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수시 논술 전형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6일 가톨릭대학교를 시작으로 22일 건국대, 한국항공대, 23일 상명대가 연이어 시험을 치렀습니다. 응시생들의 공통적인 소감은 시간 배분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간을 정해 놓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위축되었던 탓입니다. 따라서 10월 첫째 주에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 학생들은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1000자 내외를 쓰는 것이 표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험장에선 가급적 긴장하지 않아야 하며, 글쓰기 준비 시간, 글 쓰는 시간, 퇴고하는 시간을 미리 배분해놓아야 합니다.
이번 주는 지난 호와 지지난 호에 이어 성신여대 문제를 살펴볼 것입니다. 32회나 연재하면서 전체 문제를 살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살펴보지요. 참고로 2013학년도 성신여대 논술전형 전체 경쟁률은 39.02 대 1입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경쟁률이 제일 높은 곳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65 대 1이었고, 그 뒤로 간호학과 53 대 1, 심리학과 52.71 대 1로 나타났습니다. 경쟁률이 제일 낮은 학과는 한문교육과로 25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국어국문학과가 경쟁률 5위로 나타나는 등 인문학 계열의 전공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설명했듯이 이는 학생들이 소신지원보다는 안정지원을 한 것이라 추측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저의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 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1학년도 성신여대 수시 논술 (3교시)
다음 제시문을 잘 읽고 제시문에 근거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함에 있어 논의되어야 할 ‘평등’에 대한 노직과 롤즈라는 학자들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들이다. 단, ‘정의’나 ‘공정’ 등에 대한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 제시문의 견해들을 ‘정의’ 또는 ‘공정’으로 구분 없이 부르기로 한다.
마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 과도한 힘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하 생략)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①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남용행위”라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1999.2.5>
1.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이하 “가격”이라 한다)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3.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4.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이하 생략)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A사가 독점적인 지위에서 사업을 수행해 오다가 B사가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였으며, 그 이후 C사, D사, E사가 후발업체로 다시 시장에 진입하였다. 즉, A사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고, 이후 B사가 진입하였으며, 그리고 나머지 C사D사E사는 동시에 후발업체로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다섯 개의 업체가 경쟁을 하던 중, 1위 업체인 A사와 2위 업체인 B사가 합병을 하게 되어 두 회사가 합한 시장점유율은 57%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시장점유율 50%를 넘는 ‘거대 통신 공룡’의 탄생과, 이들이 가지는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위를 염려하여, ‘합병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병을 승인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합병으로 인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시장점유율 상위 세 개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는 경우 합병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문 기사에서 발췌수정)(지면 관계상 제시문 가와 나는 싣지 않음. 가와 나는 지난 호 참조)
[문제3] 제시문 <마>에 제시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에 가한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에 대하여 <나>의 관점에서 타당성을 설명하고, <가>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비판하시오. (1000자 내외)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는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사업에게 그 사업의 팽창성을 제한함으로써 발전의 정도가 약한 소수의 사업들에게 진보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이다. 과도한 경제력을 가진 사업자들의 지위가 남용되는 것을 예방하고 다른 기업들과 함께 공정한 정책을 도모하면서 균형있는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의 목적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한 제한 조치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지 않도록 규제하여 거대한 합병으로 인한 소수 기업들의 손실을 막고 사업자들의 독점적인 지배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와 조치는 제시문 <나>의 롤즈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롤즈는 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당한 위치에 있는 사업들에게 상대적인 평등을 보장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른 경쟁을 촉구하는 제시문 <마>의 사례들과 부합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와 조치는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노력하게 만드는 희망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의 전체적인 생산성을 이끌어 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시문 <가>의 노직의 입장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를 살펴본다면 타당하지 못한 제도가 된다. 노직은 차등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능력있는 개인들이 역차별을 받으면서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하지 못하며 기회의 분배는 오로지 능력의 성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노직은 차등의 원칙이 실현됨으로써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먼저, 능력있는 개인들의 낮은 사회적 기여도 그리고 그들의 동기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비생산적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다.
