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사전을 보면, 중개인이라는 단어가 붙은 직업들이 많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보험중개인, 선물중개인, 용선중개인, 부동산중개인, 주식 중개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개인이라는 직업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각 분야의 중개인들이 하는 업무 내용은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보험 중개인의 경우에는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들 중에서 보험계약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용선중개인은 흔히 선박 중개인이라고도 하는데, 화물을 배송하기 위해 선박을 필요로 하는 화주와 자신이 소유한 선박을 통해 운송할 화물이 필요한 선주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중개인마다 하는 업무 영역과 내용은 다소간에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하는 본질적인 역할은 거래를 체결하길 원하는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중에서 서로 거래 조건과 내용이 유사한 대상들을 찾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중개인 업무의 본질적인 측면이 이처럼 두 거래 주체를 연결시켜준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는 이러한 중개인의 업무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볼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GDP 계산 방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GDP란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새로이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여 더한 값이다. GDP의 개념은 ‘어느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 활동에 참여했느냐’에 상관없이 그 나라 안에서 만들어낸 모든 것을 계산한다. 이러한 점에서 GDP는 그 나라의 현재 경제 상황을 잘 알려주는 경제지표로서, 국가 간 경제 규모의 비교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현재 경제 상황을 과거와 비교하여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GDP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앞서 GDP의 정의에도 나와 있듯이 GDP 측정 기간 동안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해야만 GDP에 포함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을 때만 GDP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농부가 땅에 밀을 심어 4만원어치 밀을 생산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제분업자는 농부로부터 4만원 주고 밀을 사다가 10만원 가치의 밀가루를 만들었다. 이 밀가루를 다시 제빵업자가 가져가 빵을 만들어 가정주부에게 20만원에 팔았다고 하자. 이때 최종 생산물은 빵이 되고 GDP에는 새로이 생산된 최종생산물인 20만원이 포함된다. 이렇게 최종 생산물인 빵의 시장가치 20만원으로 계산된 GDP는 각 생산단계에서 유발되는 부가가치의 합과 동일하다. 먼저 농부는 아무 투입비용 없이 밀을 생산했다 가정했기 때문에 농부가 생산해 낸 밀 4만원 전액이 농부가 만들어낸 부가가치에 해당한다. 제분업자의 경우에는 농부로부터 4만원 어치 밀을 사다 이를 10만원의 가치가 있는 밀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분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는 6만원이며, 같은 원리로 10만원의 밀가루를 통해 20만원의 가치가 있는 빵을 만들어 낸 제빵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는 10만원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최종생산물인 빵이 생산되기까지 유발된 모든 부가가치의 합은 농부의 4만원과 제분업자의 6만원 그리고 제빵업자의 10만원을 합한 20만원이 된다. 즉, 최종생산물인 빵의 가치 20만원과 동일하다. GDP를 각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부가가치의 총합으로 계산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탐색 비용 줄여줘
다시 중개인으로 돌아가 보자. 일견 중개인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대상을 변형하거나 가공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개인은 다수의 거래 상대방과 거래 상품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거래 대상과 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정보탐색비용 내지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파트를 매매하고자 할 때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하여 직접 거래 대상자를 찾아 거래를 수행하였다면, 이 과정에서는 어떠한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된 것이 없는 단순 매매로 인한 소유주의 이전에 불과함으로 GDP 상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다. 하지만 중개인을 통해 아파트를 매매하고자 할 경우, 자신이 직접 거래 대상자를 찾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시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중개인의 전문적인 상담 또한 받을 수 있다. 이는 이전에는 없었던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이다. 이러한 중개인의 역할과 중개인이 가져다 주는 부가가치의 크기는 정보 통신 기술이 미비하여 정보 습득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실로 중요한 것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해당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일이나 물건을 판매하고 싶은데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할 대상자를 알려주는 일은, 직접 제조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폄하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만약 중개인이 없어 거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워질 경우 많은 공급자들은 물건을 만들어도 판매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생산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다시 말해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
‘선택의 역설’ 막아 만족도↑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도 중개인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은 정보가 없는 것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택의 역설로 유발되는 데 ‘선택의 역설’이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견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보다 적합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사람들의 만족감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선택할 대상이 많아지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상을 구별해 내기가 오히려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실제로 최종 선택한 것이 최적의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어 개의 물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때에 비해 백 여 개의 물건을 중에서 골라야 할 때 어떠한 심정일지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개인이라는 명칭을 가진 다양한 직업들은 아직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종류의 중개업무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탄소배출권 중개인이 등장하였다.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인은 기업 내지 국가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단순 중개 업무 외에도 탄소배출권 연구와 신규 고객 발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탄소거래중개인은 10여 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중개인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비단 탄소배출권중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중개인 직업이 계속해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개업무가 필요한 새로운 분야가 형성되어서 이기도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원하는 대상을 손쉽게 찾아주는 중개인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용어 풀이
