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까지 우리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요약방식을 배웠습니다. 잊지 않으셨다면, ‘제시문 (가)는’을 주어로 하는 1번 요약과, ‘제시문 (가)에 의하면’을 앞세우는 3번 요약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기본 요약 방식에 관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논술을 배우다 보면, 즉 학교에서 배우든, 인강으로 배우든, 책으로 배우든 서로 다르게 이해되는 부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걸 오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해 1: 요약은 중요치 않다?
흔히 파이널 시즌이라고 하는 수시 막바지 대비 수업을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학기 초가 아니라 아마도 8월이나 9월의 이야기이겠지요. 뭐 이런 것입니다. ‘정교한 방식의 요약은 그다지 필요없다. 답을 맞히는 데 주력해라.’
어찌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채점자들은 정말로 꼼꼼하게 답안지를 볼 수 없거든요. 꼼꼼하게 읽기에 인간의 집중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OMR카드로 읽을 수도 없지요. 이것은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자연스레 채점자들 역시 세부적으로 읽기보다는, 제대로 내용을 파악했는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훑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 제가 생글논술경시대회의 출제나 채점을 하고 있는 지 벌써 5~6년이 되었지만, 그 수천 장의 답안지를 세부적으로 다 읽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정교하게 읽으려면 아마 한 달로는 분명 모자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답을 맞힌 답안지를 골라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결론적으로 미리 말하자면 ‘답을 맞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요약을 아무리 잘 해봐야 답을 틀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째, 그 답을 맞힌 학생이 나 하나는 아니란 것이지요. 분명 많은 학생들이 출제자와 유사한 방향의 답안을 써서 냈을 것입니다. 생글논술경시대회를 기준으로 본다면 대략 20~30%의 학생들이 그렇지요. (너무 적나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논술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렇다면 20~30%의 학생들을 다 합격시켜주느냐? 절대 아니지요! 그중에서 또 골라냅니다. 물론 더 정확하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한 답안을 골라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시문의 내용과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답안이 필요합니다. 요약이란, 기본적으로 제시문이 주장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요약하는 것이므로, 제시문의 논증 방식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거든요. 당연히 이 제시문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정교한 독해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둘째, 요약을 정교하게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시문의 구조에 맞게 풍부하게 내용을 뽑아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답만 찾다보면 생기는 가장 흔한 폐해는,‘비슷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쓰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렇게 답을 쓰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왜 그런 답이 도출되었는지를 쓰기보다는, 대략적인 독해를 가지고 말 그대로 ‘답’만 쓰는 것이지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도 됩니다. 제시문의 내용을 정교하게 재구성한 답안과, 그냥 보이는 대로 답만 골라서 쓴 답안 중 어느 답안을 합격 답안으로 해야 하는지 말이지요. 요약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도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요약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답안지를 채우는 대부분의 일입니다. 요약이 제대로 될 때, 답안지 대부분의 내용이 유효하게 보여집니다. 그게 아니라면 ‘했던 말 또 하고, 바꿔서 하고, 반복해서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8~9월이 되면 누군가는 ‘요약보다는 답에 집중해라’라는 말을 하는 걸까요? 그야, 그때는 이미 요약을 배우기에 너무 늦었기 때문이지요. 맞습니다. 그때는 너무 늦습니다. 요약을 제대로 익히기까지 걸리는 약 6~8주의 시간을 소요하기에 너무 빠듯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답만 맞히는 전략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연이라도, 그렇게 잘 된다면 손해볼 것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요행을 노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실력을 가지고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꼼꼼히 찾아 올라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해 2: 요약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이런 오해 역시 꽤 흔합니다. 아마도 학생 답안지를 많이 보지 못한 경우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쓰도록 유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편하게 칭찬만 하는 수업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답안지들을 채점하다 보면, 즉 1년에 만 장 넘게 답안지를 보다 보면 분명 정해진 틀이 일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학생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형태들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마도 이런 형태들은 대부분 대학교 측에서 발표하는 예시답안형태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므로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해진 틀을 써도 됩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진 내용입니다. 가령 1만명이 보는 논술대회가 있다고 친다면 그 중 3000명은 ‘제시문 (가)는 ~라고 말한다’를, 나머지 7000명은 ‘제시문 (가)에 의하면’을 사용합니다. 누군가 이걸 보고 ‘뭐야, 다 똑같이 썼잖아’라고 문제삼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 7000명에게 페널티를 주기에 이미 너무 널리 퍼진 방식이거든요. 제가 말씀드린 1번과 3번 요약이 그런 것입니다. 이미 10년 넘게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틀에 맞게 내용을 채워넣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인 것입니다.
