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수시 원서 접수가 대부분 끝났습니다. 이번 원서 접수에서 보이는 전반적인 특징을 요약하자면 첫째 경쟁률 하락, 둘째 소신 지원보다는 안정 지원, 셋째 새로운 인기학과의 급부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경쟁률 하락은 이미 예상되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자기가 쓰고 싶은 학교는 몇 개든지 쓸 수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논술을 보는 학교를 모두 쓰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연세대부터 서울여대까지 지원하는 학생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올해는 원서 지원 제한이 있다 보니 예년에 비해 신중히 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전체 경쟁률이 작년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이것은 두 번째에서 말할 안정 지원 추세와 연결되는데요. 수능 최저 등급을 이른바 세게 부르는 학교들의 지원율은 급감했습니다. 예를 들면 연세대는 작년 70 대 1 정도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27 대 1 내외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4개 영역 중 3개나 2등급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역시 23 대 1 내외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3개 영역 2등급을 요구했지요. 반대로 한양대는 7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수능 최저 등급을 4개 영역 중 2개 2등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가장 입시 성적이 좋은 경영학과와 경제학과의 경쟁률은 낮고 사회과학대 경쟁률이 높다는 것, 게다가 국어국문학과나 철학과, 사학과와 같은 인문계열 경쟁률이 높았다는 것은 학생들이 경영이나 경제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소신 지원이 아닌 과를 낮추겠다는 하향 지원을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는데, 이것이 세 번째와 연결됩니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학과는 심리학과입니다. 작년부터 보였던 특징이나 올해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입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미 원서 접수를 모두 끝냈다면 이제는 수능과 논술 공부에 주력하기 바랍니다. 경쟁률이 어떻고 여기 쓰지 말고 다른 데 쓸 걸 등 이런 것을 고민하면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겠지요.

이번 호에서는 지난번에 본 성신여자대학교 문제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간략하게 성신여대 논술에 대해 살펴보면 시험일자는 10월14일 일요일입니다. 시험시간은 2시간이며, 1번 문제 800자, 2번 문제 1000자입니다.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논술이 70%, 학생부가 30%랍니다. 학교 측의 발표에 따르면 전년도 합격자 논술 평균 등급은 2.2 정도, 학생부 평균 등급은 2.9 정도였습니다. 이 결과는 커트라인이 아닌 합격자 평균임을 잘 기억하기 바랍니다. 자세한 입시 관련 상담은 이동훈 생글생글 컨설팅 소장님께 문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 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의 글을 첨삭해 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바람니다.


▨ 2011학년도 성신여대 수시 논술(3교시)

다음 제시문을 잘 읽고 제시문에 근거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함에 있어 논의되어야 할 ‘평등’에 대한 노직과 롤스라는 학자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들이다. 단, ‘정의’나 ‘공정’ 등에 대한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 제시문의 견해들을 ‘정의’ 또는 ‘공정’으로 구분 없이 부르기로 한다.

조선사회는 사농공상의 차별이 심한 신분사회로서 과거(科擧)시험에 많은 제약을 갖고 있었다. 다산은 당시의 인재 선발과 임용에 있어 출신문벌지역에 의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비판하고, 서얼중인서북인남인북인의 차별과 제한을 금하고, 모든 백성들에게 관직에 취임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할 것을 주장하였다. 예컨대 서얼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면 “서얼의 관직 취임은 이미 영조시대부터 부분적으로 단행되어 대간직을 주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러나 그들이 임용될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어 그것이 잘못이라고 하고 있다. 서얼이라고 하더라도 능력이 있는 자는 대간 벼슬이 작은 것이니 만큼 정승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는 신분에 구애되지 않는 능력 본위, 기회 균등의 임용을 보장하라는 것이며 동서남북의 지역적 차별과 정파적 차별도 배제하는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송낙선,「다산의 인재 등용을 위한 과거제 개혁에 관한 연구」,『한국행정사학지』, 25호, 발췌수정)


한국 양궁이 20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선수를 골라내는 양궁만의 독특한 선수 선발 방식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대회보다도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그것이다. 양궁인들은 지난 20년간 개선발전시켜 온 올림픽 대표 선발 방식을 가리켜 ‘세계 최고의, 모든 통계와 가능성을 다 점검하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선발 방식’이라고 한다. 양궁대표 선발 방식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스타건 무명이건 간에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공정한 게임이라는 것, 오랜 기간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량을 검증하는 다면평가라는 점, 마지막으로 거르고 걸러진 우수 핵심 인재들 안에서도 다시 한번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 등이다.

(한경비즈니스 2004년 9-458호, 발췌)


사건의 발단은 1973년과 1974년에 연이어 동 대학원에 지원하였던 백인 남자 배키(A. Bakke)라는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인종차별적인 적극적 차별수정 정책 때문에 입학전형에서 탈락하였다고 주장함으로써 일어났다. 아래의 <표-1>에 나타난 그의 성적을 보면, 그는 특별입학전형 합격자들보다 뛰어나지만 대학에서 적극적 차별수정 정책에 따른 소수민족 우대 정책에 따라 100명의 정원 가원데 16명을 소수민족 학생에게 배정하였기 때문에 입학이 좌절되었다. 이에 대하여 배키는 대학이 연방헌법 제14조(평등보호조항) 등을 위배하였으니, 자신의 입학 허용을 주장하면서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제소하였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1> 퇴고는 필수!…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하라
그러나 대학 측도 대학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되는 실상을 보여주는 <표-2>를 제시하며 반격하였다. 1970~74년간 일반전형방식을 통해 합격한 흑인과 멕시코계 지원자들의 합격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도 과거의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다양한 인종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면 소수민족 출신자만을 위한 별도의 입학전형방식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였다.

