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8> 논술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출제되지 않는다!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수능이 끝났습니다. 시험을 치른 모든 수험생들, 고생이 많았습니다.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으로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는 수시 2차 논술 시험일 것입니다. 이미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숭실대, 단국대 논술이 끝이 났고 이번 주말에는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아주대, 광운대, 인하대, 경기대 시험이 남아 있습니다. 모두 논술 대비와 마무리를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수험생이 될 고2학생들의 경우는 지금부터 천천히 논술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3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는 11월18일 진행되는 고려대 논술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간단하게 고려대 논술에 대해 설명하자면 시험시간이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었고, 인문 문제도 2문제에서 1문제 900자로 변했습니다. 수리문제가 여전히 등장하고 있지요.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2013학년도 고려대 모의 논술

1 19세기 근대 역사주의를 주창한 랑케(Leopold von Ranke)는 이전의 자의적인 역사연구와 서술을 부정하고 엄격한 사료 비판에 근거한 객관적 서술을 지향하여 역사학을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리려고 하였다. 그는 17~18세기를 통해 발전되어 온 사료 비판의 방법을 종합하여 본격적인 역사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는 고문서 자료 등 1차 사료를 더 신뢰하면서 이를 면밀히 분석하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눈으로 당시를 바라볼 수 있다고 믿었다. 즉 과거에 ‘사실(fact)’이 엄연히 존재하였으므로, 역사가는 그것이 기록된 문서를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랑케는 주관과 객관 사이의 간극을 사료 비판과 직관적 이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역사가는 사료의 언어를 감정이입을 통해 이해함으로써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콜링우드(Robin Collingwood)는 역사적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자료를 객관적으로 수집하고 탐구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과학이라면 역사는 이러한 과학과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실’이라는 과거는 역사가에 의해 구성되고 그 의미 또한 역사가에 의해 부여되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의 시점에서 볼 때 실존적이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관념적일 뿐이다. 역사가가 알 수 있는 과거는 사료를 통한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역사가는 과거에 대해 매개적이고, 추정적이며, 간접적인 인식 이상을 가질 수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역사적 사실은 항상 오염되어 있어서 과학적 객관성을 획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역사적 의미 역시 그 과거에 대해 제한된 인식을 가진 역사가에 의해서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 사실이 순수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해진다. 명백한 증거를 기초로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파악되는 역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역사는 역사가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될 뿐이다.

카(E. H. Carr)에 따르면 역사가는 ‘가위와 풀의 역사’, 다시 말해 단순히 과거 사실을 기계적으로 편집하는 역사를 쓰거나, 현재의 목적을 위해 과거 사실을 주관적으로 왜곡하는 오류를 모두 피해야 한다.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 간의 관계에서 역사가들은 외견상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역사가는 역사를 사실의 객관적 편집으로 보아 사실이 해석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이론과, 역사를 역사가의 주관적 마음의 산물이라고 보아 역사적 사실을 확립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이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략)…


2 문학은 경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고 재창조한다. 문학은 신문 기사나 보고서, 실록 등과 같은 기록물들과 다르다. 문학은 상상의 산물이므로 거기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허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허구는 독자에게 사실처럼 여겨진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현실 속에 살아 있을 것처럼 보이고 소설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질 것 같기도 하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들은 연재 당시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독자들은 디킨스 소설의 주인공을 실존 인물로 착각할 정도였고 주인공의 운명을 걱정한 나머지 디킨스에게 그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특히 「골동품 상점」의 ‘어린 넬’이 죽는 연재분이 배포되었을 때는 비록 가공의 인물이 죽었음에도 전 영국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가정과 일터와 거리에서 사람들은 해당 호를 손에 든 채 눈물을 흘렸다. 문학의 역사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드물지 않다. …(하략)…


3 언론 보도의 객관성은 언론 윤리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이다. 언론의 객관성은 정확하고 선입견이 배제된 보도를 통해 보장된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자는 평가와 판단을 유보하고 오로지 일어난 사실 그 자체만을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보도의 절대적 객관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주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버거(Peter Berger)와 루크만(Thomas Luckmann)은 해석 공동체의 존재가 언론의 객관성이라는 개념 혹은 가치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주관적인 의미가 객관적인 사실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한 사회의 독자적이고 독특한 실재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그것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중략)…

