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41> 어떻게 전달될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13학년도 수능성적표가 배부되었고 수시 논술 합격자들을 각각의 대학들이 이번 주와 다음주 기간 동안 발표하고 있습니다. 만약 논술에 합격하지 않다고 하더라고 자신이 예비 합격자라면 기다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자신의 점수로 지원가능 대학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자신이 수험생이라고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곧 다가오는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이번 겨울방학 동안 수능에 대한 기초학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수험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3학년이 되면 생각보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열심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수능도, 내신도, 그리고 논술도 말입니다. 이번 호에는 숭실대 2013학년도 모의논술고사 1번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3학년도 숭실대 모의 논술고사


가 15~18세기에 사람들이 먹는 기본 음식은 주로 식물성 음식이었다. 이것은 콜럼버스 발견 이전의 아메리카나 블랙아프리카에서는 자명한 진리였으며, 벼를 재배하는 아시아 문명권의 경우에는 과거에는 물론 현재에도 명백한 사실이다. 극동지방에서 일찍이 인구가 크게 증가하게 된 것도 육식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단지 칼로리 수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경제적 결정을 한다면 똑같은 면적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목축보다 월등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곡물 경작은 목축보다도 10~20배나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벼를 재배하는 나라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는 동물을 먹이는 데 쓰이는 땅이 여기에서는 직접 사람을 먹이는 데 쓰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수준 이상으로 인구가 증가할 때마다 식물성 음식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15~18세기만의 일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있는 일이다. 곡물이냐 고기냐의 선택은 인구 수에 달린 것이다. 이것이 물질문명의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이다.


나 Today’s neighborhood barbecue recreates a world of sharing and hospitality that becomes rarer each year. We regard as a curiosity the behavior of hunters in exotic regions. But every year millions of North Americans take to the woods and lakes to kill a wide variety of animals with a difference, of course: What hunters do for survival we do for sport (and also for proof of masculinity, for male bonding, and for various psychological rewards). Like hunters, too, we stuff ourselves almost whenever food is available. Nibbling on a roasted ear of maize gives us, in addition to nutrients, the satisfaction of participating in culturally simpler ways. A festive meal, however, is still thought of in Victorian terms, with the dominant male officiating over the roast, the dominant female apportioning vegetables, the extended family gathered around the table, with everything in its proper place a revered picture, as indeed it was so painted by Norman Rockwell, yet one that becomes less accurate with each year that passes.


다 부자들의 부엌에서는 모든 요리가, 때로는 음료까지도 양념의 첨가로 더욱 고급화되었다. 예를 들면 계피 맛이 나는 달콤한 양념 포도주인 ‘히포크라스’가 있었다. 그런데 후추, 육두구 열매, 정향, 계피 등의 과다한 양념 사용은 맛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음식의 품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후추가 식사를 하는 사람의 점막을 더 강하게 자극할수록 주인에 대한 존경이 더 높아진다는 볼프강 쉬펠부쉬의 표현은 다소 과장된 것일지언정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에도 특정한 사회적 그룹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을 선택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경계선을 긋고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좋아하던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그 음식이 구하기 쉬워지고 가격이 내려가면 그 음식은 즉각 매력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경계를 긋는 특징물이 되지 못한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의 엘리트들은 대다수 사람들과 구별될 만큼 아주 간단한 양념과 요리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되돌아가서 심지어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었던 그런 ‘새로운’ 음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콩과 식물, 내장, 순대, 야생마늘 수프, 곡물가루 푸딩 등이 그것으로 아주 훌륭한 식당에서 다시 최고급 요리로 등장하고 있다.


라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에서도 건강한 먹을거리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알라를 올바로 섬길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칙적으로 무슬림은 단지 먹고 마시기 위해, 그리고 그 욕망 때문에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음식의 절제에 대한 이슬람교의 입장을 가장 잘 표명한 것이 무슬림의 5대 의무 사항 중 하나인 라마단이다. 라마단 달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달 동안 금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금식을 통해 무슬림은 절제력과 인내심을 배울 수 있다. 먹는 것이 종교적인 행위인 만큼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인간에게 허용된 음식을 할랄, 금지되는 음식을 하람, 그리고 권장되지 않는 음식을 마크루라고 규정하며, 이를 준수하는 것은 무슬림의 가장 기본적 의무사항으로 간주된다. 코란 제 5장 3절에는 무슬림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즉 하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람 음식에는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잡은 고기가 아닌 것, 교살된 것과 때려잡은 것과 떨어져서 죽은 것과 서로 싸워서 죽은 것과 다른 야생의 일부를 먹어버린 나머지와 우상에 제물로 바쳤던 것과 화살에 점성을 걸고 잡은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금지된 음식이더라도 기아 상태에서 생명이 위험할 때, 목숨을 구할 때, 또는 무의식중에 먹었을 때는 허용하는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 (라)의 요지를 쓰고, 그중 하나의 입장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 (800자 ± 80자, 40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가~라는 음식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우선 제시문 가에서는 농사를 짓는 것이 목축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식물성 음식에 대한 의존성 또한 증가한다. 그래서 인구 수는 곡물 또는 곡물에 비해 비효율적인 고기에 대한 선택의 잣대가 된다. 반면 제시문 나는 음식을 사회적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가령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이웃과 정서적으로 공유하기 위함이다. 또한 음식을 먹는 것을 영양분을 채우기 위함, 또는 다른 문화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여기기도 한다. 따라서 음식을 먹는 행위에는 사회의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시문 다는 음식이 계급의 구분을 짓는 데 쓰인다고 말한다.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이 예전에 즐겨먹던 음식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 대다수 사람들과 구분되는 음식을 찾기 시작한다. 또한 제시문 라에서는 음식을 종교적인 차원에서 보았다. 이슬람교에서는 금식을 통해 절제력과 인내심을 가르치고 죽은 고기가 돼지고기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잡은 고기가 아닌 것으로 여겨 그러한 음식을 금지시켰다. 다시 말해 음식의 관습에는 종교적인 차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한다.

