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中 소수민족 갈등 다시 수면위로…쿤밍역 칼부림 테러
중국 윈난성 성도(省都)이자 관광 휴양도시인 쿤밍의 철도역에서 지난 1일 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 테러사건이 발생해 민간인 29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쳤다.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한 10여명의 남녀 괴한들은 50cm~1m 길이의 칼을 들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공격해, 그 수법의 잔혹성에 전 중국이 치를 떨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칼부림 테러사건을 ‘신장위구르 독립 세력의 조직적인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민족 갈등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투르키스탄 독립을 상징하는 깃발이 발견됐다. 중국 정부는 3일 쿤밍의 위구르족 거주지에 대규모 경찰력을 배치하고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도 위구르인에 대한 감시활동 강화에 나섰다.

끊이지 않는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

중국에서는 앞서 지난해 10월28일에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위구르인 일가족의 차량 돌진 테러로 5명이 숨졌다. 신장 분리독립 세력에 의한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칼부림 사건도 목격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서 칼을 휘두른 범인은 모두 위구르인이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신장은 중세 이슬람에서 ‘투르키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투르키스탄’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위구르인은 외모는 물론 종교 문화 언어 등 모든 면에서 한족과 다르다. 이들은 18세기 중엽 청나라에 정복된 뒤부터 독립운동을 전개해왔다. 중국의 국공내전 와중에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건립했지만 다시 중국 지배체제로 편입된 아픈 역사가 있다. 2009년 7월에는 이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200여명이 죽고, 1600여명이 부상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소수민족은 이들만이 아니다. 티베트는 1950년 중국에 강제 합병됐지만 1959년 3월10일 발생한 대규모 봉기를 계기로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매년 3월이 되면 티베트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로 긴장이 고조된다. 2008년 3월에는 2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 참극이 빚어졌다. 200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려 120여명이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네이멍구에서도 독립을 둘러싸고 한족과 몽골족 간 충돌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수민족 독립운동은 차별대우 탓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은 언어와 종교 역사적 차이 외에 차별 대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해 대학입시 때 혜택을 주고 ‘1가구 1자녀’ 정책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등 우대정책을 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소수민족 거주지에 한족 이주정책이 시행되면서 실권을 휘두르는 관료와 국영기업은 모두 한족이 장악했다.

바리사우트만 홍콩과기대 교수는 “중국은 당서기 같은 주요 직책에 더 많은 소수민족을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는 현재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 외에 소수민족이 55개나 된다. 이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지역은 중국 영토의 65%를 차지한다. 신장 자치구는 면적이 166만여㎢로, 한국의 17배나 된다. 중국 석유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네이멍구도 석탄매장량이 7414억t으로 한국에 비해 수백 배나 많다. 첨단산업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세계 최대 매장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이들 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이 발생하면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시진핑 정부 들어서도 바뀌지 않고 있다. 느슨하게 대처하면 다른 소수민족의 독립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이런 대응이 소수민족에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테러 중국 전역으로 확산 우려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몽골족이 시위하고, 좡족(티베트)이 분신을 한다면, 신장위구르족은 점점 더 테러에 의존하고 있다. 올 들어 신장위구르자치주에서는 폭력시위와 경찰서 습격 등으로 2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14일에도 우루무치 우스에서 위구르인들이 경찰서를 습격, 경찰 3명이 사망하고 위구르인 8명이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테러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톈안먼 차량폭발 테러와 이번 쿤밍역 참사가 대표적이다. 중국 언론은 △공격 대상이 정부 관료나 경찰에서 일반 시민으로 바뀌었고 △테러지역이 소수민족 자치구 내에서 다른 대도시로 확산됐으며 △테러조직이 과거 종교적 모임 수준에서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 등 외부 세력과 연계를 맺을 정도로 조직화됐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았다.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위구르족 테러 가능성?

[Global Issue] 中 소수민족 갈등 다시 수면위로…쿤밍역 칼부림 테러
남중국해 상공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사고기 기체를 찾기 위한 수색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고원인이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테러일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는 사고 항공기가 사고 직전 구조신호조차 보내지 못한 데다 일부 승객의 위조여권 소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권에 문제가 있는 승객 4명의 신원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1일 윈난성 쿤밍 위구르족 테러 사건과의 관련 여부에 긴장하며 국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승객 4명이 위조 여권을 사용했다는 것은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도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테러 공격을 당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고에 도난여권이 등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8일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777-200ER 여객기(MH370편)는 베트남 비행정보구역 진입을 앞두고 남부 까마우성 남서쪽으로 약 192㎞ 떨어진 해상에서 통신이 두절되고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말레이시아 해양관리청의 조사단은 북부 켈란탄 주의 톡 발리에서 약 10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대형 유막을 목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름띠는 실종 항공기가 사라진 해역에서 발견된 데다 유막 성분도 항공기 연료탱크에서 나올 수 있는 종류여서 사고기가 부근해역에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