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한인타운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이 가게 내에서 장시간 머물던 한인 노인 손님들이 영업을 방해한다며 경찰을 불러내 쫓아낸 일이 발생했다. 매장 측은 “한인 노인들이 겨우 1달러짜리 감자튀김을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 다른 손님이 앉을 공간도 없다”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교포 사회는 인종과 노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맥도날드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사건 발생 며칠 후 양측은 서로 양보와 타협으로 화해했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미국인들과 현지 교민사회는 물론 한국인들 사이에도 패스트푸드점에 오래 앉아 있는 고객을 쫓아낸 조치가 옳은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관련 기사에는 하도 많은 댓글이 폭주해 댓글창을 폐쇄하는 공지까지 달렸다. 이번 갈등에 대해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는 것은 영업방해”라는 입장에서부터 “사회적 약자인 노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찬성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곤란"
버지니아에 사는 앤더슨(아이디명)은 “1달러가 조금 넘는 감자튀김과 커피 한 잔을 사놓고 계속 앉아 있는 것은 매너와 배려심이 없는 것”이라며 “짐 싸서 나가야 한다”고 비난했다. 뉴욕에 산다는 수(아이디)는 “나도 문제가 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음식을 사먹으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 선 채로 쓰레기통 위에 음식을 놓고 먹었다”면서 “자신들의 집에서 모이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서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누리꾼은 “손님들의 행동은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가게에 공짜로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것과 같다”고 흥분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러한 일을 청소년들이 저지르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분노하면서 맥도날드 편을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누리꾼 중에도 “어글리 코리안의 전형이다. 1달러 감자튀김 시켜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냐” “장사하는 사람도 생각해 줘야지”라며 맥도날드 측의 조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있었다. IBIB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패스트푸드 매장의 주 고객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은데 노인들이 한쪽에 계속 진을 치고 있으면 손님 입장에서 좋은 인상을 갖기 힘들고 이는 매장의 영업에도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한인 노인들이 거의 매일 같이 찾아와 몇 시간씩 있었다면 맥도날드 측 조치를 결코 심하다고 비난만 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 "건장한 젊은이들에게도 그랬겠나?"
오클라호마에 산다는 조이스 콜먼은 “나이든 사람들은 계단 때문에 지하에 있는 노인센터에조차 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노인들도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 세상에 있고 싶지 밀폐된 지하 노인센터에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캐나다에 거주한다는 아이디명 아카데미아 넛은 “맥도날드가 나이든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거대 회사가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친목의 자리를 지역사회에 내놓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제안했다. 뉴욕의 토니 글로버는 “문화적 차이, 연령문제가 이번 일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특히 인종 문제도 개입돼 있는 것 같다”면서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노인들이 몰려드는 것은 그만큼 맥도날드가 조명이 좋거나, 계단이 없거나, 경치가 좋거나 등등의 특별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노인들을 너그럽게 대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미국 교포 K씨는 “미국인들 분명히 인종 차별 심하다. 불매운동 찬성한다.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게 이번에 한인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격분했다. 국내 누리꾼 중에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qkrwlsgml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손님은 20분 내에 매장을 떠나야 한다고 해당 맥도날드 매장이 써 붙였다고 하지만 젊고 건장한 손님이 많은 메뉴를 시키고 30분 앉아 있었다고 경찰을 불렀겠느냐”며 “소수 인종과 노인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생각하기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서는 ‘맥도날드 할머니’에 대한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밤만 되면 맥도날드나 패스트푸드점에 찾아와 밤을 지새운 뒤 해가 뜨면 매장을 나가는 할머니 이야기였다. 결국 할머니는 운명을 달리했지만 맥도날드는 오갈 데 없는 노인을 어둡고 추운 밤으로부터 지켜주는 나름의 ‘쉼터’와 같은 기능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과 미국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이나 사교 문화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는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다방문화’ 내지는 ‘기원문화’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거의 없고 이것이 이번 갈등의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패스트푸드점뿐 아니라 커피숍도 장시간 머무는 손님들 문제로 골치를 앓는 요즘이다. 커피숍에는 젊은이가 훨씬 많아 꼭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커피 전문점들은 사실 이런 편한 공간 때문에 손님이 모여들기도 한다. 햄버거 체인은 약간 분위기가 다르지만 손님을 회전시켜야 하는 매장 측과 안락한 곳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해 좀 더 오래 있으려는 손님 사이에는 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존중해 한 발짝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곤란"
