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9> 논술 유형 이론- (1) 독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2014학년도 생글논술 첨삭노트를 연재합니다. 이 연재를 따라오면 어느새 논술의 기본 유형들을 이해하게 되실 거예요. 특히 학교 현장에서 논술 수업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초보 논술 교사분들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14학년도 연재는 기존 연재보다 양을 줄이면서 정말로 실전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는 내용만을 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독해의 기본 원리 : 제시문 파악하기

우선 무엇보다 논술 문제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면 일정한 수의 제시문과 그에 딸린 조건,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원고지 분량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2013학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분량은 전체적으로 1500~2000자가 되겠군요. 이 분량을 무턱대고 채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좀 더 적은 분량의 글쓰기부터 배워야겠지요. 그렇다고 글쓰기부터 배우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 읽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겠네요. “수능 국어 영역의 읽기와 많이 다른가요?” 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국어 영역의 읽기와 제시문의 주제나 소재는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걸 단지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 내용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서 원고지에 써넣어야 한다는 게 다르지요. 즉, 읽기의 깊이가 다릅니다. ‘이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지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정확히 찾아내거나, ‘이게 다른 제시문과는 무슨 관계인지’를 찾아내는 것은 확실히 더 어려운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 필자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제시문의 패턴을 살펴보도록 하죠.

(1) 맨 앞 혹은 맨 뒤에 정확하게 핵심을 담아놓은 제시문


① 핵심문장 A1
② 왜 A1인지에 대한 설명1
③ 왜 A1인지에 대한 설명2

④ [반복] 핵심문장 A2

관련된 연결어 : 그러므로, 즉, 결국, 따라서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제시문 구조입니다. 당연히 매우 친절한 구조라서, 우리가 오해할 일이 없겠지요. 우리가 실제 시험장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제시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답을 알려주는 제시문은 많이 없죠. 저 위의 ①②③④는 문단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의미군이라고 생각하죠. 즉, 위 제시문은 4개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하세요. 맨 앞과 뒤에 중요한 내용을 담아놓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①이든 ④를 보고 ‘아하, 이런 뜻이구나’를 알아차리면 되죠. 이런 구조에서 흔히 사용되는 연결어(접속어)는 <그러므로, 즉, 결국, 따라서> 등이므로 그 신호를 알아차리기도 쉽지요? 다만, 요약을 하기 위해서는 ①이나 ④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손을 보는 게 좋겠지요?

(2) not A but B를 이용한 구조

① Not A에 대한 설명1
② Not A에 대한 설명2
<핵심> ③ But B에 대한 주장[핵심]

④ But B에 대한 근거

관련된 연결어 : 하지만, A가 아니라 B, 이와 달리

아마 논술 제시문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 중 하나일 겁니다. 먼 훗날 생각해보면 이걸 제가 왜 그리 중요하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당락을 결정짓는 구조거든요. 특히 상위권 대학에서 독해를 중점으로 문제를 낼 때는 꼭 이런 식의 제시문을 끼워 넣는답니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경희대, 건국대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not A but B를 찾는 게임이나 다를 바가 없거든요.

구조상으로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죠? ①②에서는 오히려 not A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 현혹되면 안되겠지요? but B를 알려주는 친절한 연결어가 반드시 등장하니, 그것만 확인하면 ‘아하, 이런 구조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3)예시나 에피소드를 이용한 구조

① 에피소드(예시)에 대한 전개1
② 에피소드(예시)에 대한 전개2
<핵심> ③ 에피소드(예시)에 대한 의미 부여


관련된 연결어 : 이러한, 이렇듯

제시문에는 어려운 독해용 제시문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예시, 혹은 문학작품 등을 사용할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는 하나의 흐름으로 방향이 전개되지만, 그 과정상 에피소드 부분과 그 의미 부분으로 구분되는 것이지요. 뜻을 오해할 일은 없지만 요약이 다소 난감하긴 하죠? 에피소드에서 정확하게 의미로 넘어가는 그 과정 자체를 정교하게 봐야 할테니 말이에요. 이런 제시문은 경기대, 광운대, 가톨릭대, 덕성여대와 같이 중하위권 대학에서 주로 사용한답니다.

(4) 나열식 설명문 구조

이 제시문은 일반적인 주장문이 아니라 나열식 설명문입니다. 즉, 어떤 항목들이 들어가 있는 경우죠. 주의하세요! 항목이라는 것은 모두 찾아야 성립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3개의 항목 중에 2개만 찾게 되면 항목이 성립되지 않아요. 2013학년부터 새로 도입된 유형인 만큼 정확하게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서강대, 중앙대, 홍익대가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핵심> ① 나열항목 소개 A-B-C
② 항목 B 설명
③ 항목 C 설명
④ 항목 D 설명


관련된 연결어 : A와 B, A 그리고 B, 또한


이 경우 ①을 핵심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 복수의 항목을 찾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뿐이지, 문제가 사용할 항목이 무엇인지는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지요.

(5)근거와 주장이 혼재되어 있는 형태

① 문제제기 내용1
<핵심> ② 필자가 강조하는 내용 A
③ A에 대한 근거1
<핵심> ④ 필자가 강조하는 내용 A2
⑤ A에 대한 근거2
⑥ 마무리 혹은 전체 요약

관련된 연결어 : 그러므로, 즉, 결국, 따라서


[생글 논술 첨삭노트] <9> 논술 유형 이론- (1) 독해
이런 구조의 제시문이 어려운 이유는 핵심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필자가 A라는 핵심을 말하기 위해서 다소 복잡한 논증을 거친 거죠.) 그리고 그 핵심에 대한 근거가 또 다른 제시되어 있고요. 그러므로 이를 정확히 보려면 ‘핵심문장 찾기’ 훈련으로는 어림도 없지요. 각 문장이 지시하는 바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찌했든, ③+⑤→②+④가 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아차려야지요. 핵심이 중간에 박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찾아내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구조들에 대한 실제 제시문을 예로 들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논술 인문 대표강사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