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수시대비 유형익히기 : 서울대 (3)
▨ 문항 1의 논제 2번 문제 풀이

지난 시간에 이어 서울대의 문항 1번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2번 논제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논제 2. 주민들이 원거주지에서 살기 어렵게 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근거를 들어 논하시오.>입니다. 그리고 논제1을 통해서 그곳에서 살기 어렵게 된 이유가 자연환경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나누어진다고 설명드렸지요. 그렇다면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제부터는 학생 본인이 직접 어느 것이 더 명확한 이유라고 설명을 해야 합니다. 물론 논리적이어야 하지요. 어차피 더 큰 이유가 된 것이 무엇이라는 답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라, 그래도 이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것 아니에요? 요새 논술 문제는 다 답이 정해져 있다고 하던 데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논제를 잘 살펴보세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근거를 들어>라고 되어 있지요. ‘생각’이라는 단어는 논제에서 함부로 쓰이는 것이 아니지요. 자기 생각을 쓰라는 표현입니다. 물론 ‘나는 생각한다’와 같은 표현을 써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그 뒤의 조건 역시 <논하시오>입니다. 1번의 논제가 ‘설명하시오’였던 것을 떠올린다면, 이 부분에서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더 붙이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자, 그럼 다시 문제로 돌아가보지요.

다소 많은 학생들이 ‘가장 핵심적인 원인’에 대해 사회경제적 이유를 들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보자면, 지주들이 소작인을 둘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까요. 지난번에 이미 설명드렸다시피, 지주들은 소작인을 고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죠. 자신이 혼자 농사를 짓는 것보다야 (당연히 혼자서 지을 정도의 크기도 절대 아니죠.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규모 농토를 운영하죠.) 소작인을 임노동자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죠. 눈치챈 친구들도 있겠지만, 원래 이런 노동 형태는 예전엔 흑인 노예들이 하던 일이었지요. 남북전쟁 이후 표면적으로는 노예가 사라지긴 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예가 사라진 것은 인권의 문제보다는 경제적 문제가 더 큰 것이었습니다. 흑인 노예를 불쌍히 여긴 누군가가 ‘풀어주자’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흑인 노예를 직접 먹이고 입히고 하는 비용보다는 임노동자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 더 쌌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인건비가 점점 떨어진 것입니다. 어찌했든 지주들도 이윤을 추구해야 하니까요.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목화(cotton)라는 상업작물을 단일경작한 것입니다. 그것도 대규모 농토에 집약적으로 경작한 것이지요. 그래야 빨리 팔아서 돈을 벌 테니까요. 제시문에도 나오지만, 윤작이란 애초에 고려할 만한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하루라도 더 생산량을 늘려야 더 팔 테니까요. 하지만, 모래바람이라는 자연환경적 요소가 농토들을 불모지로 만들었지요. 지주들은 생산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소작인들을 고용할 여력이 없습니다. (물론 월급을 주는 형태라기보다는 생산된 재화를 비율로 나누는 형태였겠지요.) 여러 군데에 나눠져 있던 농토에서 소작인들을 여럿 부리면서 생산을 해도 제대로 이윤이 나올까 말까 했거든요. 그래서 농토를 합치려고 합니다. 불모지와 불모지가 아닌 곳을 농토로 가지고 있는 지주들은 불모지를 팔고, 불모지가 아닌 곳의 옆 땅을 새로 사서 농사를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물론 그때는 기계식 농법을 도입할 것입니다. 더욱 커진 농토에서 기계를 이용해서 획일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더욱 생산성이 높아지니까요. 지금 미국에서는 절대로 노동력을 이용한 목화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순백의 하얀색 목화밭에는 사람 한 명 얼씬하지 않습니다. 그저 커다란 트랙터들만이 훑고 다닙니다. 근대적 농법은 농토에서 많은 사람을 몰아냈습니다. 이를 ‘엔클로저(enclosure)’라고 불러도 나쁘지 않겠군요.

영국의 엔클로저는 15세기 이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17~18세기의 엔클로저였습니다. 농업 생산성의 향상과 더불어 젠트리(gentry)라 불리던 지주와 요맨(yeoman)이라는 중산층 농민이 농지를 직접 경영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서 그 하층의 농민들이 소규모로 자영을 할 수 있는 토지가 점점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하층의 농민들은 도시로 유입되었지요. 먹고살기 위해서 ‘일자리가 있다’는 도시로 흘러간 것입니다. 그 결과 도시에는 노동력이 넘쳐났고 인건비는 낮아졌지요. 산업발전을 위한 초석이 마련된 것입니다. 반대로 이 결과 노동운동 또한 생겨났고 훗날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지요.

