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 -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아니, 한강다리!

은정이는 잠실의 신천역 근처에 산다.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의 지도(그림 참조)를 보게 된 은정이는 지도에 보이는 크고 작은 6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어떤 식으로 건너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하나하나 경우의 수를 따져도 혼동만 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직접 자전거를 타고 움직여 보기로 했다. 과연 은정이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안타깝게도 은정이는 영원한 가출 상태(?)가 된다.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쾨니히스베르크라는 곳이 있다. 과거 독일 영토였던 동프로이센의 수도인데, 지금은 러시아의 영토다. 한동안 이곳에 있는 프레겔강의 다리 7개를 한 번씩만 건너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로 수학계가 시끌시끌했다. 결국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한붓그리기라는 방법을 통해 한 번에 건널 수 없음을 밝혀냈다.

좋다~! 그럼 우리도 한붓그리기로 은정이가 왜 집에 돌아올 수 없는지, 혹시 다른 방법은 없는지 한강다리를 건너보자. 먼저 주어진 지도를 집 근처의 다리 위주로 단순화시켜보자.

그림에 의하면 은정이는 A지점에서 ①~⑥까지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B, C지점을 적당히 거친 후 다시 A지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 그림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아봐도 방법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하다가보면 마치 답이 있을 것 같은 착각에 포기 못하고 끊임없이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경우에 왜 안 되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수학이다. 일단 A, B, C지역은 점으로, 다리는 선으로 나타내 도형화한 후 한붓그리기 이론을 적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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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에 모인 선의 개수가 홀수이면 ‘홀수점’, 짝수이면 ‘짝수점’이라고 하는데, 그림에선 C가 짝수점이고, A, B는 홀수점이다. 그리고 그림의 한붓그리기는 홀수점의 개수가 0개이면 시작한 점에서 끝나게 되고, 2개이면 시작한 점의 다른 쪽 점에서 끝나게 돼 있다. 따라서 이 도형은 A에서 시작해 B 또는 C에서 끝나는 것으로 한 번에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은정이는 절대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머리를 조금만 창의적으로 쓰면 은정이는 집으로 갈 수 있다. 모든 강은 분명히 그 끝이 있으므로 이 경우엔 ②, ①, ④, ⑤, ⑥, ③의 순서로 다리를 건넌 후 한강 끝까지 가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길이 좀 험해서 그렇지 집에 못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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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섭

‘신나는 수학여행’ 집필은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서울 대치동 유명 강사들이 맡는다. 수학나눔연구회(회장 최문섭)는 20명의 유명 강사들이 교육기부 및 재능기부를 통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의 수학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를 위해 현재 무료 수학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수제비넷(www.sujebi.net)’을 운영하고 있다. 대입설명회, 교육불모지의 방과후수업 강의지원, 중·고교 교재 집필, 각종 온라인 교육업체 출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강사들의 저서로는 『최상위 수학』『최고득점 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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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 Head over heels … 발꿈치 위에 머리?


영어에 ‘head over heels’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발꿈치 위에 머리’인데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놀랍게도 영어에서 이 표현은 “He is head over heels in love with her”처럼 사용될 때 “그는 그녀와 사랑에 푹 빠져있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왜 이런 의미가 나오게 됐을까?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head over heels의 본래 의미는 upside-down(위아래가 뒤집힌), topsy-turvy(온통 뒤죽박죽인)처럼 무언가 사물이 제 상태에 있지 않은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head over heels에는 ‘거꾸로’ 혹은 ‘공중제비를 넘다/넘는’과 같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의미에서 파생돼 공중제비를 넘을 만큼 흥분한 상태라는 의미가 나오며, 이것이 in love란 표현과 함께 쓰였을 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사랑에 푹 빠져 있다는 의미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head over heels는 사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의미 전달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시 중 하나이다. 우리의 머리는 당연히 발꿈치보다 위에 있다. 만약 거꾸로 있는 상태라거나 공중제비를 넘는 동작을 묘사한다면 최소한 발꿈치가 머리보다 위에 있다는 표현이 쓰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영어에선 “He turned head over heels(그는 공중제비를 넘었다)” “He fell head over heels(그는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졌다)”와 같이 사용된다.

사실 이렇게 표면 그대로는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 영어에 꽤 많이 존재한다. 가령 ‘putting your best foot forward’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있는 힘을 다하다’라는 의미이다. 영어에서 최상급은 대상이 3개 이상일 때 사용하고, 대상이 두 개뿐일 땐 비교급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putting your best foot forward’라고 하면 마치 발이 3개 이상이 있고, 그중 가장 좋은 발을 앞으로 내민다는 의미가 돼 버린다. 하지만 원어민들은 별생각 없이 “Always put your best foot forward(항상 최선을 다 해라)”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한편 ‘all thumbs(서툴고 어색한)’라는 표현도 있다. thumb는 엄지손가락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사람의 손가락이 모두 엄지손가락일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모든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이라면 손가락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그래서 자꾸 실수를 하거나 일에 있어서 서투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I’m all thumbs(난 손재주가 없어)”처럼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다. 표면적인 의미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지만 말이다.


[영·수야! 놀자] 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박희성

‘맛깔난 잉글리시’ 필자 박희성 씨는 고려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현재 메가스터디 편입학원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7년째 에몽잉글리시(EmongEnglish.net)를 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서 ‘에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멘토이자 칼럼니스트로 많은 도움도 주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에몽의 수능영어 독해기술』『에몽의 영문법의 재발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