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경시대회] 제15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 인문계 고1 유형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군주의 지배 아래 두었다.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오로지 이 고통과 쾌락에 달려 있다. 우리는 고통과 쾌락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리성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이것은 어떤 행위가 이와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익이나 행복을 증대시키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의해 그 행위에 대해 가치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행위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까지도 모두 포함한다. 즉 공리성의 원리란 어떤 행위가 산출하는 이익, 편의, 쾌락, 행복 등의 총량에서 그 행위가 산출하는 손실, 해악, 고통, 불행 등의 총량을 뺀 것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이나 행복이란 당사자가 사회 전체일 경우에는 사회 전체의 행복이며, 특정한 개인일 경우에는 그 개인의 행복이다. 사회의 이익이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 구성원들의 이익의 총계를 의미한다. 어떤 행위가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경향이 그것을 감소시키는 경향보다도 큰 경우에 그 행위는 공리성의 원리에 부합한다.


행위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따라야 할 보편적 의무나 어떤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가 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지 말라.”, “약속을 지켜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라.” 등의 도덕 규칙은 그것이 가져올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옳은 것이다. 설령 그러한 규칙이 손해를 가져온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따라야 한다. 이때 그러한 올바른 규칙이나 규범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그것을 따르려는 의지를 선의지라고 한다. 선의지는 그것이 성취한 결과나 특정한 목적 달성에 쓸모 있음으로 말미암아 선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것을 의욕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서 선한 것이다. 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선의지는 보석과 같이 그 자체만으로 온전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빛날 것이다. 유용성이나 무익함이 이것의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는 없다. 도덕적 행위란 이러한 선의지를 바탕으로 보편적 의무나 규범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어떤 행위의 도덕적 가치는 그것으로부터 기대되는 결과에 있지 않으며 행위 그 자체의 옳음에 있다. 우리는 행위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행위 그 자체가 옳다면 그것을 마땅히 해야 한다.


미국 중부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4월 중순부터 남동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이 불어났다. 날이 따뜻해지며 겨울에 쌓인 눈까지 녹아내리면서 미시시피강 상류인 일리노이주 카이로에서 하류의 멕시코만에 이르는 635마일(약 1022㎞) 지역,63개 카운티 400만명의 주민들이 영향을 받았다. 오하이오강이 미시시피강과 합류하는 지점의 하류에 위치한 테네시주 멤피스는 지난 10일 밤 강 수위가 범람 수위보다 4.4m 정도 높은 14.5m까지 치솟았다. 이번 홍수로 미시시피주에서만 1000여채의 가옥과 건물이 침수되고 12만㏊가 물에 잠겼다. 또 루이지애나에서는 옥수수와 콩 재배지 4856㏊가 침수되는 등 남동부의 비옥한 옥수수 재배지대와 면화 밀 콩 쌀 경작지가 피해를 입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테네시주에 이어 11일에는 미시시피주의 14개 카운티 지역을 연방 재해구역으로 선포해 긴급 침수피해 복구작업에 연방정부 자금과 장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존 미첼 라일리 미시시피대 경제학과장은 “미시시피강 범람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14일 주도 배턴루즈와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의 수몰을 막기 위해 소도시와 농경지를 침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시키자는 것이었다.

미시시피 수계를 관리하는 미 육군 공병대는 이날 배턴루즈 북쪽 70㎞에 위치한 미시시피강 모간자 방수로의 수문 125개 가운데 1개를 열었다. 모간자 방수로의 수문이 열린 것은 1973년 이후 38년 만이다. 범람하는 미시시피강의 물길을 서쪽으로 틀어 하류 동부에 위치한 배턴루즈와 뉴올리언스를 구하기 위해서다. 배턴루즈와 뉴올리언스에는 2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배수로 개방으로 물줄기를 남서쪽으로 틀면서 모건시티와 후마 등 인구가 적은 소도시와 농작물 경작지 1만2000㎢의 침수가 불가피해졌다. 모건시티와 후마의 인구는 모두 2만5000여명이다.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을 비교하시오. (500 ±50자)
<문제 2> 제시문 <다>에서 주지사의 결정에 대해, 제시문 <가>, <나> 각각의 입장에서 평가하시오. 그리고 본인이 주지사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그 이유를 함께 밝히시오. (800 ±50자)



◆출제 배경 및 제시문 분석 - '공리주의적 정의'에 관한 비판적·논리적 사고 평가

이 문제의 주제는 최근 많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정의’의 문제, 특히 ‘공리주의적 정의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공익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이나 손실이 불가피하며 그것이 또한 정의롭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정의롭다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이 깔려 있다. 이러한 공리주의적 정의관은 사회적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공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관료의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이익을 반영한 정책을 위해 소수의 가치가 희생되는 경우 공리주의적 정의관이 개입되어 있다.

공리주의적 정의관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배려하는 행위나 정책을 옹호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약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정의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나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논술 문제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공리주의적 정의관을 이해하고, 공리주의적 정의관은 의무론적 정의관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그러한 정의관을 긴급한 사회 정책이라는 구체적 문제에 적용시켜 학생들의 정의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비판적,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사고를 시험하고자 이 문제를 출제하였다.

