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한다. 미국 등 선진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아시아 등 신흥국에선 자금이 빠져나간다. 결국 개발도상국 중 몇몇 국가가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1994년 Fed의 금리 전격 인상 후 3년간 일어난 일이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여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성장을 구가해온 신흥국들이 ‘1997년 아시아식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한 브라질(-18%), 인도(-12%)가 논란의 중심이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도 크게 둔화되면서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1997년식 위기'재연?

[Global Issue] 美 양적완화 출구 '가시권'…신흥국 외환위기 공포
Fed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1994년 2월 연 3%에 묶여 있던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경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기준금리는 이듬해 6월 연 6%까지 상승했다.

개발도상국 외환시장은 비명을 질렀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해외에 투자됐던 선진국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른 선진국 채권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도 이에 가세했다. 결국 1994년 멕시코가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았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불거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Fed의 유동성 회수 방식 등에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최근 신흥국들을 둘러싼 위기도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들의 고속성장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선진국 경제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Fed의 양적완화 축소를 기점으로 빠져나갈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브라질은 연평균 13.8% 외채가 늘어났다. 인도도 연평균 13.1% 외채가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인도 외채는 3900억달러(약 437조원)로 외환보유액(2780억달러)을 크게 웃돌고 있다.

2011년까지 9년간 8%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며 순항하던 인도 경제가 갑자기 주저앉은 것도 외국인 자금 이탈 때문이다. 작년 9월 50억달러에 육박했던 월 외국인투자 유입액은 올해 5월 23억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12억 인구의 거대 시장에 이끌려 2000년대 투자를 늘려왔던 해외 자본의 인내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신흥국들의 상황을 과거 발생한 90여건의 외환위기 시나리오에 대입해 보면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 앞으로 1~2년 안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둔화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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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7%대로 떨어진 중국 경제성장률 역시 신흥국들에는 위험 요소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신흥국이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양대 국가인 미국과 중국에서 나타난 악재가 동시에 반영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수출 비중이 17%에 달하는 브라질은 중국의 철광석 및 곡물 수요가 줄며 성장률도 뚝 떨어졌다. 2010년까지 7%대를 나타내던 성장률은 2011년 2.7%로 주저앉은 데 이어 작년 0.9%로 떨어졌다. 올해도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2분기 성장률이 5.81%를 기록해 201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탄과 팜오일, 고무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중국의 경기 둔화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늘며 위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만큼 대외 부채도 증가하게 된다. 이는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위험국가는 인도

현재 가장 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는 인도가 지목된다. 대부분의 신흥국이 재정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도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6%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DP의 3%에 해당하는 돈을 쏟아부은 데다 서민 생계를 명목으로 방만한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공공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이 자원 수출국인 반면 인도는 에너지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풍에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통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최근 자금의 해외 송금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루피화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UBS는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70루피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744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보유한 브라질은 외환위기에서 비켜나 있다는 평가지만, 2011년 이후 3000억헤알(약 140조원)을 풀고도 활성화에 실패한 실물경제가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가 빠르게 불어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98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70% 가까이 불었다. 태국은 1분기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5년 만에 경기침체에 빠졌다.

노경목/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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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안줄이면 2100년엔 뉴욕·상하이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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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대로 방출된다면 2100년에는 지구 해수면이 최대 91.4㎝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평가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IPCC는 2007년 지구온난화에 따른 2100년 해수면 상승 예상치를 최대 59㎝로 전망했지만, 이번 초안에서는 최소 53.3㎝, 최대 91.4㎝로 상향 조정했다.

IPCC 보고서는 앞으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할 경우 21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약 25.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세기 동안 해수면이 20.3㎝ 올라간 것과 비슷한 수치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게 IPCC의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방출이 계속돼 해수면이 2100년까지 53.3㎝ 이상 상승할 경우 해안에 살고 있는 수억 명의 인류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뉴욕·마이애미·뉴올리언스, 중국 상하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주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IPCC의 예상대로 해수면이 1m 가까이 오르면 한국에서도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넘는 국토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초안은 오는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국제기후회의에 보고된다.

남윤선 한구경제신문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