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의 재미난 수학세계 -
수학은 '언어'다

[영·수야! 놀자] 이승민의 재미난 수학세계-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오늘이 7일이면 출석번호가 7번인 학생들은 그날 초비상이다. 국어시간에 교과서 한번 읽으라고 하지, 또 영어시간에는 해석 한번 하라고 하지, 다른 과목들은 그냥 지낼 수도 있는데 유독 수학 시간만은 꼭 나와서, 그것도 칠판 앞에 서서 문제를 풀라고 한다. 그 시간이 또 왜 이리 길게 느껴졌는지. 다 한 번쯤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은 문장제 문제만 나오면 왠지 자신이 없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에서 나오는 문장제 문제는 방정식에 기초를 둔 문제가 많고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때 방정식이 도입됐다. 지금부터 약 1900년 전에 만들어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책인 구장산술에 “방정”이란 용어가 나오며, 방(方)은 좌우, 정(程)은 크기의 비교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방정(方程)은 좌우인 왼쪽, 오른쪽을 비교하여 정리한다는 뜻이라 볼 수 있다. 문장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을 잘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식을 잘 세울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수학은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이다. 수학의 본질은 어떤 대상을 숫자나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다. 숫자나 기호는 일종의 언어 즉 말이기 때문에 수학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의 언어는 생활에서의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상 언어라고 할 수 있는 데 비해 수학은 숨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에 대해 말하고,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식은 영어식 표현을 반영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읽기 어려운 표현이다. 예를 들면 수식 x+5=9의 영어 표현은 x and 5 makes 9으로 수식과 잘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x에 5를 더하면 9가 된다’가 되며 우리말을 순서대로 기호로 표현하면 ‘x5+=9’로 해야 되나 이렇게 나타내면 다른 사람은 모르는 식이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우리말 어순에 따라 읽기 힘든 수식이 많이 쓰이게 되어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학생들보다 수식과 문장제 문제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수학은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보통의 어학학습과 마찬가지로 익숙해지면 쉽게 느낄 것이다. ‘수학은 싫다, 어렵다, 모르겠다’라는 것은 수학의 말에 익숙하지 못하고 친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적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수학적 어휘력이란 하나의 내용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이 곧 식이 되고 풀이가 되는 것이다. 다음의 문장제 문제를 보자. “희수와 영준이가 3000원을 나누어 가지려고 한다. 희수가 영준이보다 3000원을 더 많이 가진다면, 희수와 영준이는 각각 얼마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 “3000원을 나누어 가지려고 한다”라는 말을 “희수와 영준이가 나눈 돈을 합하면 3000원이다”라고 바꾸어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하나는 식 뒤에 있는 뜻을 영어 해석하듯이 우리말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A=B×Q+R이라는 식을 “A는 B 곱하기 Q 더하기 R이다”라고 읽으면 수학의 발전이 없다. 물론 이 개념은 초등학교 3학년의 나눗셈의 검산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초등학교 3학년의 검산식에서 배운 대로 “A를 B로 나누었더니 몫이 Q이고 나머지가 R이다”라고 해석하듯이 공부해야 한다.

[영·수야! 놀자] 이승민의 재미난 수학세계-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이승민

<재미난 수학세계> 필자인 이승민 선생님은 중앙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보성여고에서 11년 동안 수학교사로 재직했으며 재능방송 제작팀장, 마인드맵 인스트럭터 등을 지냈다.

교육부 디지털교과서 개발위원, 국제수학경시대회(WMC) 출제위원, 배재대 수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화신교육그룹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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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 Speak of the Devil… 악마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영·수야! 놀자] 이승민의 재미난 수학세계-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영어에 ‘speak of the Devil’이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 표현과 비교하자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와 정확히 일치하는 표현이다. 미국인은 마침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참에 그 사람이 딱 나타나면 “Speak of the devil!”이라고 외치며 놀라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라는 표현이 실제 호랑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현대 영어에서도 이 표현은 실제 악마와 같은 사악하거나 불길한 뉘앙스는 전혀 풍기지 않고, 단순한 농담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표현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실 20세기 이전에 이 표현은 지금처럼 가볍게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본래 이 표현의 전체 덩어리는 “Speak of the Devil, and he will appear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가 진짜로 나타날 것이다)”이다. 이 표현은 영국에서 기원했는데, 영국에선 보통 ‘talk of the Devil’ 형태로 사용된다. 이 표현은 악마의 이름을 부르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미신에서 온 것인데, 과거 영국에서 악마의 이름을 언급하면 안 된다는 금기는 상당히 강한 금기였다. 마치 신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없는 것과 비슷했다.

십계명에 “너는 네 하느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You shall not misuse the name of the Lord your God, NIV)”는 항목이 있다. 그래서 영어 화자 중에는 “Oh my God!”같은 표현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입에 담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Devil’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것도 그와 비슷하게 금기시되어 있었다.

물론 옛 사람들이 악마를 언급한다고 해서 악마가 정말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불길한 것으로 여겼던 것은 분명하다. 1856년부터 1863년까지 웨스트민스터 성당의 주임 신부(Dean of Westminster)였던 Richard Chenevix Trench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 적이 있다. “‘Talk of the devil and he is bound to appear’ contains a very needful warning against curiosity about evil(‘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라는 표현은 악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에 대해 꼭 필요한 경고를 담고 있다).”

하지만 19세기를 지나면서 이런 불길한 의미는 많이 약화되었는데, Ozzy Osbourne라는 영국의 헤비메탈 가수가 ‘Talk of the Devil’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발표한 것이 그 예라 볼 수 있다.

[영·수야! 놀자] 이승민의 재미난 수학세계-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박희성

‘맛깔난 잉글리시’ 필자 박희성 씨는 고려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메가유티 편입학원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7년째 에몽잉글리시(EmongEnglish.net)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서 ‘에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멘토이자 칼럼니스트로 많은 도움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에몽의 수능영어 독해기술』『에몽의 영문법의 재발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