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中시진핑 '부패와의 전쟁'…몸사리는 공직자  '도시락 열풍'
“지난 한 해는 호랑이(고위관료)와 파리(하급관리)를 함께 잡는 시기였다. 올해도 독을 치료하기 위해 뼈를 깎아내고 독 오른 손목을 잘라내는 장수의 용기로 ‘당풍염정(黨風廉政·당의 기풍과 청렴한 정치)’을 이루겠다.” 1년여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직에 오르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또 한번 반(反)부패의 고삐를 당겼다. 지난 14일 열린 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 1년 동안 중국에선 정치·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 지갑 닫은 중국 부자들

시진핑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4풍(四風·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 척결’을 외치며 연일 고위 간부들을 낙마시키는 등 강도 높은 반부패 캠페인을 벌여왔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부패 행위로 처벌받은 공무원은 10만8000명에 달한다.

중국 부유층과 고위 공직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리포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부자(자산 1000만위안 이상)의 사치품 소비가 약 15% 줄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 부자들이 명품을 사느라 쓴 돈은 전년(177만위안)보다 줄어든 평균 150만위안(약 2억6000만원)이었다. FT는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반부패와 사치풍조 퇴치 캠페인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사치품 소비세를 40%로 높이면서 명품업계의 타격이 가장 컸다. 글로벌 명품업계 양대 산맥인 리치몬드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올해 이익 전망을 낮췄다. 선물용 명품 시계 소비도 줄면서 지난해 스위스 시계의 중국 수입 규모는 1년 전보다 15% 이상 줄었다. 명품 자동차들도 역풍을 맞았다. 페라리와 벤틀리의 지난해 중화권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5%, 6% 감소했다. 중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마오타이, 우량예 등 고급 주류 업체 14개사의 시가총액은 1년 새 약 40% 줄었다.

#도시락 점심·도서관 회의 유행

중국 공직 사회와 일반 가정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공무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청렴 원칙에 따라 외부인과의 회의를 호화 레스토랑이나 호텔이 아닌 도서관과 대학교에서 열고 있다. 화려한 불꽃놀이는 물론 연말이면 늘 찍어대던 달력과 연하장도 사라졌다. 점심식사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출장 때는 저가항공을 이용한다. 물론 반부패 정책으로 인해 웃는 사람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공료, 호텔 숙박료, 레스토랑 음식 가격 등이 일제히 내려가는 추세여서 이런 할인 혜택을 즐기려는 중산층들은 오히려 지갑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저녁시간대 매출은 전년 대비 30~40%가량 줄었다. 위기를 느낀 일부 호텔은 직장인들을 위한 36위안(약 6300원) 점심, 181위안(약 3만원) 저녁 뷔페 등을 내놓고 있다. 에어차이나 등 중국 항공사들도 비즈니스석 등 항공료를 1년 새 7~10% 내렸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사치품 규제에 칼을 빼들어도 중국인들의 소비 성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루퍼트 후거워프 후룬리포트 수석연구원은 “보석, 시계 등 전통적인 명품 소비가 줄면서 건강과 의료, 교육 등으로 소비가 옮겨가는 추세”라며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이민을 준비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중국 부자의 비중은 15%에 이른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엔'버블론'

한편 중국의 대도시 집값이 지난해 최고 20% 넘게 오르는 등 집값 상승세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광저우의 집값(신규주택 기준)은 지난해 20.1%나 올랐다. 또 선전 19.9%, 상하이 18.2%, 베이징은 16.0% 오르는 등 대도시 집값이 전국 평균(9.9%)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도 70개 도시 중 65개의 집값이 올라 부동산 상승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자 2011년 외지인의 주택구매를 제한하고 상하이와 충칭에 부동산 보유세를 시범 도입했다. 또 지난해 초에는 도시별로 주택가격 통제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집값 억제를 추진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주택가격이 올라도 주택대출 상환 부담을 늘리는 조치 등을 제외하고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부동산 보유세의 전국 확대도 계속 미루고 있다.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은 지난해 11월 주택대출금에 대한 첫 상환금 비율을 기존 60%에서 70%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지만 집값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