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커지는 일본 방사능 공포…불안에 떠는 주변국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상 저장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최근엔 원전 전용 항만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500m 떨어진 항만 입구의 바닷물을 채취해 측정한 결과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가 ℓ당 68베크렐로 나타났다”며 “항만 내 다른 4곳의 삼중수소 농도도 52~67베크렐에 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지난 12일 측정한 수치의 8~18배에 이르는 규모다. 아사히는 “원전 단지 안에서 생성된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수치”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엔 비상이 걸렸다. 우선 오염수 유출이 의심되는 지상 저장탱크 두 곳의 오염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이들 저장탱크에서는 300가량의 오염수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능 오염수, 결국 바다로

[Global Issue] 커지는 일본 방사능 공포…불안에 떠는 주변국들
지난달 22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달 19일 원전을 가동하기 위한 물을 저장하는 탱크에서 오염수 300t이 유출됐음을 확인했다면서 원전의 근본적인 안전성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후 다른 저장 탱크를 일제 점검한 결과 2곳의 저장 탱크 주변의 방사선 수치가 높게 측정됐다.

도쿄전력은 성명에서 “탱크 속 오염수 수위는 큰 변화가 없지만 주변 방사선 수치가 높은 점으로 볼 때 과거에 오염수가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저장 탱크 밖으로 유출된 300t의 오염수 중 대부분은 땅속으로 스며들었지만 탱크 부근 배수구에서 시간당 6밀리시버트(mSv)의 높은 방사선이 측정됐다”면서 사실상 오염수의 바다 유출 가능성을 인정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원전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이 받던 연평균 방사선량이 3mSv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원전 배수구는 바다와 직접 연결돼 있으며 탱크에서 바다까지 거리는 약 500m다. 오염수 유출 상황과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판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자와 젠고 도쿄전력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며 “오염수 유출을 막기 위해 관리방안을 바꾸고 국내외에서 전문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저장탱크 안전성에 잇단 적신호

후쿠시마 원전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며 루머까지 나돌고 있는 가운데 방사능 오염수 처리의 중심에 있는 지상 저장 탱크의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의문시하는 지적과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제1원전 탱크가 이미 2년 전 손상돼 재조립됐다는 것도 확인됐다. 24일 도쿄전력은 약 300t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된 문제의 지상탱크가 지반 침하 문제로 맨 처음 설치됐던 장소에서 해체돼 현재 장소로 옮겨져 설치됐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사고가 발생한 탱크는 2011년 5월 설치했으며 시험 운전 당시 콘크리트 지반이 20㎝ 정도 가라앉아 재조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시 해체·재조립 과정을 거친 탱크는 총 3기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전설치된 탱크 3기는 당시 사전 시험에서 ‘이상없다’는 판정이 내려져 사용을 재개했는데 그중 탱크 한 개에서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저장탱크 재조립의 원인이 됐던 지반 침하문제 외에 탱크 접합부분을 용접하지 않고 고무패킹처리한 것도 안전성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주변국으로 우려 확산

태평양 인접 국가들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며 조속한 사고 처리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방사성 오염수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2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태평양에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일본이 이번 일이 가져온 영향을 처리하는 데 있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조처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누출에 대해 중국에 통지하기로 한 상호 합의를 지킬 것을 일본 측에 촉구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국내 소비도 급격히 줄고 있다. 일부 지역 상인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의 안전성을 거듭 밝히고 있다.

강원 주문진수산시장상인회는 일본 원전사고 이후 관광객들이 수산물 구입을 꺼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판섭 상인회장은 “손님들이 일본산이거나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우려해 수산물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 수협공판장에서도 일본 원전사고 이후 지역에서 유통되던 동태, 명태, 생태, 냉동 갈치 등 일본산 어패류가 사고 전보다 70%나 감소한 상태다. 급기야는 경기 성남시 10개 전통시장 상인회는 일본산 수산물 판매를 중단하는 ‘일본산 수산물 청정구역’을 선언했다.

남윤선 한국경제신문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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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성 유출은 엔캐리트레이드 일으키는 ‘블랙 스완’?

[Global Issue] 커지는 일본 방사능 공포…불안에 떠는 주변국들
일본의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문제가 엔캐리트레이드를 촉발하는 ‘블랙 스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왔다.

지난달 27일 한은이 공개한 제15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8일 개최된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세계경제 회복이 가시화하고 주요국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엔캐리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 상황변화 외에도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문제가 추가적으로 일본 경제에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스완이란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일을 뜻한다.

이 위원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부 부채에도 불구하고 국채 대부분을 국내 기관이나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방사능 문제로 어느 순간 일본 경제주체의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본계 자금의 증권투자 동향뿐 아니라 직접투자에 대한 움직임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은 예상되는 엔케리트레이드 및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했다. 한 금통위원은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연초보다 13% 이상 급증해 7월 말 현재 약 103조원에 달한다”며 “최근의 자본 유입은 원화절상 기대심리 등에 편승한 단기 투기성 자금의 성격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의 재부각 등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이렇게 유입된 자금이 일시에 국외로 유출되면서 국내 외환 및 금융 시장에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