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4> 제시문 뒤에 숨어있는 주장 찾아내야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이제 수시 1차 논술시험도 막바지입니다. 이제 다음주 주말에 있을 인하대 논술시험만 남았습니다. 이제는 수능 이후에 있을 수시 2차 논술시험을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는 이제 수시 1차 시험을 다 봤는데 논술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수능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논술 공부는 부담이 될 테니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양만큼 해오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일주일마다 2000자 정도를 써 왔다면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여러분이 공부해왔던 논술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배웠던 주제와 제시문의 내용들, 문제풀이 요령, 자신이 몰랐던 단어, 자신의 글쓰기 장단점을 정리하는 것이지요. 일종의 나만의 논술 비법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수능과목은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지만 논술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필기도 하나의 노트에 하지 않곤 하지요. 그러다 보니 논술 공부를 열심히 해도 느는 것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수시 2차 논술 시험도 봐야 하니 이 참에 정리해 두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성신여대 논술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2012학년도 성신여대 수시 논술 (3교시)


상고(上古)시대에는 사람이 적고 금수(禽獸)가 많아 사람들은 금수나 벌레, 뱀과 대항할 수가 없었다. 마침 어느 성인(聖人)이 나타나 나무를 얽어 집을 마련해주자 사람들은 비로소 여러 가지 해악(害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천하의 군주로 삼고 유소씨(有巢氏)라 불렀다. 사람들은 과일이나 조개 같은 것을 먹었으나 냄새가 역하고 몸에 해를 끼쳐 병을 많이 앓았다. 그때 어느 성인이 나타나 부싯돌로 불을 지펴 날것을 익혀 먹도록 해주었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천하의 군주로 삼고 수인씨(燧人氏)라 불렀다. 중고(中古)시대에는 천하에 홍수가 범람했는데 곤(鯤)과 우(禹)가 물길을 터주었다. 근고(近古)시대에는 걸(桀)과 주(紂)가 폭정을 할 때 탕(湯)과 무(武)가 이를 정벌했다.

만약 하나라 시대에 나무를 얽어 집을 짓거나 부싯돌로 불을 지피는 자가 있었다면 곤과 우에게 비웃음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은나라, 주나라 시대에 물길을 트는 자가 있었다면 탕과 무에게 비웃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요, 순, 우, 탕, 무가 사용했던 원리나 방법을 찬미하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새로이 나타난 성인에게 비웃음을 받을 것이다.

송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밭 가운데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토끼가 달려오더니 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농부는 쟁기를 놓고 그 다음날부터 매일 그루터기를 지키며 다른 토끼가 오기를 바랐으나 토끼를 다시 얻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그는 송나라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선왕(先王)의 정치와 문물로써 현세의 백성을 다스리려는 것은 농부가 그 나무의 그루터기를 지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칼을 물에 빠뜨렸다. 그는 황급히 칼을 떨어뜨린 뱃전에 표시를 새겨 놓으며 “여기는 내가 칼을 빠뜨려 놓은 곳이다.”라 하였다. 배가 나루터에 도착하자 그는 표시를 해놓은 뱃전 아래의 물로 들어가 칼을 찾았다. 배는 이미 지나왔고 칼은 지나온 물속에 있는데 이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한비자(韓非子)』와 『여씨춘추(呂氏春秋)』의 번역문에서 발췌·수정-


서양의 무력 도전에 대해 조선 정부 내부에서는 주전(主戰)인가 주화(主和)인가를 둘러싸고 의견이 나뉘었다. 예컨대 화서 이항로는 “지금 국론이 ‘주화’와 ‘주전’의 양끝으로 나뉘어 있는데, 서양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쪽 사람의 이야기이고, 서양과 화의를 주창하는 것은 저쪽의 이야기입니다. ‘주전’에 바탕을 두면 나라 안에 옛 의상(衣裳)을 지킬 수 있지만, ‘주화’를 따르면 인륜은 금수(禽獸)의 세계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라 하였다. 외래의 사상과 문화는 부모와 자식 간이나 임금과 신하 간의 윤리라든가 태극과 같은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재화와 여색만을 중시하는 오랑캐와 같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조선의 선비들은 나라와 군주를 지키기 위한 충군애국(忠君愛國)이 아니라, 유교적 예교(禮敎)를 통해 인륜을 지켜나가는 것으로 일관했다. 서학(西學)은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사교(邪敎)인데, 인륜의 기본적인 부자 간의 도리와 군신 간의 신의를 부정하므로, 그것은 금수의 세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서양에 대한 ‘주화’냐 ‘주전’이냐 하는 것이 곧 인륜이냐 금수냐를 갈음하는 대결의 논리로 변했다. 외래문화의 유입에 대한 위기의식은 서학의 전래로 인한 전통적 가치 질서의 혼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양의 외압 성격이 점차 군사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으로 강화된 데다, 또한 직접적이고 강력해지면서 노골화되었다.

