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논란


한국남동발전은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10년 만기이며 조달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 투자 등에 사용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10월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 발행한 것을 계기로 자본인지 부채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 12월4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만기가 영구적인데 확정이자 받는다고?
☞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등 외부에서 빌리는 것이다. 주식을 발행해 모은 돈이 자본이고,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모은 돈이 부채다. 주식은 주권(주식회사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서)의 소유자인 주주의 지분을 표시한 증서이며, 채권은 일종의 빚 보증서다.

자본의 특성은 우선 만기가 없어 상환의무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은 주식 소유자(주주)에게 특정 일자에 이자나 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주주들은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낼 경우 주는 배당이나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 매각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배당은 부정기적이다. 주주들은 또 경영이 나빠져 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주들은 ‘최후의 위험 감수자(risk-taker)’ 또는 ‘회사 잔여재산의 분배자’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부채는 만기가 확정돼 있고 상환의무가 있다. 또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회사 청산 때는 잔여자산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투자자금을 되돌려 받는다.

그동안 자본과 부채는 엄격히 구분돼 있었다. 그래야 투자에 따른 책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기업 경영이 발전하고 자본과 부채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자본과 부채의 성격을 모두 갖는 증권이 탄생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유가증권(하이브리드채권)으로서 △기업이나 은행이 자본 확충 목적으로 발행하는 증권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를 주지만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상환의무가 없는 증권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만기가 영구적이고 △회사 청산이나 파산시 보통주 소유자에게만 앞서 채무를 우선 상환받을 뿐 기타 모든 채무에 대해선 상환 순서가 나중이며 △이자 지급 또한 유예나 생략될 수 있는 자본적 특성을 갖고 있다. 만기는 통상 30년 이상이다.

또 신종자본증권은 의결권(주요 경영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 없는 자본으로 분류되므로 지배구조의 영향 없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고, 배당 부담이 덜어져 자본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배당(이자)은 일반 배당과 달리 비용으로 분류돼 과세표준(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이익) 산정시 빼주기 때문에 법인세 절감 효과도 있다. 만기가 길어 안정적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은행의 경우에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은행 건전성 판단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출 때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아 자기자본비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유럽과 미국 은행들은 총자본 중 신종자본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7%와 12%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은 2002년 11월과 2003년 4월 금융감독당국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신종자본증권을 은행의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면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처음 선보였다. 그러던 게 최근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업 회계기준으로 유럽방식의 회계기준인 IFRS(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된 데다 2012년 4월 상법 개정으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근거가 마련된 덕분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과거 국내 기업회계기준(K-GAAP)에선 부채로 분류했으나 IFRS는 자본으로 분류돼 자본의 성격이 강화됐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만기가 영구적인데 확정이자 받는다고?
이런 특징으로 인해 자본확충과 조달 비용 절감, 절세 효과 등의 목적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자회사 자본조달을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10월엔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달러, 한국서부발전이 1000억원 규모의 증권을 발행했다. 전북은행도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아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봐야 할지 부채로 봐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두산의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성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으며 채권 발행자인 두산인프라코어가 5년 뒤 채권의 조기상환권리(콜옵션)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5~7%의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받는 조건이 부가돼 사실상 만기 연장이 불가능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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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바닥 난 세계경제… 세금 한푼이라도 더 걷자?


세금폭탄과 '택스마게돈'

미국은 지금 워싱턴이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2013년 1월에 재정절벽으로 확실하게 떨어지는 길을 가고 있다. 재정절벽, 특히 ‘택스마게돈(Taxmageddon)’에 이르게 하는 불확실성은 나라경제를 해치고 2013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다. - 11월28일 헤리티지재단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아직도 진행형인 유럽 재정위기의 후유증으로 각국 정부의 부채(국가부채)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세계 각국이 재정건전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라살림을 빚지지 않고 건전하게 하는 방법은 △씀씀이(정부 지출)를 줄이거나 △정부 수입(세금 수입)를 늘리는 길뿐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만기가 영구적인데 확정이자 받는다고?
‘택스마게돈(Taxmageddon)’은 세계 각국이 늘어만 가는 정부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대폭 올리는 것을 빗댄 조어다. 세금(Tax)과 지구종말 대전쟁인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로 세금 폭탄에 따른 대혼돈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택스마게돈’의 공포는 여기저기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계는 바야흐로 한푼이라도 세금 더 거두기 전쟁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실행했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종료된다. 게다가 작년에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재정감축안 합의에 실패해 예산통제법에 따라 정부 지출을 향후 10년 동안 1조2000억달러 감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에 대략 6000억달러의 정부 지출 삭감과 국민 가처분 소득 감소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재정절벽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게 재정절벽 위기론의 핵심이다. 미 국민들로선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스페인 정부는 지난 9월 부가세를 18%에서 21%로 인상했다. 그리스는 내년에 세금을 평균 5% 올린다. 포르투갈은 내년 소득세율을 평균 9.8%에서 13.2%로 35% 올릴 계획이다. 프랑스도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중과하기로 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11개국은 금융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금융거래세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도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 인상이 논의 중이다.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부가세는 58조여억원이다. 현재의 세수 추계를 따를 경우 부가세율을 2%포인트 높이면 연간 12조~15조원가량 세금을 더 걷게 된다. 그러면 향후 5년간 양당이 내걸은 복지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75조3000억원(새누리당)~164조7000억원(민주통합당)을 어느 정도 조달할 수 있다.그러나 세금 인상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와 근로의욕을 위축시켜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낼 수 있는 국민이 줄어들어 세수는 기대한 만큼 늘어나지 않을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