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27) 소수의 힘
▧ 들어가며…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며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다수가 생각하는 바를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여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다수가 생각하는 바와 자신의 견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집단 속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도 주변 사람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으려는 동조심리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은 소수의 힘 있고 강력한 목소리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2013 건국대 수시 기출 : 집단의 문화에 동화되지 않는 주체적 자아

2013 숙명여대 수시 기출 : 대중의 집단적 행위의 문제점

2012 이화여대 수시 기출 : 집단과 개인

2012 국민대 수시 기출 : 주류집단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는 소수집단의 개별성

2010 성균관대 수시 기출 : 집단에 대한 개인의 동조현상


▧ 집단적 사고의 맹점


[아는 만큼 쓰는 논술] (27) 소수의 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 1907~1996)는 개별적인 사고가 집단사고의 영향력에 의해 쉽게 지배되는 ‘동조현상’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숙명여대 2013 수시>에 기출된 자료이기도 하다. 함께 풀어보자. <카드1>의 막대그래프와 같은 길이를 가진 막대그래프를 <카드2>에서 고르면 어떤 것이 맞을까. 당연히 <카드2의 2번>이 그 정답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피험자가 7명의 바람잡이와 함께 풀게 되면 결과는 달라진다. 바람잡이들이 모두 <카드2의 1번>을 답으로 제시하자 피험자 역시 이들과 같은 엉뚱한 답을 제시했던 것이다. 혼자 풀면 99%이던 정답률은 7명의 바람잡이가 있을 때에는 50~60% 정도로 현저히 떨어진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후에 피험자들 중 일부는 집단의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오답을 내놓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실제로 오답을 정답으로 생각하게 되는 지각 능력의 왜곡이 피험자들에게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개인의 태도와 행동, 심지어는 지각 능력까지 변화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다음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성균관대 2010 수시> 기출문제 중 일부다.

집단의 결정에 동조하는 것이 때로는 커다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98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선 챌린저(Challenger)호의 발사 여부에 관한 최종 회의에서 이 우주선의 폭발 가능성을 경고한 소속 엔지니어의 의견을 무시하고 우주선 발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발사 후 불과 73초 만에 부품 결함으로 우주선이 공중 폭발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가 일어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주선 부품의 결함을 사전에 발견한 엔지니어가 다수의 의사에 맞서서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예처럼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조 현상이 막대한 재정 손실이나 인명 피해 또는 자원 낭비 등을 초래한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략) 이런 사례들은 대부분 응집성이 매우 높은 집단에서 구성원들이 과도하게 합치점을 추구하려는 경향 때문에 효율적 사고나 현실 검증력 등이 저해돼 빚어진다.

▧ 집단을 거스르는 소수의 힘

[아는 만큼 쓰는 논술] (27) 소수의 힘
솔로몬 애쉬 교수는 위의 동조현상 실험(실험1)에 덧붙여서 하나의 실험(실험2)을 더 시행했다. 7명의 공모자 가운데 6명은 여전히 오답을 말하지만, 1명에게는 정답을 말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실험 결과는 달라졌다. 다음 <숙명여대 2013 수시> 기출 자료를 확인해보자.

정답을 말하는 1명의 존재만으로도 피험자가 나머지 6명을 따라 오답을 말할 확률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회차에 따른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공모자 없이 진행됐던 대조군과 비슷한 수치까지 정답률이 치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하는 소수가 군중심리에 마취당한 전체 집단을 깨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의 사례는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1955년 12월1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백화점에서 일하던 로자 파크스(Rosa Parks)는 그날도 어김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버스에 올랐다. 당시 미국 버스에는 백인과 유색인종의 좌석이 구분돼 있었기 때문에 흑인인 로자 파크스는 유색인종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따라 백인 승객이 많았고 결국 백인좌석이 모두 차 일부 백인들이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자 버스운전사는 백인좌석과 유색인종 좌석을 구분하던 칸막이를 뒤로 옮겨 유색인종 좌석을 백인좌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녀를 포함해 그 자리에 앉아 있던 4명의 흑인에게 ‘자리를 비우고 뒤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다른 3명은 순순히 뒤로 갔지만, 로자 파크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래 자신의 자리였는데 ‘왜 내가 옮겨야 하느냐’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히 항의했고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로자 파크스는 ‘우리들이 왜 차별받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시작했고, 전단지를 만들어 다른 흑인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차별에 길들여져 그것을 당연시 여기던 다수의 사람들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스 좌석을 둘러싼 이 사소한 사건과 그녀의 작은 움직임은 인권과 평등에 관한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 집단과 개인의 상호작용

그렇다면 선구자적인 소수가 우매한 다수를 이끌고 나가는 것이 역사와 문명의 발전의 과정일까. 아니다. 소수의 일관되고 확신에 찬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통해 기존의 문제를 시정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다수의 주체적 선택에 기인한다. 즉 다수와 소수가 서로 조화롭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받았던 불평등한 차별에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대다수의 흑인들이 없었다면, 로자 파크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아무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즉 집단 내에서 다수에 대한 개인의 동조현상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려면 집단의 구성원들은 항상 비판적 성찰의 자세와 객관적으로 집단을 바라볼 수 있는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집단의 우민화를 막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2010 기출>제시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독립적일 경우, 그 집단은 정확한 예상치를 구해내거나 좋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현명한 의사결정에서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독립성은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가 서로 연관되는 것을 막아준다. 개인의 판단에서 생긴 오류가 집단 전체의 판단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여러 오류가 구조적으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정보를 얻기 위해 서로 의지하게 되면 사람들의 판단은 구조적으로 편향되기 마련이다. 둘째, 독립성이 존재할 경우 구성원들은 이미 익숙한 자료 외에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장 현명한 집단은 다양한 관점을 갖고 서로 독립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일 것이다. 독립성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거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에게는 편견과 비합리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립성을 유지하는 한, 편견과 비합리성으로 인해 집단이 더 우둔해지지는 않는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