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경제 문화 사회 시민의식 등 개최 지역의 역량이 총집결되는 국가적인 이벤트다. 대규모 투자가 발생하고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화려하게 대회를 치르지만 올림픽 개최 후 재정난을 겪기도 한다. 마이클 샌더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은 아주 재밌지만 경제정책은 아니다”고 꼬집는다. 나가노·밴쿠버 등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대회를 잘 치르고도 적자 때문에 만만찮은 후유증을 겪었다.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다. 이번 소치올림픽에 러시아는 55조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2006년 토리노 대회의(약 4조원) 11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러시아 정부는 “올림픽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하지만 곳곳에서 미숙한 대회 준비를 지적한다.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기록될 소치 동계올림픽은 과잉투자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올림픽보다도 더 투자
각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4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키 피겨·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컬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상화 선수는 올릭픽 신기록으로 500m 스피스스케이팅 2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은 역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지출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강대국 러시아’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는 소치에 510억달러(약 55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종전까지 가장 많은 비용이 든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의 46조원을 훌쩍 넘는다.
동계올림픽은 경기장 수나 참가 선수가 하계올림픽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금메달 98개가 걸린 소치 올림픽에 300여개가 걸렸던 베이징 올림픽보다 많은 돈을 썼다. 벤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올림픽 개최국은 보통 처음 계획의 3배가량 비용을 쓴다. 소치의 경우 120억달러 예산의 5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흑해 연안의 여름 휴양도시인 소치까지 높은 산악지대를 뚫고 철도와 도로를 잇는 공사, 땅이 좁은 소치에 11개 경기장을 새로 짖는 바람에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많은 비용 지출에도 소치 올림픽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는 보도가 적지 않다. 올림픽 경기 보도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언론인들은 호텔 도착 후 3시간이 지나서야 방 열쇠를 받는가 하면 호텔 방안의 서랍장의 손잡이가 없기도 했다. 곳곳의 숙소에서는 수도꼭지와 샤워기에서 찬물만 쏟아졌다. 소치 시내에는 여전히 도로 포장공사가 마무리 중이다. 꾸준히 제기되는 테러 위협도 소치의 상황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얼음 축제 vs 돈 먹는 하마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참가국 숫자가 적고 관심도가 떨어져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선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비용까지 더해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축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치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한 대회라면 더욱 그렇다. 크리스토퍼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터무니 없이 많은 자금을 소치 올림픽에 투입했다”며 “이를 통해 소치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새로운 스키 리조트로 만든다면 흑자를 낼 수 있겠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역대 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에 허덕인 사례도 많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가 대표적이다. 인구 30만명의 작은 도시 나가노는 당시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대회를 유치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 110억달러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 역시 적자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밴쿠버는 당시 준비 과정부터 예산 부족에 허덕이다가 IOC의 지원까지 받았다. 선수촌을 고급 콘도로 개조해 매각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면서 밴쿠버시는 100억달러 재정적자를 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의 현재 국가위기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 위기의 뇌관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연아 2연패 땐 6조 경제효과
개최국 러시아의 상황과 달리 올림픽 참가 선수를 후원한 기업들의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는 삼성전자, E1, KB금융그룹, LS네트웍스, 동서식품, 로만손, 대한항공 등 7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을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5조2350억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소치에서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그 효과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종목별 경기단체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그룹은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회장사로 빙상 종목에 투자해왔다. 대한항공은 2011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최초로 창단했고, KB 국민은행은 빙상연맹의 공식 후원사다. 대우인터네셔널은 대한봅슬레이스켈러톤경기연맹을, 신세계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을 2018년까지 공식 후원한다.
동계올림픽 열리는 2월…범죄도 줄어든다?
동계올림픽이 열린 해의 2월에는 범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청과 경찰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범죄 통계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동계올림픽이 열린 2002년, 2006년, 2010년은 모두 전 달인 1월에 비해 2월 범죄 발생 건수가 감소한 뒤 3월에 다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19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2월8~24일)이 열렸던 2002년의 경우 1월 17만7228건이었던 범죄 건수는 2월 13만4890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어 3월 16만4933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제20회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2월10~26일)이 열린 2006년의 경우에도 1월 14만여건에서 2월 13만건으로 감소한뒤 3월에 14만건으로 다시 늘었다. 21회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2010년 2월12~28일)때 역시 1월 13만2425건에서 2월 12만건으로 감소한 뒤 3월 15만7191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반면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던 2009년과 2011년에는 1~3월 범죄 건수가 완만하게 증가했다. 2009년의 경우 1월 15만6170건, 2월 15만7060건, 3월 18만6169건으로 서서히 늘었고 2011년에도 1월 13만건, 2월 14만1000건, 3월 18만건으로 증가했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통 한겨울을 지나 차츰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외부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해의 2월에 범죄 발생률이 낮아지는 것은 시민들이 일찍 가정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베이징올림픽보다도 더 투자
각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4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키 피겨·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컬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상화 선수는 올릭픽 신기록으로 500m 스피스스케이팅 2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은 역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지출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강대국 러시아’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는 소치에 510억달러(약 55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종전까지 가장 많은 비용이 든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의 46조원을 훌쩍 넘는다.
