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 타계 40주년
“사유재산, 자유, 평화를 가장 잘 실현하는 것은 자유시장이다. 자유시장은 곧 번영의 원천이다.” 사회주의 몰락을 일찍이 예언했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1973)가 타계한 지 10월로 40주년을 맞으면서 그의 자유주의 사상이 재조명받고 있다. 사회주의가 인류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이란 환상이 전 유럽을 휩쓴 20세기 초 그는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망한다”고 외쳤다. 미제스는 1989년 사회주의 종주국 옛 소련과 동유럽, 중국 등의 사회주의가 붕괴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하고 타계했지만 그가 옳았음이 입증됐다.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에 매료된 그는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와 간섭주의를 없애고 자유시장이 꽃피게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인 폴 새뮤얼슨, 군나르 뮈르달, 케네스 애로, 모리스 알레는 소련이 망하기 직전까지도 소련식의 사회주의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는 일찌감치 “노”를 외쳤다.
그는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면 할수록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어떤 규제로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되고, 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개입하게 돼 회복 불능 상태가 된다고 봤다. 그는 실업도 시장에 맡기면 적정한 임금에 따라 완전고용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이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을 보장받는다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그보다 낮은 임금에도 일하려는 노동력이 많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임금 왜곡이 없다면 임금이 시장가격으로 조정돼 고용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이윤을 보는 그의 시각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싸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조직이며, 이윤은 소비자의 이익에 봉사한 결과라고 봤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은 사라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폭넓게 받은 기업은 대량생산을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동네 빵집이나 재래시장에 소비자들이 가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의 심보가 나빠서가 아니라 단순히 선택을 하지 않아서다. 이른바 소비자 시장주권론이다.
그는 사유재산이야말로 인류문명을 진화시켜온 핵심이라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기 재산권이 없이 영주와 황제에게 몽땅 바쳐야 한다면 번영은 없다고 했다. 빵집 주인이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빵을 만들어 파는 것은 남들을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장사하면 재산을 늘릴 수 있다는 이기심의 발로에서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사유재산권은 귀족과 황제로부터의 자유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으며, 재산권 보장을 위해서는 법치가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가의 최고 임무는 바로 법치에 있다고 본 이유다. 또 자유재산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선 전쟁보다 평화가 절실하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무역하는 나라끼리 전쟁이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미제스는 가격, 화폐, 시장, 법과 도덕, 관습 등을 중시했다. 가격은 자유시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신호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물건이 모자란다는 상황을 알린다.
그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지 못했다. 미제스는 정부개입을 노골적으로 인정하는 케인스식 경제학을 반대한다. 케인스식으로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것 같지만 주기적으로 불경기를 낳고, 관료주의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 맡기라”는 게 그의 사상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