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론은 '정반대'
[피플 & 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파마·핸슨·실러 교수,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예측 모델 제시
예측은 언제나 솔깃한 단어다. 하루 뒤, 아니 5분 뒤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주식시장에선 벼락부자가 생기고, 교통사고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평생 예측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피플 & 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파마·핸슨·실러 교수,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예측 모델 제시
노벨위원회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예측연구에 정통한 3명의 재무(파이낸스) 전공 경제학자를 선정했다. 미국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교수(74)와 라스 피터 핸슨 교수(61),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67·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노벨위원회는 “파마 교수가 1960년대 초 연구자들과 함께 단기적으로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게 매우 어렵고, 새로운 정보가 주식 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러 교수에 대해서는 “며칠이나 몇 주 등 단기간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건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해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핸슨 교수에 대해서는 자산 가격 책정과 관련된 이론을 실험하는 데 적합한 통계학적 방법을 제시한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시카고대 박사인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경제학상이지만 경영학의 한 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학자들에게 노벨상의 영예가 돌아갔다”며 “파마 교수는 파이낸스의 대부 격”이라고 말했다.

파마 교수는 ‘효율적 시장이론’의 주창자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을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64년 그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효율적 시장이론’은 투자자들이 모든 정보에 대해 해석이 가능하고,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 시장이라면 주가는 이 모든 것을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주가는 시장의 모든 사실을 이미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한 종목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장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주가 지수(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이론’은 그의 손에서 완성돼 월가를 사로잡았다.

파마 교수와 함께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핸슨 교수는 1982년 ‘GMM(generalized method of moments·순간일반화방법론)’을 개발한 계량분석학자다.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던 자산평가이론들을 실증할 수 있는 통계적 모델을 고안했다. 이 모델을 통해 금융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특히 그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미국 국채나 금 같은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실러 교수는 주택경기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만든 ‘케이스 실러 지수’는 주택시장 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실러 교수는 파마 교수와는 반대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주식이나 주택 등 자산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합리적인 인간에 의해 시장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합리적 기대가설’에 반기를 든 것이다. 2000년 초 ‘닷컴 버블’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점에는 ‘비이성적 과열’이란 책을 발간하며 주가 폭락이 머지 않았음을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를 예고하기도 했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