▧ 평가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 비판이란 자신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성신여대 문제의 각 배점을 보면 1번 문제가 300자로 20점, 2번 문제가 600자로 30점, 3번 문제가 1,000자로 50점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제일 중요한 것은 3번 문제이겠지요. 3번 문제를 잘 쓰는 것이 무엇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또한 1, 2번보다는 3번 문제에 있어 학생들의 점수 차이도 가장 크게 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겠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3번 문제의 요구 중 학생들의 점수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부분은 “비판하시오”일 것입니다. 즉 제시문 마에 대한 독해력보다도, 제시문 마에 대해 나의 관점에서 타당성을 설명하는 것보다도,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마를 비판하는 것이 가장 학생들이 어려워할 부분이자, 가장 잘 써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비판하기입니다. 학생들이 비판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제시문에 나와 있는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며, 제시문에 나와 있지 않은 단어나 표현들을 바탕으로 서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비판하기야 말로 많은 논술 답안을 작성해 봐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비판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먼저 비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쟁점을 구체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쟁점이란 각각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가 바로 쟁점이라는 것이지요. 이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쟁점을 두루뭉술하게 잡으면 비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비판하라”고 하면 어떻게 비판해야 할지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쟁점을 잡았다면 이를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문장을 표현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쟁점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비판을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위의 학생은 비판을 잘 하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자 학생의 답안을 다시 읽어 보지요.
① 하지만 제시문 <가>의 노직의 입장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를 살펴본다면 타당하지 못한 제도가 된다.
② 노직은 차등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능력있는 개인들이 역차별을 받으면서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하지 못하며 기회의 분배는 오로지 능력의 성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노직은 차등의 원칙이 실현됨으로써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먼저, 능력있는 개인들의 낮은 사회적 기여도 그리고 그들의 동기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비생산적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다.
->제시문 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제시문 가의 요약에 불과
① 문장은 앞의 단락과 연결하는 문장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시문 마가 가의 입장에서 옳지 않다는 것을 밝혀주는 부분이니 잘 서술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②이지요.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시문 가의 노직의 입장은 제시문 나의 차등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는 능력 있는 개인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게 하며 그들의 경제참여 의지를 꺾고 말테니까요. 이를 위의 학생은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시문 가의 입장을 “요약”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지요. 제시문 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이동통신시장에 가한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에 대해 “비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 가의 입장, 논리를 가지고 제시문 마에 적용하고 비판하라는 것이지요.
제시문 마는 누가 봐도 제시문 나에 부합하는 사례이고 가와 반대되는 사례입니다. 이를 못 잡아내는 수험생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시문 가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비판을 할 때 잘못하는 것을 위의 학생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비판하기는 상대방의 의견이 옳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왜 틀렸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아래의 예시답안을 읽어보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비판하기란 단순히 입장이 다른 것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은 입장을 짝지은 것이 아닙니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는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흰색 까마귀를 찾아내는 것처럼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나의 입장이 타당함을 방증하는 것이 비판입니다.
①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제시문 가의 형식적 평등의 입장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다.
② 만약 신규사업자들의 권익을 국가나 정부가 나서서 지켜준다는 것은 신규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들의 권익을 상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마의 조치는 신규사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 이익을 주기 때문에 타사업자들에게 있어서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보다 좋은 답안을 쓰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시문들을 결합시키는 차원을 극복해야 합니다. 제시문들이 이야기하는 구체적인 것이 무엇이고 그것의 뒤에 있는 출제자의 입장과 주제의식은 무엇인지까지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논술원리의 기본출제 원리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 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은 제시문 나의 실질적 평등을 실천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회의 균등만이 존재한다면 제시문 마에서 지적한 대로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과도한 힘이 쏠리게 되고 이로 인한 신규사업자의 진입은 어렵게 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다시 말해 지배적 사업자는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몸집을 불리는 등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게 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신규사업자들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박탈당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마가 취한 조치들은 상대적인 약자들인 신규사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제시문 나의 차등의 원칙이 실현된 사례이므로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등의 원칙이 실현될 때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 참여 의지는 커지게 되므로 제시문 마의 조치는 시장 전체의 경쟁력 역시 크게 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제시문 가의 형식적 평등의 입장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다. 만약 신규사업자들의 권익을 국가나 정부가 나서서 지켜준다는 것은 신규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들의 권익을 상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마의 조치는 신규사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 이익을 주기 때문에 타사업자들에게 있어서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은 많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를 얻을 수 있었고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의 조치는 이러한 투자와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되므로 다른 시장의 다른 사업자들의 투자의지나 경제 참여 의지를 꺾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전체 경제 발전의 방해물이 되고 말 것이다. (942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
수시 논술 전형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6일 가톨릭대학교를 시작으로 22일 건국대, 한국항공대, 23일 상명대가 연이어 시험을 치렀습니다. 응시생들의 공통적인 소감은 시간 배분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간을 정해 놓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위축되었던 탓입니다. 따라서 10월 첫째 주에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 학생들은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1000자 내외를 쓰는 것이 표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험장에선 가급적 긴장하지 않아야 하며, 글쓰기 준비 시간, 글 쓰는 시간, 퇴고하는 시간을 미리 배분해놓아야 합니다.
