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진의 신나는 수학여행 <끝>
임양진의 신나는 수학여행 - 어림잡아 추정하기…페르미 추정“올해도 금강 주변에서는 3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찾아와 화려한 군무를 보여 주고 있는데요~, 매년 늘어만 가는 ~”
위의 글은 해마다 금강유역을 찾는 가창오리 떼에 대한 신문기사의 일부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기사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이를테면 가창오리 떼의 숫자 말이다. 즉 기사의 내용처럼 금강 가창오리 떼의 수는 정말 30만 마리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어떻게 셌을까?
사실 위와 같이 어떤 집단의 전체 값(숫자)을 추측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수학적 이론으로는 ‘페르미 추정’이란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가창오리 떼의 일반적인 1㎡ 공간에 있는 오리의 수를 셌더니 15마리였고, 오리 떼가 분포한 총 면적을 가늠했더니 12만㎡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눈에 보이는 오리의 총 수는 15×12만=18만(마리)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듯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든 숫자를 어림수로 산출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제시한 문제인 “시카고에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 있을까?”에서 유래한 ‘페르미 추정법’이다. 당시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단순 암기법에 익숙해 있던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 문제의 해결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페르미가 강조한 것은 제한된 시간과 부족한 자료 속에서도 생각의 힘만으로 결과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답으로 제시된 페르미의 추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시카고에 약 300만명이 살고 1가구는 평균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시카고에는 100만가구가 산다. 피아노 보유율을 10%로 잡으면 10만가구가 피아노를 갖고 있으며, 1가구당 1대의 피아노를 보유했다면 시카고에는 10만대의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 조율을 1년에 1번 하는 것으로 가정한 후, 피아노 조율사가 이동시간을 포함해 피아노 한 대를 조율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하루 8시간 일하는 조율사는 하루 4대의 피아노를 조율할 수 있다. 조율사가 주 5일 근무하고 1년에 50주 동안 일한다고 생각하면, 4대×5일×50주=1000이 되어 조율사가 1년 동안 조율하는 피아노는 결국 1000대임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시카고에는 10만대의 피아노가 있다고 했으므로 결국 조율사의 수는 100명이다.
이렇듯 ‘페르미 추정법’은 많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얼렁뚱땅(?)한 방법이지만, 이상하게도 근래에 와서는 곳곳에서 도리어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에서 하루 동안 소비되는 피자는 몇 판일까? 태평양의 물은 몇 리터일까? 우리나라의 전봇대는 모두 몇 개나 될까? 우리나라 개 사료의 1년 매출액은 어느 정도일까? 지구 밖 은하계에서 생명체를 만날 확률은 얼마일까?
여러분도 느끼다시피 이런 문제들의 답은 고전적인 수학으로는 절대로 풀 수 없지 않은가?
임양진
‘신나는 수학여행’ 집필은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서울 대치동 유명 강사들이 맡는다. 수학나눔연구회(회장 최문섭)는 20명의 유명 강사들이 교육기부 및 재능기부를 통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의 수학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를 위해 현재 무료 수학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수제비넷(www.sujebi.net)’을 운영하고 있다. 대입설명회, 교육불모지의 방과후수업 강의지원, 중·고교 교재 집필, 각종 온라인 교육업체 출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강사들의 저서로는 『최상위 수학』『최고득점 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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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Got your tongue?"…왜 꿀먹은 벙어리냐구?
이번엔 혀(tongue)와 입(mouth)을 활용한 재미난 영어 표현들을 알아보자.
영어에 “tongue in cheek”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혀를 볼에다가 넣은 얼굴 표정을 의미한다. 혀를 볼 안쪽으로 깊숙이 찔러 넣으면 얼굴 근육이 당겨지며 자동적으로 윙크를 하게 되는데 (직접 시도해보라!) 윙크는 대개, 지금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어느 정도 거짓임을 감안해서 들으라는 메시지를 암암리에 전달한다. 그래서 tongue in cheek는 조롱이나 놀림조로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정반대 표현으로는 “with a straight face”란 표현도 있다. 이는 상대방에게 어떤 힌트를 주지 않고 대놓고 말한다는 의미로, 우리말로 하자면 “시치미를 떼고” 정도의 의미가 된다.
또한 “Cat got your tongue?”이라는 질문이 있다. “Has the cat got your tongue?(고양이가 네 혀를 훔쳐갔니?)”를 줄인 것인데, 더 줄여서 “Got your tongue?”이라고만 쓰기도 한다. 이 표현은 누군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을 다물고 침묵하고 있을 때 쓰인다. 우리말로 하자면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니?” 정도의 의미이다. 여기에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유로는, 옛날에 뱃사람들이 cat-o‘-nine-tails라는 형벌을 받을 때 (‘아홉 꼬리의 고양이’란 의미. 채찍 자국이 고양이가 할퀸 상처와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 너무 고통스러워 말을 하지 못했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한편 입(mouth)을 활용한 표현으로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표현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에서도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라는 속담을 종종 쓰는데, 본래는 영어 속담 표현이다. 중세시대에 숟가락은 보통 나무로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부유한 가정에서는, 대부(godfather; 기독교에서 대자나 대녀가 될 아이의 세례식에 입회하여 종교적 가르침을 주기로 약속하는 남자)가 대자(godchildren)에게 세례식 때 은수저를 주는 관습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이 표현이 유래했다고 보는 설도 있고, 단순히 부유한 사람들이 은수저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고 보는 설도 있다.
참고로 영어에는 부유한 집안을 뜻하는 표현으로 blue blood란 표현도 있는데, “귀족의 혈통, 명문 출신”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스페인어 sangre azul를 그대로 영어로 번역한 것인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자부심을 갖는 카스티야 (스페인 중부의 옛 왕국) 가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특히 무어인(Moors; 이슬람교도)이나 유대인(Jews) 등 다른 인종과는 결코 혼인을 맺지 않았으며 그에 따른 혈통의 순수성에 대해 자부심이 컸다. 그래서 이 표현은 아마도 어두운 피부를 가진 이방인들과 달리,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며 깨끗하고 흰 피부를 가진 귀족들의 하얀 피부에 파란색 정맥이 비쳐 보였다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박희성
‘맛깔난 잉글리시’ 필자 박희성 씨는 고려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메가유티 편입학원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7년째 에몽잉글리시(EmongEnglish.net)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서 ‘에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멘토이자 칼럼니스트로 많은 도움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에몽의 수능영어 독해기술』『에몽의 영문법의 재발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