이에 조선의 일부 지식인들은 외래문화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를 ‘기이한 기술과 지나친 기교로 만든 서양상품의 유입’ 때문이라고 보았다. 서양의 상품은 모두 사치품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의 상품이 공산품인 반면 우리의 상품은 농산품이므로 서로 통상을 하게 되면 조선 경제가 피폐해질 것이라고 인식하였다. 천주교의 탄압이나 양요의 격퇴는 지엽 말단적인 문제이고 그것을 막는 근본대책은 서양 상품을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이므로, 중앙에서부터 변경의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서양 상품을 배척하고 사용하지 않도록 인심을 단속하였다.

-강재언 지음, 하우봉 옮김, 『선비의 나라, 한국유학 이천 년』에서 발췌·수정-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물어보는 것, 그것이 올바른 학문의 방법이다. 동복(童僕)이 나보다 한 글자라도 아는 것이 있다면 예의와 염치를 불문하고 그에게 배울 것이다. 남보다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여 자기보다 나은 자에게 묻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아무런 기술도 갖추지 못한 고루한 세계에 자신을 가두어버리는 꼴이 되리라. 순임금은 농사일을 하고 질그릇을 구우며 물고기를 잡는 일을 직접 자기 몸으로 행하다가 마침내 제왕이 되셨는데, 그 분은 남에게서 배우지 않은 것이 없었다. 공자께서는 “나는 젊어서 비천한 사람이었기에 천한 일도 곧잘 한다.”고 하셨으니, 그 분이 말한 천한 일이란 농사일이나 질그릇을 굽고 물고기를 잡는 일 따위다.

순임금이나 공자는 성인이면서 동시에 기예에도 능하신 분이다. 그렇지만 물건을 접할 때마다 기술을 발휘하고 일이 닥칠 때마다 기구를 제작하자면 시간도 부족할 것이며 지혜도 모자란 부분이 없을 수가 없다. 순임금이나 공자께서 성인이 되신 까닭은 남에게 묻기를 좋아하고 남이 말해준 것을 잘 배운 데 지나지 않는다.

우리 조선 선비들은 세계 한 모퉁이의 구석진 땅에서 편협한 기풍을 지니고 살고 있다. 발로는 모든 것을 가진 중국 대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고, 눈으로는 중국 사람을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을 때까지 조선 강토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긴 다리의 학과 검은 깃의 까마귀가 제각기 자기 천분(天分)을 지키며 사는 격이며, 우물 안 개구리와 작은 나뭇가지 위 뱁새가 제가 사는 곳이 제일인 양 으스대며 사는 꼴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법이란 세련되기보다는 차라리 소박한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누추한 생활을 두고 검소한 생활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이른바 네 부류의 백성도 겨우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요, 이용(利用)과 후생(厚生)에 필요한 도구에 이르면 날이 갈수록 곤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이러한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학문할 줄 모르는 잘못에 있다.

잘못을 깨달아 제대로 학문을 하고자 한다면 중국을 제쳐두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나 저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중국을 통치하는 자는 오랑캐다. 그들에게 학문을 배운다는 것이 나는 부끄럽다.” 그렇게 말하며 중국의 떳떳한 옛날 제도까지 싸잡아서 천시하여 오랑캐의 것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렇다면 저들이 변발을 하고 옷깃을 외로 여미는 오랑캐라고 하자. 그러나 그들이 점거하고 있는 땅이 하은주(夏殷周) 삼대(三代) 이래로 한(漢)·당(唐)·송(宋)·명(明)이 지배했던 그 넓은 중국이 아니던가? 그 대지 위에서 살고 있는 백성들이 하은주 삼대 이래 한·당·송·명의 후손들이 아니란 말인가?