이번 주는 지난 호와 지지난 호에 이어 성신여대 문제를 살펴볼 것입니다. 32회나 연재하면서 전체 문제를 살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살펴보지요. 참고로 2013학년도 성신여대 논술전형 전체 경쟁률은 39.02 대 1입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경쟁률이 제일 높은 곳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65 대 1이었고, 그 뒤로 간호학과 53 대 1, 심리학과 52.71 대 1로 나타났습니다. 경쟁률이 제일 낮은 학과는 한문교육과로 25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국어국문학과가 경쟁률 5위로 나타나는 등 인문학 계열의 전공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설명했듯이 이는 학생들이 소신지원보다는 안정지원을 한 것이라 추측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저의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 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1학년도 성신여대 수시 논술 (3교시)
다음 제시문을 잘 읽고 제시문에 근거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함에 있어 논의되어야 할 ‘평등’에 대한 노직과 롤즈라는 학자들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들이다. 단, ‘정의’나 ‘공정’ 등에 대한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 제시문의 견해들을 ‘정의’ 또는 ‘공정’으로 구분 없이 부르기로 한다.
마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 과도한 힘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하 생략)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①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남용행위”라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1999.2.5>
1.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이하 “가격”이라 한다)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3.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4.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이하 생략)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A사가 독점적인 지위에서 사업을 수행해 오다가 B사가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였으며, 그 이후 C사, D사, E사가 후발업체로 다시 시장에 진입하였다. 즉, A사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고, 이후 B사가 진입하였으며, 그리고 나머지 C사D사E사는 동시에 후발업체로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다섯 개의 업체가 경쟁을 하던 중, 1위 업체인 A사와 2위 업체인 B사가 합병을 하게 되어 두 회사가 합한 시장점유율은 57%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시장점유율 50%를 넘는 ‘거대 통신 공룡’의 탄생과, 이들이 가지는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위를 염려하여, ‘합병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병을 승인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합병으로 인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시장점유율 상위 세 개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는 경우 합병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문 기사에서 발췌수정)(지면 관계상 제시문 가와 나는 싣지 않음. 가와 나는 지난 호 참조)
[문제3] 제시문 <마>에 제시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에 가한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에 대하여 <나>의 관점에서 타당성을 설명하고, <가>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비판하시오. (1000자 내외)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는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사업에게 그 사업의 팽창성을 제한함으로써 발전의 정도가 약한 소수의 사업들에게 진보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이다. 과도한 경제력을 가진 사업자들의 지위가 남용되는 것을 예방하고 다른 기업들과 함께 공정한 정책을 도모하면서 균형있는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의 목적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한 제한 조치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지 않도록 규제하여 거대한 합병으로 인한 소수 기업들의 손실을 막고 사업자들의 독점적인 지배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와 조치는 제시문 <나>의 롤즈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롤즈는 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당한 위치에 있는 사업들에게 상대적인 평등을 보장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른 경쟁을 촉구하는 제시문 <마>의 사례들과 부합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와 조치는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노력하게 만드는 희망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의 전체적인 생산성을 이끌어 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시문 <가>의 노직의 입장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를 살펴본다면 타당하지 못한 제도가 된다. 노직은 차등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능력있는 개인들이 역차별을 받으면서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하지 못하며 기회의 분배는 오로지 능력의 성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노직은 차등의 원칙이 실현됨으로써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먼저, 능력있는 개인들의 낮은 사회적 기여도 그리고 그들의 동기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비생산적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다.
