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다양한 글을 읽는 것입니다. 특히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을 정독하는 것은 논리적인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글생글이 오피니언 면을 신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칼럼이나 사설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꾸준히 정리해 나가면 논술력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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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정말 큰 정부를 원하는가

[오피니언] 정말 큰 정부를 원하는가 등
예상대로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민주화, 일자리와 복지 같은 말은 유행가 가사처럼 돼 버렸고 세 후보의 공약 70%가 대동소이하다는 힐난이 나온다. 정책동조화 현상? 민망한 얘기 포퓰리즘의 발로다. 그 사이 불거져 나오는 정부조직 확대 공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부산 가서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약속하고 정보통신 관계자 모임에선 정통부 부활, 과학기술인 앞에선 과기부 부활을 약속하는 식이다. 과연 큰 정부로 가자는 것인지, 비용은 얼마나 늘어나는지,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비용과 편익, 성과 분석은커녕 무슨 문제 때문에 그런 대안이 필요한지 의문은 뭉게구름 같은데 후보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부조직 개편 선심쓰듯 반복돼

건국 이래 50차례 이상 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됐지만 그 결과나 성과를 평가해 봤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정부조직을 바꿔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 효율성을 높였다거나 행정 서비스를 개선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조직 통폐합에 따른 부작용이 쉽사리 가시지 않아 애를 먹은 사례도 적지 않았고 정작 정부 기능 강화나 내실화보다는 위인설관과 전임자들의 흔적을 지우는 통과의례로 끝나거나 아예 처음부터 관료조직 장악과 재편성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묻고 싶다. 정말 ‘큰 정부’로 가자는 건가. 그렇다면 날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내외 경제 여건에서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한국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지, 그리고 공약대로 이런저런 부처, 기구들을 부활시키거나 통폐합하면 비용은 얼마나 들며 그 결과 과연 정부 기능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고단한 삶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겠는지, 속시원하게 답했으면 한다.

나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 독특한 경험을 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40여억원의 비용을 들여 정부조직에 대한 경영 진단을 그것도 공모제로 실시했는데 법무부와 검찰, 법제처의 경영 진단과 조직개편안을 제시하는 작업에 책임을 맡았다. 연구팀 구성원 모두가 정말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 결과 주관 부처나 해당 부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무부의 문민화, 검찰개혁안 등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정치의 벽은 높았다. 검사장 자리 하나도 줄일 수 없다는 절대 고집과 아마도 당시 검찰만큼 유능하고 요긴한 자원이 없었던 정권의 정무적 판단 탓이었는지 정치적 절충으로 검찰개혁은 물건너가고 말았다. 지금 검찰개혁 방안으로 거론되는 대안들 대부분이 실은 그때 이미 검토됐던 것이기에 당시 개편안이 관철됐더라면 오늘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두고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분루를 삼키며 다시 돌아올 거라 기약했지만 십수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검찰이 문제다.

‘정치적 흥정’ 차단책도 제시하라

그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선후보들에게 묻고 제안한다. 당선되면 곧바로 정권인수위 차원에서든 별도 조직으로든 공정하고 중립적인 정부조직 진단 기구를 설치해 자신이 공약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검토, 추진하도록 하되 정치적 타산이나 외압이 개입할 수 없도록 보장할 용의는 없는가. 인수위 파견 관료들을 통한 관계부처의 영향력 행사나 정당과 정치권의 로비를 차단하겠다고 선언할 생각은 없는가.

사실 정작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그런 각종 공약들로 인해 누가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그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알 수 있으며 그 성과와 책임을 어떻게 챙기고 물을 것인지 하는 것이다. 빛 좋은 공약 내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대선 후보들은 목표와 비용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과와 책임을 어떻게 챙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만일 실행하지 못한다면 어찌할 건가? 역대 대통령들이 뒤숭숭한 표정으로 반복했던 그 대국민 사과 몇 마디로 끝낼 텐가.

