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은 연말정산 때 투자액 중 5000만원까지는 50%,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벤처기업을 판 대주주는 최고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전액 면제받는다. 정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 5월16일 한국경제신문

제2 벤처 활성화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벤처 되살린다고?…'거품'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
☞ 정부가 시들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을 꺼내들었다. 이번 방안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첫 종합 대책으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벤처기업을 쉽게 만들고 쉽게 팔 수 있도록 하고, 또 판 돈으로 또 다른 벤처를 세우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창업→성장→회수→재투자·재도전’의 과정이 물 흐르듯 순환되는, 미국 실리콘밸리형 벤처 생태계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탄생했듯 미국은 벤처로 축적된 자본으로 다시 벤처를 세우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안으로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하는 등 투자·융자·보증을 통해 모두 3조3139억원을 벤처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엔젤(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람)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도 깎아준다.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들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도 허용된다.

벤처기업이 성공했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길도 넓어진다. 벤처기업 매각 때 물리던 과도한 세금(증여세) 부담이 줄어들며, 벤처를 사는 기업에도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세금(법인세)에서 깎아준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면 계열사 편입이 3년 연기되고, 중소기업이 벤처기업을 사들여 덩치가 커진 경우에도 3년간은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자금 회수를 보다 손쉽게 해주기 위해 증권시장인 코스닥시장 상장 문턱도 낮춘다.

하지만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보다 중요한 건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또 부작용은 없는지이다. 과거 김대중정부도 출범과 함께 1998년 5월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벤처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창업자금 지원과 투자세액 공제 등 세제지원, 스톡옵션 대상 확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등 정부 대책도 세부 내용만 달라졌을 뿐 이전에도 비슷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대대적인 벤처지원책은 ‘벤처 거품’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벤처로 돈이 몰리면서 1999년 9402억원이었던 벤처 신규 투자가 이듬해 두 배가 넘는 2조211억원까지 늘어났다. 코스닥지수도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283.44)를 기록하는 등 불과 1년5개월 만에 4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자 벤처기업가들이 머니 게임에 몰두하면서 서울 강남의 유흥가는 젊은 벤처 사업인들로 득실댔다. 어떻게든 ‘눈 먼 정부 돈’을 타내려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넘쳤다. 벤처기업인들이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주식시장(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장요건을 완화해줬지만 이는 사이비 벤처 출몰로 이어져 전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2000년 하반기부터 거품이 꺼지면서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고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벤처기업인들이 키운 기업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인수합병(M&A)을 장려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정작 벤처를 살 수 있는 대기업의 손발은 묶어놓은 상태다. 대기업더러 벤처를 사라고 하면서 한쪽에서는 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입 규제, 계열사끼리의 내부거래 규제 등 규제가 많으니 대기업들이 벤처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형편은 여전하다. 코스닥 시장에 너도나도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무더기로 들어와 투자자들을 우롱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부작용과 벤처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막으려면 벤처기업의 사업성과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자질 등을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털은 벤처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다. 정부가 일일이 벤처기업을 감시감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강화하면 시장이 스스로 벤처기업을 규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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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운영 인프라를 관리하는 곳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증권 유관 공공기관 수장들의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 등은 아직 임기가 남아있지만 전 정권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교체 쪽에 좀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음달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5월16일 연합뉴스

증권유관기관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벤처 되살린다고?…'거품'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
☞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이 거래되는 증권거래소가 운영되려면 여러 기관이 필요하다. 이런 기관들을 증권유관기관이라고 부르는데 한국거래소(KRX), 코스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 있다. 이들 기관은 대체로 정부기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간기업도 아닌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대부분 연봉 수준이 아주 높아 ‘신이 감춰놓은 직장’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KRX는 증권 및 파생상품 시장을 개설·운영하는 기관이다. 기업에 는 필요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국민에겐 투자수단을 제공한다. 2005년 1월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주)코스닥증권시장 등 4개 기관이 통합돼 설립됐다. KRX가 하는 주요 업무는 △증권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기업들의 자격 심사 △매매거래와 결제 등의 관리·보증 △불공정 매매 감시 △기업 경영 공시 등 투자자보호 등을 꼽을 수 있다. KRX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일정 비율씩 출자해 세웠다.

코스콤은 거래소의 증권 매매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 및 관리하는 일을 한다. 1977년 설립됐으며 한국증권전산이 옛 이름이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은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을 집중적으로 모아 관리하는 기관이다. 기관투자가(외국인 포함)와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종합 관리한다.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로 출범했다. 유가증권을 집중예탁하는 것은 발행 및 결제 등의 권리 행사를 증권 등 실물 대신 장부상으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물 이동에 따른 물류비용이나 분실위험 등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회사다. 증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증권사들이 고객에게서 받는 투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하는 일을 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돼 1999년 설립됐다.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업을 하는 기업들의 모임이다. 증권사들의 모임인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사들의 모임인 투자신탁협회가 통합돼 2009년 출범했다. 회원사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이익과 위상을 높이고, 자율적으로 시장을 규제하는 일을 한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벤처 되살린다고?…'거품'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
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사들의 모임이다. 1973년 12월 상장사 100개사 돌파 기념을 계기로 상장사들을 회원으로 설립된 단체로 상장회사 간 친목 도모, 투자자 보호를 통한 자본시장 발전 등이 설립 목적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