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24) 공유지의 비극
▧ 들어가며…

공중 화장실의 화장지는 왜 빨리 없어질까? 청계천에 심은 사과나무의 사과는 왜 익기도 전에 모두 사라지는 것일까? 바다의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어종이 멸종되는 일은 왜 발생할까? ‘공유’, ‘공중’. ‘공용’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자신의 집 화장실은 깨끗하게 사용하면서 지하철 화장실은 쉽게 더럽혀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한 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가렛 제임스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이다. 생물학 교수였던 하딘은 1968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제목의 논문을 기고하면서 논쟁을 시작했다. 대체 공유지에서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 것일까. 다음 <이화여대 2009년 기출> 제시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한 마을에 아주 좋은 목초지가 있었다. 그 마을에는 10가구가 있었고 목초지에서 양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했다. 각 집에서는 10마리의 양을 키웠으며 그 목초지는 양 100마리를 키우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어느 날 한 집에서 남들 모르게 양을 한 마리 더 키웠다. 그 집은 한 마리의 양을 더 키움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좋은 목초지가 완전히 황폐화돼버려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목초지가 황폐화된 이유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 집집마다 남들 모르게 양을 한두 마리 더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양들이 풀뿌리까지 먹어버렸고 목초지는 황폐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13 이화여대 모의 논술 : 인간 사회의 협력과 공유제도
2011 서강대 수시 기출 : 인간의 이기심과 공공성 실현의 실패
2011 경희대 수시 기출 : 공익과 개인의 자유
2010 성균관대 수시 기출 : 공유지의 비극 문제의 해결방안
2009 이화여대 모의 논술 : 개인의 이익추구와 공동체와의 관계

▧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는 원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같이 한 번 따져보자. 공유자원은 소비에 있어서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을 갖고 있다. 즉 원하는 사람은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공유자원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공유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익형량을 시작한다. 우선 각 농가는 공유지에 자신의 양을 더 방목해서 생기는 이익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비교할 것이다. 이익이 비용보다 많다면 더 방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비용이 이익보다 많으면 더 이상의 방목을 멈출 것이다. 이때 각 농가의 이익은 공유지에서 양을 길러 파는 돈이고, 부담하는 비용은 양을 키우는 데 드는 돈일 것이다. 그런데 방목으로 얻는 이익은 각 농가가 혼자 차지하지만, 목초지는 공유하므로 비용은 아예 들지 않거나, 다른 농가와 함께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항상 이익이 비용을 앞지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 농가는 몰래 추가 방목을 하기로 결정한다.

즉,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선택이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점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종종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이론과 대비된다. 인간의 이기심이 스스로의 이익은 물론이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으로도 이어진다는 그의 이론은 이상에 불과했음이 여러 방면에서 증명되는데, 하딘도 그 중 하나였다. 하딘은 인간의 이기심이 공동체의 파괴는 물론 그 자신의 손해로도 이어진다고 보았다. 목초지에 양을 추가로 키우던 농가는, 늘어난 양으로 인해 원래 자신이 키우던 10마리마저 굶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영악한 선택에 흐뭇해하던 양 주인의 표정이 변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우선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공유지의 황폐화를 저지시킬 수 있다. 법이나 제도 등을 통해 처벌을 가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심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공유지를 나누어 개별 경제주체인 마을 사람들에게 각각 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져 각자 자기 몫의 목초지를 소중히 관리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사용된다. 아프리카의 코끼리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그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상아를 팔면 큰돈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무분별한 밀렵과 포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케냐 정부는 코끼리 사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밀렵을 하다 잡히는 사람들에게 중형에 처했지만, 코끼리 수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반면 짐바브웨 정부는 부족별로 공유지를 할당하고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인 사유재산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코끼리의 상아 거래를 합법화하고 상아를 판매한 돈은 부족민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감소하던 코끼리 수는 서서히 늘어나게 된다.

마지막 방법은 공동체 내부의 자율적인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의 개입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이지 않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법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소통과 신뢰를 통해 충분히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다음의 실험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성균관대 2012 기출> 문제의 일부이다.

공공재 공급에서 발생하는 ‘무임승차’의 문제를 보다 정밀하게 연구하기 위하여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자발적 기부행위에 관한 실험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실험 참가자들은 일정한 금액의 돈을 제공받는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돈의 일부를 공동계좌에 기부할 수 있으며, 기부하고 남은 금액은 자신이 가질 수 있다. 실험 참가자들의 기부의사결정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공동계좌로 기부된 금액은 합산되어 모든 실험참가자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 만일 공동계좌에 기부된 금액이 일정한 수준을 넘는 경우, 공동계좌 입금의 총액을 상회하는 금액이 모든 실험 참가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 실험에서 공동계좌에 기부하는 것은 공공재의 공급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이 실험 상황에서 개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공동계좌에 한푼도 기부하지 않는 것이다. 아래는 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의 결과를 정리한 표이다.

공동계좌 기부 비율(총초기제공금액÷총기부금액)


[아는 만큼 쓰는 논술] (24) 공유지의 비극
a:서로 잘 아는 같은 학과 학생들로 진행된 실험
b:서로 잘 알지 못하는 다른 학과 학생들로 진행된 실험
c:실험 참여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허락된 실험
d:실험 참여자 사이의 의사소통이 허락되지 않은 실험


실험 결과를 통해 ‘의사소통’이 공유지 계속적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소통이 가능할수록 기부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즉 서로 간에 신뢰와 유대를 가지고 있거나 대화가 가능해지면 자신의 이기심을 접고 공동체를 위해서 행위하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소통과 자율성을 이용하는 이러한 방법이 실제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화여대 2013 모의 논술> 제시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터키 알라니아의 100여 어민들은 여러 종류의 어망을 사용하면서 개인별로 두세 척의 어선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다. 어민의 절반은 지역 생산자 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1970년대 이전의 ‘암흑시대’에는 알라니아 어업의 경제적 활력을 위협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어장의 무절제한 이용으로 어민들 사이에 적대감, 때때로 폭력적 갈등이 생겨났다. 둘째, 보다 좋은 조업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어민들 사이의 경쟁 때문에 조업 비용이 증대되었고, 특징 어선의 잠재적 어획량의 불확실성 또한 증대되었다.

1970년대 초반 이후 지역 조합원들은 현지 어민들에게 조업 구역을 배정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조업 위치 간의 간격을 충분히 설정하여 각 조업 위치에서는 산출량을 최적화한다. 또한 이 시스템은 가장 좋은 위치에서 고기잡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각 어선에 동등하게 부여한다. 이 시스템 하에서 조업 위치를 물색하고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자원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으며, 과잉 조업의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조업 위치를 적은 목록은 각 어민의 확인을 거쳐, 한 해 동안 시장이나 지역 경찰이 보관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감시 및 집행은 조업 구역을 윤번제로 지정함으로써 생겨난 인센티브의 부산물로서 어민들 자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