▧ 평가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 비판이란 자신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성신여대 문제의 각 배점을 보면 1번 문제가 300자로 20점, 2번 문제가 600자로 30점, 3번 문제가 1,000자로 50점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제일 중요한 것은 3번 문제이겠지요. 3번 문제를 잘 쓰는 것이 무엇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또한 1, 2번보다는 3번 문제에 있어 학생들의 점수 차이도 가장 크게 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겠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3번 문제의 요구 중 학생들의 점수 차이가 가장 크게 나는 부분은 “비판하시오”일 것입니다. 즉 제시문 마에 대한 독해력보다도, 제시문 마에 대해 나의 관점에서 타당성을 설명하는 것보다도,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마를 비판하는 것이 가장 학생들이 어려워할 부분이자, 가장 잘 써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비판하기입니다. 학생들이 비판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제시문에 나와 있는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며, 제시문에 나와 있지 않은 단어나 표현들을 바탕으로 서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비판하기야 말로 많은 논술 답안을 작성해 봐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비판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먼저 비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쟁점을 구체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쟁점이란 각각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가 바로 쟁점이라는 것이지요. 이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쟁점을 두루뭉술하게 잡으면 비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비판하라”고 하면 어떻게 비판해야 할지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쟁점을 잡았다면 이를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문장을 표현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쟁점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비판을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위의 학생은 비판을 잘 하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자 학생의 답안을 다시 읽어 보지요.
① 하지만 제시문 <가>의 노직의 입장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를 살펴본다면 타당하지 못한 제도가 된다.
② 노직은 차등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능력있는 개인들이 역차별을 받으면서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하지 못하며 기회의 분배는 오로지 능력의 성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노직은 차등의 원칙이 실현됨으로써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먼저, 능력있는 개인들의 낮은 사회적 기여도 그리고 그들의 동기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비생산적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다.
->제시문 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제시문 가의 요약에 불과
① 문장은 앞의 단락과 연결하는 문장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시문 마가 가의 입장에서 옳지 않다는 것을 밝혀주는 부분이니 잘 서술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②이지요.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시문 가의 노직의 입장은 제시문 나의 차등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는 능력 있는 개인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게 하며 그들의 경제참여 의지를 꺾고 말테니까요. 이를 위의 학생은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시문 가의 입장을 “요약”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지요. 제시문 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과 이동통신시장에 가한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에 대해 “비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 가의 입장, 논리를 가지고 제시문 마에 적용하고 비판하라는 것이지요.
제시문 마는 누가 봐도 제시문 나에 부합하는 사례이고 가와 반대되는 사례입니다. 이를 못 잡아내는 수험생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시문 가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비판을 할 때 잘못하는 것을 위의 학생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비판하기는 상대방의 의견이 옳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왜 틀렸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아래의 예시답안을 읽어보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비판하기란 단순히 입장이 다른 것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은 입장을 짝지은 것이 아닙니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는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흰색 까마귀를 찾아내는 것처럼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나의 입장이 타당함을 방증하는 것이 비판입니다.
①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제시문 가의 형식적 평등의 입장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다.
② 만약 신규사업자들의 권익을 국가나 정부가 나서서 지켜준다는 것은 신규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들의 권익을 상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마의 조치는 신규사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 이익을 주기 때문에 타사업자들에게 있어서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보다 좋은 답안을 쓰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시문들을 결합시키는 차원을 극복해야 합니다. 제시문들이 이야기하는 구체적인 것이 무엇이고 그것의 뒤에 있는 출제자의 입장과 주제의식은 무엇인지까지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논술원리의 기본출제 원리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 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은 제시문 나의 실질적 평등을 실천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회의 균등만이 존재한다면 제시문 마에서 지적한 대로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과도한 힘이 쏠리게 되고 이로 인한 신규사업자의 진입은 어렵게 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다시 말해 지배적 사업자는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몸집을 불리는 등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게 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신규사업자들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박탈당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마가 취한 조치들은 상대적인 약자들인 신규사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제시문 나의 차등의 원칙이 실현된 사례이므로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등의 원칙이 실현될 때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 참여 의지는 커지게 되므로 제시문 마의 조치는 시장 전체의 경쟁력 역시 크게 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제시문 가의 형식적 평등의 입장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다. 만약 신규사업자들의 권익을 국가나 정부가 나서서 지켜준다는 것은 신규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들의 권익을 상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마의 조치는 신규사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 이익을 주기 때문에 타사업자들에게 있어서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은 많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를 얻을 수 있었고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의 조치는 이러한 투자와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되므로 다른 시장의 다른 사업자들의 투자의지나 경제 참여 의지를 꺾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전체 경제 발전의 방해물이 되고 말 것이다. (942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