오해 3: 요약에는 정해진 틀이 있다?
이게 무슨 모순이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의 내용과 충돌하지요? 하지만 이번에 말씀드릴 것은 이런 것입니다. 1번과 3번 요약에 있어 외연과 내연이라는 내용적 측면을 고집하되, 그것이 암기된 방식으로 구사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가령 1번 요약은 ‘2문장, 150자’ 이런 식으로 고정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문제에 맞게 바뀔 뿐입니다. 즉 요구되는 분량에 맞게 바뀔 뿐입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 2개에 400자 문제라면 150자 요약이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화여대처럼 분량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꼭 그 분량을 지킬 이유가 없지요. 여유 있게 외연을 늘림으로써, 3문장 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서강대나 연세대는 뭐 4~5문장도 가능합니다. 결국은 외연을 늘리는 것이지요. 확실히 분량이 늘어나게 되면 요약에 대한 부담이 다소 적어집니다. 연결관계만 제대로 해놓는다면 찾은 문장을 그대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해도 무리가 없거든요.(이렇게 늘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하기 유형’에서 다시 안내해드릴 예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말씀드리는 어떠한 틀도 꼭 엄격하게 수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문제조건에 맞게, 분량에 맞게 재조정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요약에 익숙해진다면 분명 비교하기 문제에서 두 번째 제시문 요약, 즉 (나)의 요약을 3문장으로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생길 것입니다. (중간결론 사용 : 4번 요약) 저도 이런 방식을 꽤 좋아하거든요. 그러므로 이런 것은 자신만의 특색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나중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명하기나 비판하기, 혹은 어떤 문제라도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에 맞게 요약을 하는 것뿐입니다. 문제가 (가) 전체를 요약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가)의 특정한 관점만 요약하라고 요구하기도 하며, 한편 (가)를 문제조건에 맞게 적용 요약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은 문제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결정될 뿐입니다.
나아가 문제를 계속 풀다 보면 문제유형에 따라서 요약의 길이가 달라질 수도, 혹은 제시문의 인용방식이 생략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유형에 따라 배워야 하는 것들입니다. 뭐 이리 복잡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논술 문제가 엄청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그 기준이 되는 대학으로 경희대와 이화여대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전국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 두 대학의 예시답안 패턴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라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가이드북을 현실성 있게 만들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 두 대학의 요약방식이 서로 조금 다르다는 데에 있습니다. 재밌지요? 물론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 “답이나 맞히시오.” 두 대학 다 답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 중요한 대학입니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요약을 틀에 맞게 하되, 문제가 요구하는 바에 들어맞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쓴 후에는 예시답안을 2~3개씩 보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요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대로 자기 자신의 글만 첨삭받고 끝낸다면 글 솜씨가 늘 리 없습니다. 책을 읽어야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기듯, 쓰기만 한다고 실력이 늘진 않거든요. 너무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매년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배우고, 대학을 갑니다. 초단기로 배워서, 쓱싹 대충 썼더니 붙었다는 이야기는 정말로 신화인 셈이지요. 세상에 그런 일이 흔하다면 ‘세상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겠지요?
지금까지 연재된 ‘요약에 관련된 내용들’(1번, 3번 요약)을 정리된 pdf를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sgsgnote@gmail.com으로 이름과 소속학교를 적어서 보내주세요. 앞으로도 계속 되는 연재를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하나의 교재가 될 수 있답니다.