예를 들면, 국제결혼을 한 조선족 여성들에 대한 언론 보도의 경우 초기에는 그들을 ‘우리 농촌을 구할 수 있는 동포 처녀들’로 소개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 추구에 필요한 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국제결혼을 이용하는 자들’이라거나 ‘위장결혼을 알선하는 결혼중개업자들의 공모자들’로 그려졌다. 물론 상당수의 결혼이주여성들이 경제적인 동기에서 한국 남성들과의 결혼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여성들에 대해 물질적 이해를 좇는 타산적인 이미지만을 강조하는 보도 방식은 그들의 다양한 결혼 동기들을 경제적 신분 상승을 위한 것으로 단순화시킨다. 1997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에게 자동적으로 국적을 부여했던 법이 결혼 후 최소 2년이 경과하는 조건으로 개정되었다. 언론 보도가 이러한 법 개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Ⅰ. (1)의 내용을 바탕으로 (2)와 (3)에 나타난 ‘사실’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75점, 850~950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2), (3)에 나타난 ‘사실’에 대한 관점은 제시문 (1)의 콜링우드, 랑케의 관점을 띠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로 카의 관점으로 연결된다. 제시문 (2)에서 문학이 현실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시문 (1)의 콜링우드의 역사적 사실을 보는 관점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콜링우드에게 역사적 ‘사실’은 현재의 시점에서 오염된 사실이고 과학적 객관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② 제시문 2의 문학의사실과 콜링우드의 사실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

그러나 제시문 (2)에서 문학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로 호소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카의 관점과 연결된다. 카는 랑케가 말하는 객관적 사실과 콜링우드의 주관적 사실 사이의 균형을 이루고자 한다. 따라서 제시문 (2)는 객관적인 현실을 기반으로 한 주관적인 허구를 문학이라고 보는 것이다.
제시문 (3) 또한 주관적 사실과 객관적 사실의 공존이라는 카의 관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제시문 (3)은 언론 보도에 있어 랑케가 말하는 자료에 근거한 객관적 ‘사실’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자료의 해석에 있어 주관성을 전부 배제한 채 객관적인 사실성만을 추구한다면 사실을 잘못 실체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제시문 (3)은 언론보도 또한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사실이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카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다.
① ⇒ 첫째 단락과 둘째 단락에서 제시문 (2)와 (3)의 공통점만 있고 차이점은 나타나지 않는 문제 발생

이러한 ‘사실’에 대한 카의 관점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객관성이 전혀 없는 주관적인 해석은 사실과 어긋날 가능성이 많고,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객관적 자료라 받아들여지는 역사적 자료조차 주관적 해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으며 해석 없이 객관적 사실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해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사실 둘 모두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를 보완해야만 진정한 ‘사실’에 가깝게 갈 수 있는 것이다.
(③ 주장만 있고 그에 대한 근거는 부재, 첫째, 둘째, 셋째 단락 모두 카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 평가기준 및 점수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8> 논술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출제되지 않는다!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 ① 비교의 정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

문제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에서는 “제시문 (1)의 내용을 바탕으로 (2)와 (3)의 사실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2)와 (3)을 비교할 수 있는 내용이 제시문 (1)에 있다는 말이겠지요. 즉, 제시문 (1)에 나온 내용을 비교기준으로 삼아 제시문 (2)와 (3)에 대해 비교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써야 하는 것은 제시문 (1)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내용에 제시문 (2)와 (3)이 각각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써야 할 것입니다.

학생의 답안을 보겠습니다. 제시문 (1)에 대한 내용을 따로 단락을 만들어 정리하지 않고 첫째 단락과 두 번째 단락에 나누어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쓰기 형식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글에서는 랑케는 어떤 주장을 했는지, 콜링우드는 어떤 주장을 했는지 카는 어떤 주장을 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제시문 (1)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가라고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곤 합니다. 이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큰 문제는 이것이 아닙니다. 첫째 단락과 두 번째 단락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학생은 제시문 (2)와 (3)에 나타난 사실에 대한 관점이 모두 카의 관점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통점이겠지요. 그러면 제시문 (2)와 (3)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논제에서 요구하는 비교를 정확히 수행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비교라는 것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쓰는 것이지요. 게다가 논술에서는 주로 입장, 관점의 비교를 묻는답니다. 이 문제에서도 사실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관점 간의 차이가 있으며 이를 찾아 서술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 문제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제시문 (2)를 랑케로 설명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 (2)는 콜링우드나 카로 설명한다면 제시문 (3)은 랑케나 카로 설명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제시문 (2)는 콜링우드로 (3)은 랑케로 연결시켜 설명하는 편입니다. 결국 이 학생은 문제가 요구하는 것을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지 못한 문제가 있지요.