법이 훌륭하고 제도가 좋다고 할 것 같으면 오랑캐라도 찾아가서 스승으로 섬기며 배워야 하거든, 더구나 저들은 규모가 광대하고 사고가 정미(精微)하며 제작이 굉장하고 문장이 빼어나서 여전히 하은주 삼대 이래의 한·당·송·명의 고유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를 저들과 비교해보면 한 치도 나은 점이 없건만 한 줌의 상투를 틀고 천하에 자신을 뽐내면서 “지금의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들의 산천을 비린내 나고 누린내 난다고 헐뜯고, 중국의 백성을 개나 양이라고 욕한다. 저들의 언어를 되놈의 말이라고 중상하고, 중국의 훌륭한 법과 좋은 제도까지 싸잡아서 배척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차 누구를 모범으로 삼아서 개선할 것인가?

-『북학의서문(北學議序文)』의 번역문에서 발췌·수정-


문제 1】<가>에서 제시하는 논점을 파악하여 서술하고, 이를 토대로 외래사상과 문화를 수용하는 <나>와 <다>의 입장에 대하여 각각 설명하시오. (800자 내외)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4> 제시문 뒤에 숨어있는 주장 찾아내야

"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가>는 과거의 원리나 방법을 현세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아무리 훌륭하고 유용한 원리와 방법이었을지라도 현세에서는 더 이상 훌륭하고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원리와 방법, 정치와 문물은 발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을 무시하고 옛 것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전의 원칙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현세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세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문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래사상과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외래사상과 문화 수용에 관한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이 제시문 <나>와 <다>에 서술되어 있다.

제시문 <나>는 외래사상과 문화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제시문 <다>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외래의 사상과 문화가 유교적 예교를 무시하고, 재화와 여색만을 중시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유교적 예교를 통해 인륜을 지키는 것을 중시했는데, 서학이 이를 부정함으로써 전통적 가치 질서가 상실되는 것에 대해 위기를 느꼈다. 또한 서양의 상품은 모두 사치품이고, 그들의 상품으로 말미암아 조선 경제가 피폐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제시문 <다>에서는 외래가 우리보다 더 나은 것을 지니고 있다면, 외래를 스승으로 섬기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인인 순임금과 공자도 남에게 묻기를 좋아하고 잘 배웠다고 말하면서, 조선 선비들이 외래사상과 문화를 수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편협한 태도라고 주장한다. 즉 외래사상과 문화가 훌륭하다면 그것을 수용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와 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 해설 및 예시답안

- 제시문 뒤에 숨어 있는 입장, 주장을 찾아내야 합격이다.

학생들은 제시문의 난이도가 쉬우면 논술도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난이도가 낮은 논술이라고 생각하면 띄어쓰기에서 차이가 나거나, 내신에서 차이가 나거나, 창의적인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모두 맞기도 하지만 사실 틀렸다고 봐야 합니다.

위의 학생의 글은 나쁘지 않습니다. 표현력이나 띄어쓰기나 이런 것 역시 문제가 없습니다. 문장력도 좋은 편입니다. 아마 평균 이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합격할 수 있는 글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논술 문제를 출제할 때 출제자들은 제시문 뒤에 무언가를 숨겨 놓습니다. 그것이 바로 출제의도, 즉, 제시문의 입장, 주장, 견해라는 것입니다. 제시문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의 논술문제에서는 제시문 가에서 제시문 나를 설명하라고 표현하지 않지요.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의 사례를 설명하라”와 같은 방식을 출제한답니다. 이번 성신여대 문제 역시 “제시문 나와 다의 입장에 대해 각각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지요. 지금 위의 학생이 쓴 글은 제시문 나와 다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나와 다의 사실들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 학생 글

① 제시문 <나>에서는 외래의 사상과 문화가 유교적 예교를 무시하고, 재화와 여색만을 중시한다고 주장한다. ② 조선의 선비들은 유교적 예교를 통해 인륜을 지키는 것을 중시했는데, 서학이 이를 부정함으로써 전통적 가치 질서가 상실되는 것에 대해 위기를 느꼈다. ③ 또한, 서양의 상품은 모두 사치품이고, 그들의 상품으로 말미암아 조선 경제가 피폐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학교측 예시답안

① 제시문 나의 필자는 서양문물의 수용이 인륜을 금수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외래문화 수용에 대해 폐쇄적 입장을 표명한다. ② ‘주화’와 ‘주전’의 대결을 ‘인륜’과 ‘금수’의 대결로 귀결시킨 것이다. ③ 이러한 관점은 서양문물의 유입이 부자간의 도리, 군산간의 신의와 같은 인륜을 파괴하고 전통적 가치질서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인식이다. ④ 때문에 조선 경제에 위기를 가져오는 서양문물을 강력히 배척하려 한 것이다.