제시문 (가)는 벤덤(J. Bentham)의 『도덕 및 입법의 원리 서설』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 글은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행위의 도덕적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벤담은 인간에게는 고통이나 불행을 최소화하고 쾌락이나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는 그 행동의 결과가 행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공리성의 원리에 따르면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가 된다.
[생글 논술경시대회] 제15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 인문계 고1 유형
제시문 (나)는 칸트(I. Kant)의 『윤리형이상학 정초』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 글은 ‘의무론’의 관점에서 행위의 도덕적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칸트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보편적 의무나 규범이 있으며, 그 이유는 그러한 의무나 규범이 그 자체로서 옳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간에게는 그러한 옳음(선)을 자율적으로 따르려는 의지가 있는데 이것을 선의지라고 한다. 칸트는 결과나 이익과는 상관없이 옳은 행위가 있으며, 그러한 행위는 선의지를 바탕으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다)는 2011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담았다. ‘악마의 선택’이라고 불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록키산맥일대의 눈녹은 물이 중부지역의 비와 합세하여 홍수를 몰고 오자 생긴 주지사의 결정이다. 큰 도시의 안전을 위해 작은 도시를 희생할 것인가, 작은 도시라도 그 가치가 큰 도시보다 적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라는 정의론과 관련된 실제 사례로 볼 수 있다.


▒1번 문제 해설


비교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의미한다. 즉, 이 문제는 500자 내외의 답안에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담아주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선 제시문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 공리주의적 정의관은 사회 전체의 이익(행복)을 증진시키는 행위를 올바른 것으로 간주함. 제시문 (가)는 공리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고통이나 불행을 감소시키고 이익이나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위를 올바른 행위로 보고 있다. 즉, 이익(행복)의 총량에서 손실(고통)의 총량을 뺀 순이익이 더 클수록 더 좋은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 의무론적 정의관은 결과나 이익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옳은 행위가 있다고 봄. 제시문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보편적 의무나 규범이 있으며, 그 이유는 그러한 의무나 규범이 결과나 이득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옳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국 두 제시문의 공통점은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요한 차이점은 ‘행위를 판단하는 가치’란 측면에서 공리주의는 ‘결과’를, 의무론은 ‘동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긍정하는 ‘공리주의’와 한 개체 개개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에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부정하는 ‘의무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


▒2번 문제 해설

제시문 (다)에서 주지사의 결정을 찾아야 한다. 주지사는 홍수가 발생했을 때, ‘배터루즈와 뉴올리언스’의 수몰을 막기 위해 작은 소도시를 희생하기로 결정한다. 이 주지사의 결정을 ‘공리주의 정의관’과 ‘의무론적 정의관’ 각각에서 평가를 하는 것이 선행 해결조건이다.

‘공리주의 정의관’은 최대다수 최대행복의 가치로써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인정한다. 그런 정의관에 따르면 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작은 도시의 희생은 사회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의무론적 정의론’의 입장에서는 소도시 사람들의 개개의 가치를 대도시 사람들의 가치와 동일하게 본다. 즉, 모든 인간의 가치와 도시의 가치는 비교하여 판단할 수 없는 개별적 옳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입장에서 주지사의 선택은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이 주지사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학생의 선택은 크게 앞서 언급한 ‘공리주의, 의무론적 정의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절충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의론’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답안을 작성한다면 자신이 왜 그런 정의관을 선택한 것이지 자신만의 이유가 제시되어야 하고, ‘절충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제시문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피해구제를 적극적으로 하자’와 같은 일반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큰 도시 사람들의 희생도시에 대한 자원봉사나 자매결연’과 같은 참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지 밝혀주는 것도 논리적 답안을 위해 필요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해제풀이 - 손태석, 손종익, 김선도, 현민 S·논술연구위원회

※제15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수상자는 6월 17일(월)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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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첨삭과 평가엔 생글 논술경시대회가 최고"

생글 논술대회 참가해 보니⋯/김동관 (분당 송림고 3년)

[생글 논술경시대회] 제15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 인문계 고1 유형
대학 입시 논술을 대비한 보다 객관적인 첨삭과 평가가 필요하여 이번 생글논술경시대회에 참가한 김동관 학생은 전국적인 규모의 생글논술대회에서 본인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보고 싶었다며 참가 의의를 밝혔다.

평소 김군은 논술의 기본을 독서와 신문 사설 읽기로 다졌다. 논술에서는 제시문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제시문과의 연관을 만드는 능력이 기초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 지문에서 중요한 내용과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구분해내는 시각도 생겼다고 했다.

김군은 논술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머릿속에서는 이해한 개념을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논술 제시문이 추상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여러 제시문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글에 옮긴다면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글이 된다. 그래서 타인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쓰는 것은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라며 자신이 글을 쓸 때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장 많이 갖는다고 했다.

본인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김군은 ‘완급조절’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쉽게 말하면 ‘묶고 풀기’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 정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여러 문장으로 길게 풀어서 부연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글 전체를 이끄는 단락은 여러 제시문의 논지를 종합하여 묶어서 서술해야 하며, 세세한 부분을 전개할 때는 문장을 풀어서 풍부한 서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15회 생글논술경시대회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첫 문제에 영어 제시문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는 무난한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생글논술경시대회 참가는 처음인 김군은 타 대회와 생글 대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최 측의 대회 진행 능력이라고 말했다.

“타 대회는 장소가 협소하고 진행이 복잡지만 제가 응시한 서울한양공고 시험장은 상당히 한적하고 조용해서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당일 대회장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또한 논술 문제의 유형도 조금 달랐다고 했다. 생글 논술경시 같은 경우 서로 독립된 세 개의 문제가 제시되었지만, 다른 경시는 두 개의 연계된 문제여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생글 경시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좋았다고 만족해 했다.

신익훈 한경에듀 팀장 shin85@hankyungedu.com

※기사 넘쳐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는 한 주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