- ② 전혀 다른 영역이 어떻게 같은 입장을 취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핵심.

그리고 학생의 첫째 단락에서 제시문 (2)를 (1)의 콜링우드와 연결하려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제시문 (2)에서

문학이 현실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시문 1의) 콜링우드에게

역사적 사실은 현재의 시점에서 오염된 사실이고 객관성을 잃어버려서

문학의 사실과 콜링우드의 역사적 사실을 보는 관점은 통한다



이 학생의 글을 재구성해본다면 위와 같습니다. 문학은 현실을 재현할 수 없고 역사적 사실은 오염되었으니 이 입장이 동일하다는 것이지요. 이해가 가나요? 학교 측 예시답안과 비교해서 읽어보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차이점이 명확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즉, 학교 측 예시답안은 문학에서의 사실과 콜링우드가 보는 사실이 어떻게 통하는지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요. 반면에 이 학생은 단편적인 명제를 설명 없이 단순 연결만 시킨 것이지요. 제시문 (2)는 문학이고 콜링우드는 역사학자라면 단순 연결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연결이 되기 위해서는 공통된 입장이 있어야 할 것이고 왜 같은지에 대한 나름의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요. 이것이 바로 통합논술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지점이랍니다.

이 부분은 다른 호에서 많이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 ③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논제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라고 했습니다. 랑케의 입장을 따르든지, 콜링우드의 입장을 따르든지, 카의 입장을 따르든지 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이 세 입장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카의 관점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근거로 든 것이 “객관성이 전혀 없는 주관적 해석은 사실과 어긋날 가능성이 많고,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주장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주장에 가깝지요. “객관적 자료라 받아들여지는 역사적 자료조차 주관적 해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으며 해석 없이 객관적 사실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해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표현은 근거라기보다는 앞의 문장과 동일한 표현에 불과하지요. 즉 의미를 보완해주는 역할이지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사실 둘 모두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를 보완해야만 진정한 ‘사실’에 가깝게 갈 수 있는 것이다”는 문장 역시도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쉽게 말해 이 학생은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을 뿐 그에 대한 근거를 두지는 못하고 있지요. 이유는 제시문들과 전체 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이해 부족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물론 이 학생이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겠으나 글에서는 이해가 잘 되고 있음이 보여지고 있지는 않지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사실 이 학생이 제시문을 잘못 독해하거나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제시문의 논리를 단순화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랑케는 객관적 사실 추구, 콜링우드는 해석 등과 같이 지나치게 제시문과 문제의 논리를 단순화하여 생각하게 된 것이 패착인 것이지요.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제시문에 근거하여, 제시문에 기반하여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사고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제시문을 끼워맞추었다가는 지금과 같이 좋지 않은 답안을 쓸 수밖에 없지요.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학교 측 우수 학생답안


(1)에서는 사실을 객관적인 서술로 보는 관점, 역사가의 재구성으로 보는 관점, 그리고 역사가와의 상호작용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나타난다. (2)는 사실을 보는 관점에서 (1)의 두 번째 관점과 맥락을 같이한다. 역사적 사실이란 현재의 관점에서는 그저 관념적인 것이기 때문에 역사가는 간접적이고 추론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문학을 통해 진정한 사실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문학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된 것이다. 이 상상을 통한 재구성은 실제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헛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역사가가 자신이 가진 과거에 대한 제한된 인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듯이, 문학을 통해 상상력을 가미하여 삶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진정한 사실인 것이다.

(3)은 (1)의 첫 번째 관점과 사실에 대한 입장과 연관된다. 역사적 사실이란 과학과 같은 객관적 서술을 통해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3)이 요구하는 사회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언론 보도는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치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8> 논술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출제되지 않는다!
야 한다. 여기서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은 지배집단 중심의 사회구조의 이해가 아니라 사회 내부 해석 공동체의 특수하고 독자적인 해독 맥락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특정 현상이 한 사회에 일어난 이유를 묻기보다는 지배집단 중심의 보편적이라고 믿어지는 선입견을 바탕으로 단순화시켜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수한 사회적 배경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 사료에 대한 치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의 기술이 가장 균형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 문학가와 진실, 언론인과 사회현상의 사실 등의 관계는 서로 구속되어 있지 않는 평등한 관계이다. 카가 제시한 이들 간의 지속적인 대화의 산물이 곧 진정한 사실이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