⑤ 따라서 제시문 가의 논리에 입각해서 볼 때, 제시문 나의 모습은 융통성 없이 옛것만을 고집하는 각주구검의 모습과 흡사하다.


위의 학생글 중 제시문 나를 언급한 부분을 보겠습니다. 제시문 나의 입장, 즉 주장은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 ①~③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무엇입니까? 지금 위의 학생은 제시문 나에 대한 정보를 순차적으로 늘어놓고 있을 뿐입니다. 주장이 무엇인지 그 주장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지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봤을 때 이 학생은 요약의 기초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제시문 가의 입장, 즉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제시문 나와 다를 설명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가의 입장과 제시문 나의 입장은 어떤 관계일까요?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나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이 글은 어떤 답도 해줄 수 없답니다. 그렇다면 논리력 부분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감점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절대 합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교 측에서 제공한 예시답안을 보겠습니다. 누가 봐도 제시문 나에 대해 서술한 단락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①번 문장입니다. 정확하게 주장을 담고 있는 문장을 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②~④번 문장은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요. 이렇게 보면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이 반대되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설명한 글이 됩니다. 게다가 마지막 ⑤번 문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두 제시문 간의 관계를 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지요.


- 글로 표현해내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학생들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쓸 수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답니다. 제시문이 어렵지 않으니까 자신이 잘 썼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제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했지만 학생들은 문제의 요구조건을 충족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제시문을 먼저 정리하고 난 다음 글을 쓰려고 하거나 제시문을 요약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고 착각합니다. 이 학생도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마 이 학생을 제가 만나서 대화해 보면 제시문 가와 나의 주장이 같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시문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논술시험에서는 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글을 쓰려고 하는지 묻지 않습니다. 평가자들은 글에 쓰여진 대로 판단할 것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것을 표현할지 토론하고 상의하고 하는 것은 논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하지만 논술시험에서는 중요하지 않답니다. 그래서 논술 선생님들은 “표현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학교 측 예시답안

제시문 가에서는 옛것만을 고집하다가 전혀 발전이 없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융통성 없이 과거의 풍습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방법일 뿐이고, 지나간 시대에 보다 더 발전된 모습만이 수용될 뿐이다. 이는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나라를 통치하는 데 있어서도 해당된다.

이를 토대로 제시문 나와 다를 볼 때, 두 제시문은 서로 상반되는 입장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제시문 나의 필자는 서양문물의 수용이 인륜을 금수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외래문화 수용에 대해 폐쇄적 입장을 표명한다. ‘주화’와 ‘주전’의 대결을 ‘인륜’과 ‘금수’의 대결로 귀결시킨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서양문물의 유입이 부자간의 도리, 군신간의 신의와 같은 인륜을 파괴하고 전통적 가치질서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인식이다. 때문에 조선 경제에 위기를 가져오는 서양문물을 강력히 배척하려 한 것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4> 제시문 뒤에 숨어있는 주장 찾아내야
반면 제시문 다의 필자는 외래의 문화와 사상까지도 배울 수 있다는 개방적인 수용태도를 보인다. 학문의 방법은 오로지 더 나은 것을 묻고 배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설령 그것이 법이나 제도라고 할지라도 외래의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이라는 작은 땅에 갇혀 소박함과 누추함이 검소함이라고 여기며 외래의 것을 오랑캐라면서 무조건 배척하는 선비들을 지적하고 있다. 즉, 편협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더 나은 것을 모범으로 삼아 수용하고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의 논리에 입각해서 볼 때, 제시문 나의 모습은 융통성 없이 옛것만을 고집하는 각주구검의 모습과 흡사하다. 즉, 개선을 위해 외래문물의 적극적 수용을 지향하는 제시문 다의 입장이야말로 제시문 가의 논점에 어울리는 입장인 것이다.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