동계올림픽은 경기장 수나 참가 선수가 하계올림픽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금메달 98개가 걸린 소치 올림픽에 300여개가 걸렸던 베이징 올림픽보다 많은 돈을 썼다. 벤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올림픽 개최국은 보통 처음 계획의 3배가량 비용을 쓴다. 소치의 경우 120억달러 예산의 5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흑해 연안의 여름 휴양도시인 소치까지 높은 산악지대를 뚫고 철도와 도로를 잇는 공사, 땅이 좁은 소치에 11개 경기장을 새로 짖는 바람에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많은 비용 지출에도 소치 올림픽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는 보도가 적지 않다. 올림픽 경기 보도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언론인들은 호텔 도착 후 3시간이 지나서야 방 열쇠를 받는가 하면 호텔 방안의 서랍장의 손잡이가 없기도 했다. 곳곳의 숙소에서는 수도꼭지와 샤워기에서 찬물만 쏟아졌다. 소치 시내에는 여전히 도로 포장공사가 마무리 중이다. 꾸준히 제기되는 테러 위협도 소치의 상황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얼음 축제 vs 돈 먹는 하마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참가국 숫자가 적고 관심도가 떨어져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선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비용까지 더해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축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치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한 대회라면 더욱 그렇다. 크리스토퍼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터무니 없이 많은 자금을 소치 올림픽에 투입했다”며 “이를 통해 소치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새로운 스키 리조트로 만든다면 흑자를 낼 수 있겠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역대 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에 허덕인 사례도 많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가 대표적이다. 인구 30만명의 작은 도시 나가노는 당시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대회를 유치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 110억달러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 역시 적자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밴쿠버는 당시 준비 과정부터 예산 부족에 허덕이다가 IOC의 지원까지 받았다. 선수촌을 고급 콘도로 개조해 매각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면서 밴쿠버시는 100억달러 재정적자를 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의 현재 국가위기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 위기의 뇌관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연아 2연패 땐 6조 경제효과
개최국 러시아의 상황과 달리 올림픽 참가 선수를 후원한 기업들의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는 삼성전자, E1, KB금융그룹, LS네트웍스, 동서식품, 로만손, 대한항공 등 7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을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5조2350억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소치에서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그 효과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종목별 경기단체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그룹은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회장사로 빙상 종목에 투자해왔다. 대한항공은 2011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최초로 창단했고, KB 국민은행은 빙상연맹의 공식 후원사다. 대우인터네셔널은 대한봅슬레이스켈러톤경기연맹을, 신세계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을 2018년까지 공식 후원한다.
동계올림픽 열리는 2월…범죄도 줄어든다?
동계올림픽이 열린 해의 2월에는 범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청과 경찰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범죄 통계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동계올림픽이 열린 2002년, 2006년, 2010년은 모두 전 달인 1월에 비해 2월 범죄 발생 건수가 감소한 뒤 3월에 다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19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2월8~24일)이 열렸던 2002년의 경우 1월 17만7228건이었던 범죄 건수는 2월 13만4890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어 3월 16만4933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제20회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2월10~26일)이 열린 2006년의 경우에도 1월 14만여건에서 2월 13만건으로 감소한뒤 3월에 14만건으로 다시 늘었다. 21회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2010년 2월12~28일)때 역시 1월 13만2425건에서 2월 12만건으로 감소한 뒤 3월 15만7191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반면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던 2009년과 2011년에는 1~3월 범죄 건수가 완만하게 증가했다. 2009년의 경우 1월 15만6170건, 2월 15만7060건, 3월 18만6169건으로 서서히 늘었고 2011년에도 1월 13만건, 2월 14만1000건, 3월 18만건으로 증가했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통 한겨울을 지나 차츰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외부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해의 2월에 범죄 발생률이 낮아지는 것은 시민들이 일찍 가정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