▨ 선택의 역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오히려 판단력이 흔들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힘들어지게 되고, 결국 소수의 선택권을 가졌을 때보다 더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심지어 결정 자체를 포기하기도 하는 현상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
예를 들어, 보험 중개인의 경우에는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들 중에서 보험계약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용선중개인은 흔히 선박 중개인이라고도 하는데, 화물을 배송하기 위해 선박을 필요로 하는 화주와 자신이 소유한 선박을 통해 운송할 화물이 필요한 선주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중개인마다 하는 업무 영역과 내용은 다소간에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하는 본질적인 역할은 거래를 체결하길 원하는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중에서 서로 거래 조건과 내용이 유사한 대상들을 찾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중개인 업무의 본질적인 측면이 이처럼 두 거래 주체를 연결시켜준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는 이러한 중개인의 업무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볼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GDP 계산 방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GDP란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새로이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여 더한 값이다. GDP의 개념은 ‘어느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 활동에 참여했느냐’에 상관없이 그 나라 안에서 만들어낸 모든 것을 계산한다. 이러한 점에서 GDP는 그 나라의 현재 경제 상황을 잘 알려주는 경제지표로서, 국가 간 경제 규모의 비교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현재 경제 상황을 과거와 비교하여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GDP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앞서 GDP의 정의에도 나와 있듯이 GDP 측정 기간 동안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해야만 GDP에 포함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을 때만 GDP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농부가 땅에 밀을 심어 4만원어치 밀을 생산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제분업자는 농부로부터 4만원 주고 밀을 사다가 10만원 가치의 밀가루를 만들었다. 이 밀가루를 다시 제빵업자가 가져가 빵을 만들어 가정주부에게 20만원에 팔았다고 하자. 이때 최종 생산물은 빵이 되고 GDP에는 새로이 생산된 최종생산물인 20만원이 포함된다. 이렇게 최종 생산물인 빵의 시장가치 20만원으로 계산된 GDP는 각 생산단계에서 유발되는 부가가치의 합과 동일하다. 먼저 농부는 아무 투입비용 없이 밀을 생산했다 가정했기 때문에 농부가 생산해 낸 밀 4만원 전액이 농부가 만들어낸 부가가치에 해당한다. 제분업자의 경우에는 농부로부터 4만원 어치 밀을 사다 이를 10만원의 가치가 있는 밀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분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는 6만원이며, 같은 원리로 10만원의 밀가루를 통해 20만원의 가치가 있는 빵을 만들어 낸 제빵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는 10만원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최종생산물인 빵이 생산되기까지 유발된 모든 부가가치의 합은 농부의 4만원과 제분업자의 6만원 그리고 제빵업자의 10만원을 합한 20만원이 된다. 즉, 최종생산물인 빵의 가치 20만원과 동일하다. GDP를 각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부가가치의 총합으로 계산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탐색 비용 줄여줘
다시 중개인으로 돌아가 보자. 일견 중개인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대상을 변형하거나 가공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개인은 다수의 거래 상대방과 거래 상품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거래 대상과 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정보탐색비용 내지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파트를 매매하고자 할 때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하여 직접 거래 대상자를 찾아 거래를 수행하였다면, 이 과정에서는 어떠한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된 것이 없는 단순 매매로 인한 소유주의 이전에 불과함으로 GDP 상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다. 하지만 중개인을 통해 아파트를 매매하고자 할 경우, 자신이 직접 거래 대상자를 찾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시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중개인의 전문적인 상담 또한 받을 수 있다. 이는 이전에는 없었던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이다. 이러한 중개인의 역할과 중개인이 가져다 주는 부가가치의 크기는 정보 통신 기술이 미비하여 정보 습득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실로 중요한 것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해당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일이나 물건을 판매하고 싶은데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할 대상자를 알려주는 일은, 직접 제조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코 폄하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만약 중개인이 없어 거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워질 경우 많은 공급자들은 물건을 만들어도 판매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생산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다시 말해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
‘선택의 역설’ 막아 만족도↑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도 중개인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은 정보가 없는 것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택의 역설로 유발되는 데 ‘선택의 역설’이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견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보다 적합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사람들의 만족감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선택할 대상이 많아지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상을 구별해 내기가 오히려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실제로 최종 선택한 것이 최적의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어 개의 물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때에 비해 백 여 개의 물건을 중에서 골라야 할 때 어떠한 심정일지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개인이라는 명칭을 가진 다양한 직업들은 아직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종류의 중개업무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탄소배출권 중개인이 등장하였다.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인은 기업 내지 국가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단순 중개 업무 외에도 탄소배출권 연구와 신규 고객 발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탄소거래중개인은 10여 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중개인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비단 탄소배출권중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중개인 직업이 계속해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개업무가 필요한 새로운 분야가 형성되어서 이기도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원하는 대상을 손쉽게 찾아주는 중개인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용어 풀이
▨ 선택의 역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오히려 판단력이 흔들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힘들어지게 되고, 결국 소수의 선택권을 가졌을 때보다 더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심지어 결정 자체를 포기하기도 하는 현상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