이미 거리에는 선심 현수막이 나부낀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 대국민 거짓말 경쟁을 하는 안쓰러운 형국.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함부로 선심 쓰지 마라, 공직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 우는 아기 떡 주듯 공약을 남발해선 안 된다. 그 후과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 한국경제신문 14일자 A38면

홍준형 <서울대 항정대학원 교수 joon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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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법인세 내리는 佛 올랑드 정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정권이 결국 친기업으로 우회전했다고 한다.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대신 부가가치세를 인상해 세원 부족분을 메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액이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연간 200억유로 규모다. 무시할 수 없는 대규모 감세다. 이번 조치로 기업 노동 비용이 6%나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나온다. 집권 6개월 만에 정책의 대전환이다. 포퓰리즘 정책을 떠들던 정권에서 결국 6개월간의 시행착오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올랑드와의 대선 경쟁에서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고 부가세를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올랑드는 부가세를 올리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일반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며 반대 깃발을 흔들어댔다.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높은 법인세를 지속적으로 옹호해왔다. 그러나 10.8%에 달하는 실업률과 경기 침체를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 등 기업인들이 프랑스를 떠날 준비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애국이란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전 EADS 회장의 서한이 올랑드를 움직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오늘날 독일의 경제적 성공은 좌파 정권 총리였던 슈뢰더의 개혁이었다는 사실을 올랑드도 잘 알고 있다. 슈뢰더 정권은 2003년 재집권하면서 실업수당 축소와 법인세 인하, 해고자 보호 완화 등 우파 개혁안으로 오늘의 독일을 일궈냈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올랑드의 실수를 되풀이할 것인지 실로 두렵다. 아니 올랑드 본인도 그렇게 전향할 것이라면 한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르몽드가 6개월 만에 공약을 깨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사회복지세만큼은 삭감하지 않겠다면서 아직은 버티는 형국이다. 대선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포퓰리즘을 내세웠던 올랑드다. 그 결과는 지금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일어날 것이 뻔한 한편의 상황극 같은 논리 전개다. 프랑스의 희극적인 사상 전향극이 한국에서도 필시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을 누가 오랫동안 속일지를 경쟁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인지. - 한국경제신문 9일자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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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정함정에 빠진 오바마의 딜레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축하 파티는 반나절도 못 갔다. 다우지수는 7일 2.36% 급락세로 마감했다. 내년부터 6680억달러를 자동 긴축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을 우려한 탓이다. 내년 예산통제법이 시행되면 각종 세금 감면 종료와 재정적자 감축이 이뤄진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규모다. 세 감면 축소로 늘어날 세금 부담은 미국 가계소득의 3%에 이른다.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경기 침체, 구조조정, 추가 소득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대로 가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 -2.9%로 추락하고 연간으로 -0.5%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미국 의회예산국의 전망이다. 무디스와 피치는 벌써부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나중의 경기 회복 기대보다는 당장의 경기 추락에 모든 이의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다. 흥겨운 대선 파티가 끝나자마자 엄혹한 현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 셈이다. 물론 오바마와 야당인 공화당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돌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부자 증세와 복지를 내건 민주당과 감세와 재정지출 축소를 요구하는 공화당 사이의 간격은 쉽사리 좁혀질 성질이 아니다. 경제 회생 방안을 둘러싼 양당의 근본적인 철학 차이는 연말까지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다. 더구나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한 여소야대 상태다.

2기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는 바로 재정 함정에 빠진 데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면 경기가 죽고, 돈을 더 풀면 재정이 죽는 구조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이미 16조달러를 넘어서 법적 채무상한선(16조3940억달러)의 턱밑까지 차올라 있다. 재정적자가 4년 연속 연간 1조달러에 이른다. 양적완화에다 대규모 국채 조달로 버텨온 미국이기에 공화당 주장대로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고선 경기부양책의 시한을 아무리 연장한들 재정절벽은 끝없이 되풀이될 뿐이다. 비록 최근 경제 상황이 4년 전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오바마 앞에 놓인 4년은 또 다른 고난의 행군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재정절벽 시나리오대로라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를 빈사 상태로 빠뜨릴 수도 있다. 대선 전보다 대선 이후가 더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미국이다. - 한국경제신문 9일자 A3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