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을 높일 ‘묘안’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空約)’으로 끝날 것인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고용정책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잘만 된다면 고용률 70% 달성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선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선 정책 취지는 좋으나 이를 뒷받침할 정부 정책의 허점이 많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고용률 70% 위한 주력 정책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 교사 등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삼성 등 10개 주요 그룹 82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채용박람회도 열었다. 28개 기업은 3500개 일자리에 대한 현장 면접도 실시했다. 박람회에는 3만여명의 구직자가 몰리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주력 정책으로 여성 경력 단절자 퇴직자 등이 △전일제 근무가 아닌 하루 4~6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의 130% 이상 급여와 각종 복리후생을 누리는 고용형태다. 정부는 이런 일자리를 2017년까지 93만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 91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인건비 지원 예산으로 195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최대 월 80만원(연 960만원)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또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고용보험을 2년간 지원해주기로 했다. 책정 예산은 101억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예산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등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만 늘린다" 우려도

“오후 4시에 퇴근해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일하면서 육아 걱정이 없어 행복해요.” 스타벅스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김희선 씨의 말이다. 김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 5일만 근무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시간선택제 근무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추진 계획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 기업이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3만5000여개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기업 인건비 지원액도 고작 3000여명만 혜택을 보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로 인한 고용시장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이른바 알바(아르바이트)와 다른 질 좋은 일자리라고 강조한다. 알바보다 더 임금 조건이 좋고 근로기간도 정년까지 보장해준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시간선택제에만 좋은 조건을 부여할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알바, 기간제 일자리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시급제 계약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들이 시간선택제 근로자와 동등한 급여 및 복리후생을 요구할 경우 노동시장 전반에 큰 파장이 일 것”이라며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인력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층은 '풀타임'이 바람직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핵심 타깃은 크게 두 집단이다. 경력단절여성(직장을 다니다 가사·육아문제로 그만둔 여성)과 50~60대 중장년 퇴직인력이다. 대학원생 등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청년층도 대상이기는 하지만 청년층은 채용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했다. 이 대목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바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청년층 고용을 ‘구축(驅逐)’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계획을 보면 공무원 신규채용 때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인원을 내년 3%에서 2017년 6%(국가공무원), 9%(지방공무원)로 의무화했다. 정원이 종전보다 늘어날 경우엔 정원 증가분의 20%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뽑는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는 의무적으로 뽑아야 하는 인력 중 대다수는 경력단절 여성과 중장년 퇴직인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생애 첫 직장을 찾는 청년층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얻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경력단절 여성과 퇴직인력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회를 열고 고용시장 용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해 공무원 채용인원이 1만명 정도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기자/손정희 연구원 chihiro@hankyung.com


美는 '유연근무' 붐…IBM 뉴욕사업부 "120명 중 5명만 출근"

[Focus] 시간 선택제, 주부여성·퇴직자에겐 '기회'
IBM 뉴욕지사의 비즈니스사업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120명이다. 그러나 회사로 출근하는 직원은 5명뿐. 115명은 유연근무자들이다. 25명은 1주일 내내 집에서 근무하는 풀타임 재택근무자, 25명은 1주일에 하루나 이틀 집에서 일하는 반(半)재택근무자다. 65명은 집에서 가까운 지점이나 컴퓨터 책상 등을 갖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한다. 사업부 직원의 95.8%가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톰 바인즈 비즈니스사업부장은 “재택근무는 매우 앞선 유연근무 형태로 출퇴근 시간과 차량 이용에 따른 기름값, 사무실 비용을 아끼면서 업무 성과는 높일 수 있어 직원과 회사 모두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정보기술(IT) 기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재택근무 재량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크게 늘고 있다. 삶과 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인센티브로 작용해 우수 인재 유인책으로도 쓰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유연근무자에 대해 성과 관리를 철저히 한다. 재택근무자의 성과가 떨어지면 유연근무 권리를 박탈하고 심한 경우 임금도 깎는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고한다. 근무에 자율성을 부여한 만큼 성과에는 확실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저성과자에 대한 근태관리도 철저하다. 근무시간 중 인터넷 사이트 접속 수 등을 일일이 따져보고 문제가 있으면 제재한다. 상관은 물론 동료들이 다각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근무태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동료 평가 비중은 30% 안팎으로 근무태도가 좋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