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의 지하철 운영공사가 현행 65세 이상인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무임승차 혜택도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도시철도 운영 16개 기관은 지난 9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운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무임수송 손실비용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해 최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되 3년의 유예기간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인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건의에 대해 노인회를 비롯 노인단체들은 격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노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인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령 조정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적자의 절반 이상이 노인 무임승차 때문”
지하철 운영공사들은 사회문화적 변화와 건강수준의 향상으로 건강한 노인들의 숫자가 늘어가는데 마냥 무임승차를 허용하다 보니 적자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경우 노인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손실이 2007년 2063억원에서 2011년 2316억원, 지난해 2612억원 등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으로는 이 금액이 4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누적적자가 쌓이면 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되는데 결국에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김성호 고객서비스본부장은 “연간 적자의 절반 이상이 노인 무임승차(승객의 14%)에서 생긴다”며 “정부가 적자를 보전할 수 없다면 무임승차 대상자라도 줄여 달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손실률도 매년 늘어난다”며 우리처럼 무료인 나라는 드물다고 밝혔다. 독일은 65세(여성은 60세) 이상 50% 할인, 룩셈부르크는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 50% 할인하고 일본은 이런 제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1982년 시행됐는데 당시 노인 인구 비율이 4% 정도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12%를 넘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들은 무임승차 나이를 상향하는 것 외에도 수익자 일부 부담제를 도입해 100% 전액지원에서 50%만 지원하고 일정한 소득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반대…“노인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 줄여선 안돼”
노인회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노인이 집에만 있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률도 올라가고 며느리와 분란이 생겨 가정 불화를 초래한다”며 “지하철 나들이를 하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을 예방하고 악화를 막아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행복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65세가 되면 노인이 돼서 슬프기도 하지만 지하철을 무상으로 탈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며 “외국 노인들이 이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복지제도인데, 이걸 없앤다면 전국 노인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회장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도 부정적이다. 복지부 노홍인 노인정책관은 “무임승차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 현 세대 노인에 대한 보상 차원도 있다”며 “경로우대를 없애면 지출이 늘어나 노인 빈곤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정책관은 또 “65세가 기준인 복지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경로우대 사상이 없어지는 마당에 최소한의 복지인 무임승차 연령을 더 높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전과 달리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도 잘 하지 않는 마당에 요금마저 똑같이 내라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하는 처사하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생각하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5세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복지제도의 시작 연령을 더 낮추는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관련 복지예산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런 논의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계속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무작정 복지를 계속 제공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부분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지하철 공기업들이 제시하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노인들이 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부터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 금액은 단순히 무임승차하는 노인들의 숫자에 요금을 곱해 산출한 것일 뿐이다. 지하철 측의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옳으려면 노인들이 무임승차를 해서 다른 유료 손님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하철에 노인들이 많아 일반 승객들이 지하철 승차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무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없더라도 해당 손실은 어차피 발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임 승차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서비스산업 활성화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 춘천이나 아산 등 수도권 노인들이 지하철을 타고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지역의 식당이나 온천 등은 노인 관광객이 늘어 비교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노인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는 재정투입 없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다. 대상 연령 상향 조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연령이 아닌, 소득에 따라 무임승차 혜택을 차별화하는 방안은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적자의 절반 이상이 노인 무임승차 때문”
지하철 운영공사들은 사회문화적 변화와 건강수준의 향상으로 건강한 노인들의 숫자가 늘어가는데 마냥 무임승차를 허용하다 보니 적자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경우 노인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손실이 2007년 2063억원에서 2011년 2316억원, 지난해 2612억원 등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으로는 이 금액이 4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누적적자가 쌓이면 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되는데 결국에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김성호 고객서비스본부장은 “연간 적자의 절반 이상이 노인 무임승차(승객의 14%)에서 생긴다”며 “정부가 적자를 보전할 수 없다면 무임승차 대상자라도 줄여 달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손실률도 매년 늘어난다”며 우리처럼 무료인 나라는 드물다고 밝혔다. 독일은 65세(여성은 60세) 이상 50% 할인, 룩셈부르크는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 50% 할인하고 일본은 이런 제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1982년 시행됐는데 당시 노인 인구 비율이 4% 정도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12%를 넘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들은 무임승차 나이를 상향하는 것 외에도 수익자 일부 부담제를 도입해 100% 전액지원에서 50%만 지원하고 일정한 소득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반대…“노인에 대한 최소한의 복지 줄여선 안돼”
노인회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노인이 집에만 있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률도 올라가고 며느리와 분란이 생겨 가정 불화를 초래한다”며 “지하철 나들이를 하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을 예방하고 악화를 막아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행복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65세가 되면 노인이 돼서 슬프기도 하지만 지하철을 무상으로 탈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며 “외국 노인들이 이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복지제도인데, 이걸 없앤다면 전국 노인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회장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도 부정적이다. 복지부 노홍인 노인정책관은 “무임승차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 현 세대 노인에 대한 보상 차원도 있다”며 “경로우대를 없애면 지출이 늘어나 노인 빈곤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정책관은 또 “65세가 기준인 복지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경로우대 사상이 없어지는 마당에 최소한의 복지인 무임승차 연령을 더 높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전과 달리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자리 양보도 잘 하지 않는 마당에 요금마저 똑같이 내라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하는 처사하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생각하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5세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복지제도의 시작 연령을 더 낮추는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관련 복지예산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런 논의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계속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무작정 복지를 계속 제공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부분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지하철 공기업들이 제시하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노인들이 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부터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 금액은 단순히 무임승차하는 노인들의 숫자에 요금을 곱해 산출한 것일 뿐이다. 지하철 측의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옳으려면 노인들이 무임승차를 해서 다른 유료 손님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하철에 노인들이 많아 일반 승객들이 지하철 승차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무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없더라도 해당 손실은 어차피 발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임 승차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서비스산업 활성화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 춘천이나 아산 등 수도권 노인들이 지하철을 타고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지역의 식당이나 온천 등은 노인 관광객이 늘어 비교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노인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는 재정투입 없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다. 대상 연령 상향 조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연령이 아닌, 소득에 따라 무임승차 혜택을 차별화하는 방안은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