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1> 변리사는 공공재로 인한 시장 실패의 해결사
얼마 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로 대두된 적이 있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은 물론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특허 분쟁이라는 점과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제품 간의 특허 분쟁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번 특허 소송의 경우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공학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사소한 디자인 요소나 인터페이스까지 법률로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기회가 되었으며, 무형의 특허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케 했다.

우리가 흔히 특허, 실용신안, 저작권 등으로 혼용하여 부르는 일련의 개념들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 있는데 지식재산권이 그것이다.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이란 지적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일체의 재산권을 의미한다.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 활동에서 만들어진 지적 창작물들인 특허, 상표와 같은 결과물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재산권(industrial property)과 문화 예술의 창작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호하는 저작권(copyright)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변리사란 개인이나 회사가 자신들의 지적 활동을 통해 말들어진 결과물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과 지식재산권 관련해서 분쟁이 생겼을 때 이러한 분쟁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변리사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지식재산이라는 것이 원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공공재란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흔히 공공재 하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공재는 단순히 정부나 공공단체가 공급하는 물건들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재는 공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와는 상관없이 재화가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의 특성을 갖고 있는 재화인지 여부를 통해 구분한다.

비배제성·비경합성 시장 실패

비배제성은 타인을 소비로부터 배제시킬 수 없는 특성을 말한다. 가로등이나 국방 서비스 등은 누구 한 사람에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비배제성은 공공재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선뜻 먼저 부담하겠다고 나서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든 결과물을 자신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더 많이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덜 소비하지 않게 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즉, 새로운 소비자가 추가로 진입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공재는 이러한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공급을 시장에 맡기는 경우 적절히 공급되지 않아 시장 실패를 야기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이러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공공재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공재는 정부가 생산하는 재화로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지식재산의 경우에도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고 있다. 특정 지식재산을 먼저 만들어낸 사람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해 주지 않을 경우, 지식이라는 무형재산의 특성상 누군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비배제성), 또한 이러한 무형의 기술은 누군가 이 기술을 사용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덜 사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비경합성). 따라서 지식재산 역시 다른 누군가가 특정 기술을 먼저 개발해 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요인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공공재와 같이 과소 생산되는 시장 실패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과학기술의 발달이나 문화예술의 발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식재산에 독점적 지위 부여

여기에 지식재산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법률에 의거해 특정 기간 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한 궁극적인 이유가 있다. 특허법이나 저작권법 등을 통해 특정 경제 주체가 자신의 지적 창작활동에 대해 정당한 이익을 일정 기간 누릴 수 있게 보호해 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지적 창착 활동에 더욱 적극 가담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지식재산권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 지식재산을 누구나 맘대로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것보다는 해당 지식재산을 개발한 주체를 일정 기간 보호해 줌으로써 보다 많은 지식재산물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이유가 변화하였다. 과거에는 자신이 어렵게 개발한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식재산권을 취득하고자 노력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많은 기업들은 자신이 취득한 지식재산권을 중요한 수익원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만들어낸 특정 제품보다 지식재산권 그 자체를 활용해서 더 큰 소득을 얻고 있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합하여 실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도 해당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공장, 자본과 같은 유형의 자산보다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 상표 등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 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에 따르면, 미국 S&P 500 기업의 시장 가치 중 78%가 해당 회사가 보유한 유형의 재산이 아니라 무형의 지식재산에 의해 평가받은 가치라고 한다. 실로 지식재산권의 시대라 할 수 있다.

한국 국제특허출원 세계 7위

오늘날 지식재산권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특허 출원 건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1970년대 100만건에 불과한 특허 출원 건수가 2000년대에는 1600만건으로 증가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재산권 출원 건수에 있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국가이고, 국가 기술력 척도로 불리는 국제특허 출원의 경우에도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매년 20%가 넘는 국제특허 출원 증가세를 구가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전망은 더욱 밝다고 할 수 있다.

[직업과 경제의 만남] <1> 변리사는 공공재로 인한 시장 실패의 해결사
실제로 지식재산권 관련 분야는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데 비해 이와 관련된 전문가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식재산서비스업계의 57.2%가 변리사를 비롯한 지식재산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지식재산 분야의 공공기관과 전문회사는 70~80%가량이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작년 한 해 삼성전자에서 별도로 채용한 지식재산 전문가만도 100여명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은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과거에는 변리사라고 하면 병아리 감별사 수준으로 인식되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유형의 제품 판매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수익보다 무형의 특허, 상표와 같은 지식재산을 통해 거두어들이는 소득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리사는 더욱 각광받는 직업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새로운 지식 창출에 이바지해 사회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명을 띤 21세기 최고 유망 직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