버지니아에 사는 앤더슨(아이디명)은 “1달러가 조금 넘는 감자튀김과 커피 한 잔을 사놓고 계속 앉아 있는 것은 매너와 배려심이 없는 것”이라며 “짐 싸서 나가야 한다”고 비난했다. 뉴욕에 산다는 수(아이디)는 “나도 문제가 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음식을 사먹으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 선 채로 쓰레기통 위에 음식을 놓고 먹었다”면서 “자신들의 집에서 모이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서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누리꾼은 “손님들의 행동은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가게에 공짜로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것과 같다”고 흥분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러한 일을 청소년들이 저지르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분노하면서 맥도날드 편을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누리꾼 중에도 “어글리 코리안의 전형이다. 1달러 감자튀김 시켜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냐” “장사하는 사람도 생각해 줘야지”라며 맥도날드 측의 조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있었다. IBIB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패스트푸드 매장의 주 고객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은데 노인들이 한쪽에 계속 진을 치고 있으면 손님 입장에서 좋은 인상을 갖기 힘들고 이는 매장의 영업에도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한인 노인들이 거의 매일 같이 찾아와 몇 시간씩 있었다면 맥도날드 측 조치를 결코 심하다고 비난만 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 "건장한 젊은이들에게도 그랬겠나?"
오클라호마에 산다는 조이스 콜먼은 “나이든 사람들은 계단 때문에 지하에 있는 노인센터에조차 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노인들도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 세상에 있고 싶지 밀폐된 지하 노인센터에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캐나다에 거주한다는 아이디명 아카데미아 넛은 “맥도날드가 나이든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거대 회사가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친목의 자리를 지역사회에 내놓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제안했다. 뉴욕의 토니 글로버는 “문화적 차이, 연령문제가 이번 일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특히 인종 문제도 개입돼 있는 것 같다”면서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노인들이 몰려드는 것은 그만큼 맥도날드가 조명이 좋거나, 계단이 없거나, 경치가 좋거나 등등의 특별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노인들을 너그럽게 대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미국 교포 K씨는 “미국인들 분명히 인종 차별 심하다. 불매운동 찬성한다.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게 이번에 한인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격분했다. 국내 누리꾼 중에도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qkrwlsgml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손님은 20분 내에 매장을 떠나야 한다고 해당 맥도날드 매장이 써 붙였다고 하지만 젊고 건장한 손님이 많은 메뉴를 시키고 30분 앉아 있었다고 경찰을 불렀겠느냐”며 “소수 인종과 노인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생각하기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서는 ‘맥도날드 할머니’에 대한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밤만 되면 맥도날드나 패스트푸드점에 찾아와 밤을 지새운 뒤 해가 뜨면 매장을 나가는 할머니 이야기였다. 결국 할머니는 운명을 달리했지만 맥도날드는 오갈 데 없는 노인을 어둡고 추운 밤으로부터 지켜주는 나름의 ‘쉼터’와 같은 기능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과 미국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이나 사교 문화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는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다방문화’ 내지는 ‘기원문화’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거의 없고 이것이 이번 갈등의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패스트푸드점뿐 아니라 커피숍도 장시간 머무는 손님들 문제로 골치를 앓는 요즘이다. 커피숍에는 젊은이가 훨씬 많아 꼭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커피 전문점들은 사실 이런 편한 공간 때문에 손님이 모여들기도 한다. 햄버거 체인은 약간 분위기가 다르지만 손님을 회전시켜야 하는 매장 측과 안락한 곳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해 좀 더 오래 있으려는 손님 사이에는 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존중해 한 발짝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