이용준 < S·논술 인문 대표강사 > sgsgnote@gmail.com
오해 1: 요약은 중요치 않다?
흔히 파이널 시즌이라고 하는 수시 막바지 대비 수업을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학기 초가 아니라 아마도 8월이나 9월의 이야기이겠지요. 뭐 이런 것입니다. ‘정교한 방식의 요약은 그다지 필요없다. 답을 맞히는 데 주력해라.’
어찌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채점자들은 정말로 꼼꼼하게 답안지를 볼 수 없거든요. 꼼꼼하게 읽기에 인간의 집중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OMR카드로 읽을 수도 없지요. 이것은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자연스레 채점자들 역시 세부적으로 읽기보다는, 제대로 내용을 파악했는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훑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 제가 생글논술경시대회의 출제나 채점을 하고 있는 지 벌써 5~6년이 되었지만, 그 수천 장의 답안지를 세부적으로 다 읽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정교하게 읽으려면 아마 한 달로는 분명 모자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답을 맞힌 답안지를 골라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결론적으로 미리 말하자면 ‘답을 맞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요약을 아무리 잘 해봐야 답을 틀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째, 그 답을 맞힌 학생이 나 하나는 아니란 것이지요. 분명 많은 학생들이 출제자와 유사한 방향의 답안을 써서 냈을 것입니다. 생글논술경시대회를 기준으로 본다면 대략 20~30%의 학생들이 그렇지요. (너무 적나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논술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렇다면 20~30%의 학생들을 다 합격시켜주느냐? 절대 아니지요! 그중에서 또 골라냅니다. 물론 더 정확하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한 답안을 골라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시문의 내용과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답안이 필요합니다. 요약이란, 기본적으로 제시문이 주장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요약하는 것이므로, 제시문의 논증 방식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거든요. 당연히 이 제시문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정교한 독해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둘째, 요약을 정교하게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제시문의 구조에 맞게 풍부하게 내용을 뽑아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답만 찾다보면 생기는 가장 흔한 폐해는,‘비슷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쓰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렇게 답을 쓰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왜 그런 답이 도출되었는지를 쓰기보다는, 대략적인 독해를 가지고 말 그대로 ‘답’만 쓰는 것이지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도 됩니다. 제시문의 내용을 정교하게 재구성한 답안과, 그냥 보이는 대로 답만 골라서 쓴 답안 중 어느 답안을 합격 답안으로 해야 하는지 말이지요. 요약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도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요약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답안지를 채우는 대부분의 일입니다. 요약이 제대로 될 때, 답안지 대부분의 내용이 유효하게 보여집니다. 그게 아니라면 ‘했던 말 또 하고, 바꿔서 하고, 반복해서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8~9월이 되면 누군가는 ‘요약보다는 답에 집중해라’라는 말을 하는 걸까요? 그야, 그때는 이미 요약을 배우기에 너무 늦었기 때문이지요. 맞습니다. 그때는 너무 늦습니다. 요약을 제대로 익히기까지 걸리는 약 6~8주의 시간을 소요하기에 너무 빠듯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답만 맞히는 전략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연이라도, 그렇게 잘 된다면 손해볼 것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요행을 노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실력을 가지고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꼼꼼히 찾아 올라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해 2: 요약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이런 오해 역시 꽤 흔합니다. 아마도 학생 답안지를 많이 보지 못한 경우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쓰도록 유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편하게 칭찬만 하는 수업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답안지들을 채점하다 보면, 즉 1년에 만 장 넘게 답안지를 보다 보면 분명 정해진 틀이 일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학생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형태들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마도 이런 형태들은 대부분 대학교 측에서 발표하는 예시답안형태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므로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해진 틀을 써도 됩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진 내용입니다. 가령 1만명이 보는 논술대회가 있다고 친다면 그 중 3000명은 ‘제시문 (가)는 ~라고 말한다’를, 나머지 7000명은 ‘제시문 (가)에 의하면’을 사용합니다. 누군가 이걸 보고 ‘뭐야, 다 똑같이 썼잖아’라고 문제삼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 7000명에게 페널티를 주기에 이미 너무 널리 퍼진 방식이거든요. 제가 말씀드린 1번과 3번 요약이 그런 것입니다. 이미 10년 넘게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틀에 맞게 내용을 채워넣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인 것입니다.
