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의회 해산 및 조기총선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지난 9일 정국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이런 제안을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에 반정부 시위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10일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의 타도를 선언하고 나서 정국은 안갯속에 빠졌다.

# 탁신 사면안에서 촉발

지난달 1일 태국 하원에서는 정치 사건과 시위에 연관된 정치인 등을 사면해주는 포괄적 사면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한 것이란 평가와 함께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는 점점 격화됐고 지난달 30일에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간 유혈 충돌까지 생겼다.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방콕 외곽 라자만갈라 스타디움 근처에서 잉락 총리 정부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진영과 반정부 시위대에 속한 람캄행 대학생 간 총격전이 발생해 첫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최소 5명이 사망하고 289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진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일을 승리를 위한 디데이(D-day)로 정하고 총리청사, 국립경찰본부, 방콕시경, 교육부, 두씻 동물원, 내무부, 외무부 등 10개 주요 정부청사를 점거하는 최후의 돌격을 강행했다. 경찰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에 대한 해산을 시도했다. 정부는 1일 시위를 앞두고 경찰 2만여명과 군병력 3000명을 배치했다. 지난달 초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 된 후 군병력이 방콕시내 치안 유지를 위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5일 국왕 생일을 앞두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시위는 6일 반정부 시위 지도자가 또 한번의 최후의 결전을 촉구한 후 다시 격화되고 있다.

# 실패한 잉락 총리의 승부수

잉락 친나왓 총리는 9일 “정국 상황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고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잉락 총리는 “새로운 내각이 생길 때 까지 총리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잉락 총리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타협으로 위기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위대가 거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잉락 총리는 8일 “총리직을 사퇴하고 의회를 해산할 용의가 있다”며 반정부 시위대가 제시한 국민회의 구성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회 해산에 대한 반정부 시위대의 반응은 차갑다. 농민, 노동자 등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어 총선을 실시해도 민주당 등 보수 야권이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의회 해산 제안이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다시 획득하기 위한 정치적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선거는 선거제도, 경찰 등의 개혁을 완수한 뒤에만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은 이번 시위를 멈추기에 충분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잉락 총리의 사퇴 시한으로 24시간을 부여한다며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총리 퇴진 요구는 국민회의와 국민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전 부총리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구성한 후 이들로 하여금 총리와 각료를 선출하는 ‘국민정부’를 구성하자고 주장해왔다. 태국은 총선에 의해 선출된 의원만 총리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가 해산된 상황에서 총리가 물러나면 총리직을 수행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

# 시선 쏠리는 군부 움직임

총리의 의회 해산 선언에도 불구, 반정부 시위대가 대규모 시위에 돌입한 가운데 잉락 총리는 시위대의 퇴진 압력에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헌법에 따라 과도 총리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조기총선까지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잉락 총리는 “시위대에 할 수 있는 만큼 양보했다”며 “나 역시 똑같이 대우를 받길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수텝 전 총리는 시위의 다음 목표를 탁신 가족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10일 시위대를 향한 연설에서 “3일 안에 끝나지 않으면 탁신 가족들은 평생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탁신 일가가 전 국민으로부터 모욕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태국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군부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18번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2006년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가 실각한 것도 군부 쿠데타 때문이었다. 군은 2009년과 2010년 친탁신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바 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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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부사장에 메리 바라…'100년 유리천장' 깨지다

[Global Issue] 태국 정국 안갯속으로…의회 해산카드 먹힐까?
내년 1월부터 GM을 이끌 메리 바라 부사장(51·사진)은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마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CEO와 함께 ‘100년의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경영인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10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블루칩(우량 기업)의 100년 묵은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GM과 IBM, 록히드마틴은 각각 자동차, 컴퓨터 하드웨어, 방위산업 분야에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미국의 대표 블루칩이다. 또 이공계 인재들이 활약하는 대표적인 ‘남자들의 영역’으로 분류돼왔다. WSJ는 “자동차 업계까지 여성 리더가 등장하면서 산업 전 분야의 여풍(女風)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명의 여성 CEO는 모두 30년 이상 한우물을 팠다는 점에서 닮았다. 전기공학도였던 바라 부사장은 18세 때 GM의 인턴직부터 시작했다. 휴슨 CEO는 1983년 선임 엔지니어로 입사해 계열사인 에어로노틱스 부사장, 물류서비스 부문 사장, 시스템 통합 부문 대표 등을 지냈다. 2011년 취임한 로메티 CEO 역시 1981년 입사해 시스템 엔지니어를 거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온 경우다.

위기를 만났을 때 정면돌파하는 성향도 비슷하다. 엔지니어 출신인 바라 부사장은 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자동차 모델별 담당 인원을 3명에서 1명으로 감축하고 생산 단계를 줄이는 등의 비용 절감을 했다. 휴슨 CEO는 취임 직후 정부의 재정절벽 위기를 맞닥뜨리자 조직 통합과 임금 삭감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로메티 CEO는 하드웨어 회사인 IBM을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꾸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