제시문 라에서 말한 것 외에도 음식과 종교가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예로 힌두교와 소가 있다.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소를 신성시하여 소를 결코 먹지 않으며 식품을 수입할 때도 소와 관련된 것은 모두 배제시킨다. 이처럼 사람들의 식사 관습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평가기준 및 점수

제시문의 주장을 이해하고 재구성해야

▧ 해설 및 예시답안

- 요지를 쓰라는 것은 주장을 중심으로 쓰는 것이다.

문제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시문 가, 나, 다, 라의 요지를 쓰고, 그중 하나의 입장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라”입니다. 비교적 요구조건이 까다롭지 않습니다. 제시문들을 각각 순서대로 요약하고 사례를 들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과연 이 문제에 변별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제시문을 요약하는 것에서는 아마도 실력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도 충분한 변별력이 있는데요. 첫째는 영어제시문, 둘째는 사례찾기, 셋째는 요약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첫째로 영어제시문을 어떻게 해석해 내는지에 따라 점수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영어제시문이 계속해서 출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으나 대비는 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둘째, 사례찾기는 이후 설명하기로 하고 셋째 요약하는 것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학생들은 요약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편입니다. 연습을 많이 한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며, 요약하는 문제를 대학에서 잘 출제하고 있지도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하대 정도만이 제시문 1개를 요약하라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지요. 게다가 요약을 하는 방법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기 때문에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은 편이지요.

하지만 이번 숭실대 문제는 요지를 쓰라고 했습니다. 요지라는 것은 제시문의 중심생각, 즉 주장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저자의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학생들이 이해해서 재구성해야 좋은 답안을 쓸 것입니다.

또한 전체 제시문이 4개이고 이를 각각 요약한 후 사례를 들어야 하므로 제시문당 200자 넘게 요약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약 150자 내외로 요약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편하게 글을 쓰면 한 문장을 50자 안팎으로 쓰기 때문에 각각의 제시문당 3~4문장 정도로 구성을 하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3~4문장 정도로 제시문의 요지를 이해해서 이를 답안으로 작성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주제와 잘 부합되게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가자는 제시문에 대한 학생의 이해 정도를 답안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학생의 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시문 가에 대한 서술부터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제시문 가~라를 포함하는 주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보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제시문 가~라가 음식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설명할 것이라는 예상해 볼 수 있지요. 다시 말해 제시문 가는 어떠어떠한 음식의 의미를 말한다는 식의 내용과 문장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의 글에서는 제시문 가에 대한 내용이 요약되어 있기는 하지만, 제시문 가의 주장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 사람의 주장일까요? 인구 수가 곡물과 고기에 대한 선택의 잣대가 된다는 것이 주장일까요? 실제 주장은 음식의 경제적인 측면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채식이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문명이 지속되고 발전되기 위해서는 육식이 아닌 채식이 나을 수 있다.” 정도로 표현해 볼 수 있겠지요.

이렇게 보면 요지를 중심으로 하라는 문제의 요구에 잘 부합된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제시문에 대한 내용은 들어가 있지만 말이지요. 다음으로 제시문 나에 대한 서술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어제시문을 지나치게 번역투로 서술해서는 안된다.

이번 제시문은 영어제시문인데요. 여기서 조심할 것은 영어제시문이 나왔으니 이를 얼마나 잘 해석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나 지나치게 번역, 해석한 투로 서술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학생의 ②번 문장이 영어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해석한 후 그것을 자신의 글로 옮겨놓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전체 글 안에서 다른 문장과 조금은 다르게 서술되어 있답니다. 나름 이 학생이 다른 제시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이해해서 서술하려고 하고 있으나 제시문 나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 사례는 누구나 검증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마지막으로 사례찾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사례찾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잘 생각이 나질 않기 때문이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아주 참신한 사례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논리에 부합하는 사례를 찾으면 그만인 것이지요. 따라서 누구나 알만한 사례, 누구나 검증할 수 있을 만한 사례를 찾으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에 벌어진 시사적인 이슈나 과거 역사적인 사례를 찾아 서술하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배우는 사회탐구영역을 잘 공부해 두면 논술에서 사례를 찾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제시문 4개 중 한 개에 해당하는 사례를 쓰라고 했으니, 무엇을 선택하든 관계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제일 잘 생각나는 것을 하나 골라 서술하면 된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강사 예시답안

제시문 가~라는 모두 음식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먼저 제시문 가는 음식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가에서는 육식보다 채식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문명을 이룬 많은 나라의 음식의 중심에는 곡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동일 면적에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제시문 나는 사회와 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음식의 의미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생존 의미의 사냥이 이제는 남성의 과시로 변화한다는 것, 공동체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기 위해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위가 사회의 개인주의화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간다는 것이 예라고 볼 수 있다. 제시문 다는 계급과 계층을 구분짓는 역할을 한다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음식을 바라보고 있다. 다에서는 상위계층의 사회적 집단이 다른 집단과 구별짓기 위한 다양한 행위 중의 하나가 하위계층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섭취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라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음식을 바라보고 있다. 무슬림들은 자신의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이를 지키는 모습을 라는 보여주고 있다.

이 중 제시문 다의 주장과 같이 음식이 사회적 계층을 구분짓는 기준이 된다는 또 다른 예로 설탕을 들 수 있다. 17세기 전 설탕은 상위계층만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17세기 후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인한 설탕의 보급과 상위계층에 대한 중하위계층의 모방소비는 설탕이 대중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제시문 다가 지적한 경계를 긋는 특징물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823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