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 - 안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창의력~ !

수학의 창의력에 관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얘기들 중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왕이 신하들을 모아 놓고 벽에 선을 하나 그었다. 그러고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경들은 잘 듣거라. 지금 경들의 눈에는 내가 벽에 그어놓은 선이 보일 것이다. 이제 경들은 이 선에 절대 손을 대지 않고 짧은 선이 되도록 만들어 보거라.” 이 말을 들은 모든 신하들은 어리둥절했다. 모두들 선을 일부 지우는 것 외에는 짧게 만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왕은 신하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며 다시 말했다. “어허~, 그대들 가운데 이 선이 짧은 선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고!” 바로 그때 한 신하가 앞으로 나서더니 왕이 그어 놓은 선 바로 밑에 왕이 그은 선보다 더 길게 선을 하나 더 그었다. 그렇다~! 이제 왕이 그은 선은 짧은 선이 된 것이다~!

또, 다음은 오래 전 강남의 한 초등학교 경시대회에서 출제된 문제다. 재밌는 사실은 전교에서 선발된 수학을 좀 한다 하는 100여명의 학생 중 이 문제를 맞힌 학생은 0명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2 네 개와 사칙계산 기호 및 등호를 사용하여 0에서 10까지의 수를 만들 때, 만들 수 없는 수를 있는 대로 구하여라.(단, 괄호는 사용금지, 사칙계산기호는 몇 번씩 사용해도 좋음)’ 쉽지는 않겠지만 계산을 해보면, 수학을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7과 9를 제외한 나머지 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2-2-2=0, 2×2÷2÷2=1, 2÷2+2÷2=2, 2+2-2÷2=3, 2+2+2-2=4, 2+2+2÷2=5, 2×2×2-2=6, 2×2+2×2=8, 2×2×2+2=10

문제는 7과 9를 만드는 것인데, 여기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저히 방법을 못 찾은 학생들이 모두 답을 7, 9라고 쓴 것이다. 그래서 다 틀렸다~!! ^^; 보면 황당하겠지만 9는 다음과 같이 만들 수 있다. 22÷2-2=9~!! 사실 문제의 조건에서 2를 네 개 사용하라고만 했지, 붙여서 두 자릿수를 만들면 안 된다는 조건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답은 7이다.

위의 두 예를 보면, 첫 번째 예에서는 ‘실제 선의 길이가 짧아진 것이 아니지 않으냐’, 둘째 예에서는 ‘2와 2 사이에 아무런 기호가 없어도 되느냐’란 생각이 들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제와 해법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위의 답들이 안 될 이유는 전혀 없으며, 사실 문맥상으로도 정확한 답이다. 이렇듯 창의력이란 안 보이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창의력을 키우려면 어떤 사물이든 현상이든 항상 한 가지로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 생각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을 해보는 버릇이 필요하다. 황당한 창의력 문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있다.

1. ‘土’의 뜻은? 2. 눈이 녹으면? 3. ‘염소’는 무엇인가? 4. ‘5!’의 뜻은?

‘흙 토/봄이 온다/동물/5×4×3×2×1’이 답일까? 아니면 ‘플러스마이너스/물이 된다/cl/오~!’가 답일까? ^^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최문섭

‘신나는 수학여행’ 집필은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서울 대치동 유명 강사들이 맡는다. 수학나눔연구회(회장 최문섭)는 20명의 유명 강사들이 교육기부 및 재능기부를 통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의 수학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를 위해 현재 무료 수학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수제비넷(www.sujebi.net)’을 운영하고 있다. 대입설명회, 교육불모지의 방과후수업 강의지원, 중·고교 교재 집필, 각종 온라인 교육업체 출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강사들의 저서로는 『최상위 수학』『최고득점 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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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 SAW는 쏘우가 아니다

한 미국인 친구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나는 케빈 그루터트 감독의 공포영화 ‘쏘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친구에게 ‘쏘우’를 본 적이 있냐고 묻자, 그 친구는 본 적이 없다며 무슨 내용인지 되물었다. 나는 ‘아니 이 유명한 영화를 모른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줄거리를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을 듣던 친구가 갚자기 무릎을 치며 아는 척을 하는 게 아닌가? “아하, 써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나의 실수를 깨달은 뒤 이 상황이 우스워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영화 ‘쏘우’의 원제는 SAW인데, 영어단어 saw는 톱 혹은 톱질하다라는 뜻이다. 체인에 묶인 자신의 발을 톱을 이용해 스스로 자르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saw의 발음이 ‘쏘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어에서 ‘쏘우 [sou]’라고 발음하는 단어는 sow와 sew이다. sow는 ‘씨를 뿌리다’는 의미의 동사이고, sew는 ‘바느질하다’는 의미의 동사이다. 내가 쏘우라는 영화 봤냐고 물었을 때 이 친구의 머릿속에선 무엇이 떠올랐겠는가? 아마도 어떤 여인네가 밭을 갈며 씨를 뿌리는 장면이라거나, 아니면 화롯가에 앉아 바느질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런 장면을 상상하며 내게 영화의 내용을 질문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톱으로 다리를 자르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나오니 처음에 얼마나 당황했을까!

saw는 톱(질하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사 see의 과거시제이기도 한데, 둘 다 발음은 [s:]이다. 이 발음은 ‘쏘우’가 아니라 ‘써어-’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 SAW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누군가가 그 제목을 ‘쏘우’라고 지었고, 그래서 우리나라 전 국민이 saw의 발음을 잘못 알게 되어 버렸다. 당시 제대로 된 발음을 알고 있던 나조차도 우리말 영화제목 쏘우를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sou]라고 발음해 버렸을 정도이니 말이다.

참고로 놀이터에 있는 인기있는 놀이기구 시소가 혹시 영어단어란 것을 알고 있는가? 이는 영어로 seesaw인데, 이 단어 안에 톱을 의미하는 saw가 들어 있다.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와 아내가 커다란 박을 썰기 위해 기다란 톱의 양쪽 끝을 잡고 톱질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시소를 타는 모습이 마치 이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seesaw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영어 단어의 조어(造語) 과정 중에 ‘reduplication(중복)’이란 것이 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시소처럼 똑같은 동작이 되풀이되는 것을 묘사할 때 같은 단어를 두 번 되풀이해 하나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본래는 saw-saw라고 해야겠지만, reduplication 과정에서 대개는 발음상의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모음에는 변화를 주게 된다. 그래서 see-saw가 된 것이다. 물론 이 단어의 본래 발음은 시소가 아니라 ‘씨써-[si:s:]’에 가깝다.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박희성

‘맛깔난 잉글리시’ 필자 박희성 씨는 고려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메가유티 편입학원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7년째 에몽잉글리시(EmongEnglish.net)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서 ‘에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멘토이자 칼럼니스트로 많은 도움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에몽의 수능영어 독해기술』『에몽의 영문법의 재발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