오해 3: 요약에는 정해진 틀이 있다?
이게 무슨 모순이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의 내용과 충돌하지요? 하지만 이번에 말씀드릴 것은 이런 것입니다. 1번과 3번 요약에 있어 외연과 내연이라는 내용적 측면을 고집하되, 그것이 암기된 방식으로 구사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가령 1번 요약은 ‘2문장, 150자’ 이런 식으로 고정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문제에 맞게 바뀔 뿐입니다. 즉 요구되는 분량에 맞게 바뀔 뿐입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 2개에 400자 문제라면 150자 요약이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화여대처럼 분량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꼭 그 분량을 지킬 이유가 없지요. 여유 있게 외연을 늘림으로써, 3문장 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서강대나 연세대는 뭐 4~5문장도 가능합니다. 결국은 외연을 늘리는 것이지요. 확실히 분량이 늘어나게 되면 요약에 대한 부담이 다소 적어집니다. 연결관계만 제대로 해놓는다면 찾은 문장을 그대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해도 무리가 없거든요.(이렇게 늘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하기 유형’에서 다시 안내해드릴 예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말씀드리는 어떠한 틀도 꼭 엄격하게 수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문제조건에 맞게, 분량에 맞게 재조정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요약에 익숙해진다면 분명 비교하기 문제에서 두 번째 제시문 요약, 즉 (나)의 요약을 3문장으로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생길 것입니다. (중간결론 사용 : 4번 요약) 저도 이런 방식을 꽤 좋아하거든요. 그러므로 이런 것은 자신만의 특색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나중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명하기나 비판하기, 혹은 어떤 문제라도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에 맞게 요약을 하는 것뿐입니다. 문제가 (가) 전체를 요약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가)의 특정한 관점만 요약하라고 요구하기도 하며, 한편 (가)를 문제조건에 맞게 적용 요약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은 문제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결정될 뿐입니다.
나아가 문제를 계속 풀다 보면 문제유형에 따라서 요약의 길이가 달라질 수도, 혹은 제시문의 인용방식이 생략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유형에 따라 배워야 하는 것들입니다. 뭐 이리 복잡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논술 문제가 엄청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그 기준이 되는 대학으로 경희대와 이화여대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전국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 두 대학의 예시답안 패턴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라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가이드북을 현실성 있게 만들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 두 대학의 요약방식이 서로 조금 다르다는 데에 있습니다. 재밌지요? 물론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 “답이나 맞히시오.” 두 대학 다 답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 중요한 대학입니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요약을 틀에 맞게 하되, 문제가 요구하는 바에 들어맞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쓴 후에는 예시답안을 2~3개씩 보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요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대로 자기 자신의 글만 첨삭받고 끝낸다면 글 솜씨가 늘 리 없습니다. 책을 읽어야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기듯, 쓰기만 한다고 실력이 늘진 않거든요. 너무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매년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배우고, 대학을 갑니다. 초단기로 배워서, 쓱싹 대충 썼더니 붙었다는 이야기는 정말로 신화인 셈이지요. 세상에 그런 일이 흔하다면 ‘세상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겠지요?
지금까지 연재된 ‘요약에 관련된 내용들’(1번, 3번 요약)을 정리된 pdf를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sgsgnote@gmail.com으로 이름과 소속학교를 적어서 보내주세요. 앞으로도 계속 되는 연재를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하나의 교재가 될 수 있답니다.
이용준 < S·논술 인문 대표강사 >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