다시 문제로 돌아와보면,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또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합니다. 이번엔 오렌지와 포도를 재배하는 캘리포니아이지요. 고통스럽게도 인건비는 점점 낮아집니다. 이제 논제 3으로 넘어갑니다.


▨ 문항 1의 논제 3번 문제 풀이

그렇다면, 여기서 ‘이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번 논제에서 자신이 지칭한 핵심원인에 따라 땅을 떠난 사람들은 ‘이주’를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위에 설명했다시피 지주들이 땅을 떠나라고 통보를 했으니 이는 그 운명(?)에 순응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잔류는 그 운명에 ‘저항’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대사가 눈에 띕니다.

“나만 빼고 전부. 난 절대 안 떠날 거야. 토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태어날 때부터 날 봤으니까. (중략) 그런데 그 개자식들이 나더러 떠나라고 했으니, 젠장, 그런 소리를 듣고 떠날 수는 없어!”

이 이야기를 꺼낸 사내는 잘못은 지주들이 저질러 놓고, 애꿎은 농민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운 채 쫓아내는 행위에 대해 분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떠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혹은 명령에 대해 저항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지주들이 떠나라는 소리만 하지 않았더라도, 캘리포니아에서 포도도 먹고 오렌지도 따고 있을 것이라 말하지요. 어차피 모래바람으로 인해 흉작이 예상될 뿐더러, 사회경제적 요소 또한 나아질 것이라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즉, 이렇게 본다면 ‘이주’야 말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태도가 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해고(계약해지)를 맞이하느니, 내 스스로 먼저 떠나버린다는 태도이지요. 그렇게 본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남아 있는 태도가 순응의 태도가 되겠지요. 문제의 뉘앙스 상 전자의 해석이 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잔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직접 서술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자본을 가진 이들과 맞서 땅을 지키려는 행위 자체가 무척 ‘저항적’, ‘도전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우리 농업의 문제에 대비해서 생각해봐도 좋습니다. 생산성의 문제와 더불어 수입 농산물의 저가 공세에 치여 있는 현 우리 농업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도시로 이주’하는 것과 ‘농촌에 잔류’하는 행위는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요? ‘이주’란 등 떠밀려 가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순응), 반대로 굳은 각오를 하고 ‘더 나은 자리’를 찾아가는 것(=개척)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잔류’ 역시 ‘그래, 한 번 맞서보자!’는 강한 의지의 표현(=저항)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 채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려는 미온적인 태도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대립되는 태도에 대해 대립적인 해석을 해준다면, 이제 이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논제가 <논하시오>이니까요. 더군다나 논제가 요구한 분량은 논제 3개에 2200자 이내였습니다. 논제1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 600~800자를 썼다고 가정한다면, 2번 논제의 경우 핵심적인 원인을 쓰는 데에는 그리 많은 분량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어차피 핵심적인 원인과 그에 따른 근거만 대면 되니까요. 약 500~600자 정도면 되겠군요. 그렇다면 나머지 3번 논제에서 600~800자가 나오겠군요. 행위에 대한 비교 분석을 800자나 끌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써본다면 알겠지만, 비교하는 데에는 500~600자면 충분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평가를 덧붙이는 것이지요. 꼭 평가라고 할 것은 아닙니다만, 이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놓는 것이지요. 어차피 정의된 ‘답’이 없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해 분석이나 평가, 창의적 해석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수시대비 유형익히기 : 서울대 (3)
가령, 이런 것이 가장 무난하겠지요. ‘주어진 운명에 대해 순응하느냐, 저항하느냐’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 상황이 비록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외부적 힘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될 수 없다는 태도를 지닌 사내처럼, 스스로 인생을 결정하려는 태도는 확실히 우리에게 교훈적이니까요. 모래바람이 치고, 지주들이 몰아내려고 하더라도 불합리한 일에 대해 아무 말도 없이 ‘쫓겨나는 것’(=이주)은 노예적인 행위가 됩니다. 그런 외부적 조건에 잡힌 채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잔류는, 그러므로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가 됩니다. 자,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으로 문항 1번을 풀어보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난이도 순으로 풀고 있으므로, 다음 문항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