지칭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작자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개발된 이유마저 국가별 통화정책에 기반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탄생했다는 등의 추측만 무성한 상태다.
비평도 잇따르고 있다. 비트코인 확산에 따라서 불법거래, 해킹, 통화정책의 유효성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예측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자금세탁이나 불법적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문제점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많은 난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에는 많은 장점과 가능성도 공존하고 있다. 첫째, 비트코인은 화폐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덜하다. 또 은행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도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이미 짜인 규칙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발행되고, 그 양이 최종적으로 2100만개로 제한된다. 따라서 물량이 제한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따른 돈의 가치하락의 문제가 비교적 덜하다. 또한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가 되며, 수수료가 낮고 거래가 쉬워진다. 모든 기록이 공개되고 기록되므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둘째, IT시대에 비트코인이 생겨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비트코인은 IT시대 경제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다. IT시장이 활성화된 현재, 자연적으로 생겨난 비트코인은 현재의 IT시대를 반영한 대표적 결과물 중 하나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경제학’에서는 돌화폐 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돌을 화폐로 쓰는 섬에서 돌화폐가 바다에 가라앉았음에도 그 돌을 화폐로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이 돌이 화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람들 간의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화폐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이는 비트코인의 운명을 시장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비트코인은 강제성이 없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독점에 반발하며 생겨난 화폐이기 때문에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기관도 없고, 강제성도 없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대중화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사람들의 증가를 의미하고,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감수하고 사용한다는 무언의 의사표현이다.
비트코인은 현재 많은 난점이 존재하고, 분명 부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21세기, 진보한 과학기술이 가져다준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앞으로도 비트코인과 같은 수많은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이것들이 보여줄 새로운 세상의 모습이 사뭇 기다려진다.
윤영서 생글기자(동작고 2년) standingzero@hanmail.net
원지호 생글기자(서울대 경제학과 1년)jihowon9508@gmail.com
■ 반대 “현금전환 보장 안돼 위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이 미래 화폐로 주목받고 있다. 흔히 말하는 ‘온라인 캐시’와 비슷한 사이버 머니 개념인 비트코인이 화폐 대용으로까지 주목받는 이유는 작동 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사이버머니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누구나 발행할 수 있으며’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화폐인 것이다. 비트코인은 수학 문제를 풀어 발행이 가능하다. ‘마이너(Miner)’들은 채굴한 비트코인을 직접 사용하거나 비트코인 거래 중개소를 통해 유통하는데, 일반인들은 이러한 중개 기관을 통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이 비트코인의 상용화를 두고 찬반 여론이 비등하다. 비트코인 사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화폐의 혁명적인 진화라고 한다. 별도의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며, 환율에 얽매이지 않는 국제적인 화폐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또한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지 않는 만큼 보유자의 개인정보가 기록되지 않아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며 온라인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사용하기 더더욱 간편하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과 익명성은 해킹의 위협과 사이버 범죄는 물론, 탈세, 마약거래, 도박 등에 활용될 여지가 많다.
실제로 세계적인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틴 곡스(Mt. Gox)’는 지속적인 해킹으로 436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증발과 함께 파산했으며 그로 인해 비트코인 시세가 요동친 적이 있었다. 이는 온라인 화폐의 위험성을 반증하는 적절한 예시다. 또한 몇 달 전에는 호주의 비트코인 거래소 사이트가 두 차례 해킹 공격으로 4100비트코인(약 11억원)을 도난당했고, 이 외에도 체코의 거래소 ‘Bitcash’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거래소들이 해킹으로 피해를 본 바 있다. 특히 해킹 피해 사이트 중 하나인 ‘Sheep marketplace’는 마약 및 불법 약물을 거래하던 곳이었으며, 비트코인이 음성적인 시장에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작년 10월 미 법무부가 비트코인으로 대규모 마약을 불법 거래해 온 ‘Silk road’를 폐쇄 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트코인이 화폐 기능을 대신하기엔 중앙은행의 제거로 인한 신뢰와 가치 척도의 기능이 부족하다.
이러한 비트코인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비트코인으로 발생되는 문제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완전히 퇴출시켰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공식 통화인 위안화의 지위를 보호하고 돈세탁과 같은 사기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의 거래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비트코인은 해킹에 취약하고 현금 전환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 투자자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합법적인 화폐 수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했다. 비트코인의 장점으로 내세워지는 것 중 하나인 ‘국제 거래가 용이해진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세계화폐를 대체하는 ‘보조적’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거래비용의 절감 등의 여러 장점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앞서 제시한 해킹 악용 등의 우려와 신뢰의 위험성, 보조화폐의 개념이란 점에서 아직 완전히 상용화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뒤따른다고 본다.
김지언 생글기자(부산외고 2년) xlvksl0705@naver.com
김호기 생글기자(서울대 산업공학과 1년) ghrl61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