(염철현,「미국 고등교육기관에서 적극적 차별 수정 정책의 적용에 따른 연방법원의 판결과 시사점」,『비교교육연구』, 16(1), 발췌수정)

(지면 관계상 제시문 가와 나는 싣지 않음. 가와 나는 지난 호 참조)

<문제 2> 제시문 <다>와 <라>의 인재선발 방식의 장단점을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평등의 개념에 근거하여 비교 분석하시오. (600자 내외)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다>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통해 성취한 산물에 따른 기회의 공정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공정성이 내재된 사회를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나타나는 장점은 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여 사회에 기여할 것이며, 능력 개발의 동기 또한 자극을 시켜 생산적으로 활발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제시문 <라>는 흑인, 멕시코계의 드문 합격자들에게 차별수정정책을 통해 차등의 원칙을 실현하여 평등을 보장한다. 이 정책을 제시문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인종이라는 틀에 억압받지 않는 편중성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시문 <나>의 롤즈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시문 <다>의 다산의 주장과 한국양궁 대표선수 선발방식의 단점은 개인들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경쟁할 때, 사회적, 경제적 요소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패배의식과 사회적 박탈감을 갖게 될 것이며, 노력의 동기가 저하되어 결국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의 감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제시문 <라>의 적극적 차별수정정책의 단점은 제시문 <가>의 노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능력을 충족한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려는 동기를 저하시키고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감소하여 사회생산성의 감퇴를 촉발시킨다는 문제점이 될 수 있다.


내가 읽어 조금 이상한 건 남들이 읽으면 많이 이상하다!

▧ 평가기준 및 점수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1> 퇴고는 필수!…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하라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 제시문의 구체적 이야기와 제시문을 일반화시킨 이야기 모두 서술해야

학생들이 논술 답안을 쓰면서 가장 잘못 하는 것 중 하나가 읽을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를 만든 사람, 채점을 하는 사람은 이 문제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학생들은 생각합니다.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지요. 그리고 자신도 이 문제를 읽고 글을 썼으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너도 알고 나도 아니 자신이 말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간결히 하거나 생략하곤 합니다. 학생들의 글을 첨삭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제시문에 있는데 또 써야 해요”입니다.

그런데 논술이란 학생의 주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지요. 주어진 제시문을 어떻게 이해하고 독해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첫째, 주어진 제시문에서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주장을 논리적으로 도출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둘째,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서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셋째입니다. 쉽게 말해 수학으로 따지면 답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도출하는 과정까지 평가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글을 쓸 때는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서술도 해야 하지요. 평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독해력, 이해력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할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제시문을 어떻게 읽고 생각해서 답을 찾았는지를 보아야 평가할 수 있는데 이것이 없다면 평가하기 어렵겠지요.따라서 논술 답안을 쓸 때에는 각각의 제시문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이러이러한 것인데 문제 요구조건에 따른다면 이러이러한 답을 할 수 있다는 형태로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 예시 답안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1> 퇴고는 필수!…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하라
▧ 학생의 글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1> 퇴고는 필수!…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하라
위의 내용을 보겠습니다. 제가 쓴 내용과 학생의 글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겠습니까? 더 쉽게 물어서 어떤 글이 이해가 잘 가나요? 당연히 전자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자의 경우는 제시문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답을 도출하고 문제조건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학생의 글을 보면 제시문 다의 구체적인 이야기 없이 바로 제시문 가의 논리와 연결한 후 제시문 가의 말을 그대로 따서 장점으로 기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의 사고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글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문제는 이렇게 쓰면 평가자는 당연하게 ‘이해를 못하고 쓴 글’ 혹은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학생’이라고 평가하겠지요.


- 내가 읽어서 조금 이상한 것은 남들이 읽을 때는 많이 이상하다!! 퇴고 필수!!

자, 다음으로 학생이 쓴 문장 몇 개만 보겠습니다.


이 정책을 제시문<나>의 입장에서 볼 때, 인종이라는 틀에 억압받지 않는 편중성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차별 받고 있는 소수 인종을 입학시켜 그들의 권익을 증가시켜

제시문 <가>의 노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능력을 충족한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려는 동기를 저하시키고

→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려는 동기를 저하시키고


위의 학생이 쓴 문장들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고친 것을 의도한 것입니다. 그런데 평가자 입장에서 보면 이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전달하려 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되겠지요. 평가자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다면 좋은 점수는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학생도 이 글을 쓰면서 무언가 찝찝했을 것입니다. 보통 자신이 쓴 글은 자신이 썼기 때문에 자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요. 너무 잘 이해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표현을 쓰는지도 꽤 중요하지요. 따라서 답안을 작성한 후 반드시 퇴고를 해야 합니다. 또한 퇴고를 할 때는 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오해가 발생하여 내가 생각한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억울하겠지요.

▧ 예시 답안

제시문 다의 사례들은 제시문 가의 주장처럼 형식적 평등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다산은 모든 백성들에게 과거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균등히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양궁의 선발방법 역시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히 주고 있고, 선발의 기준은 실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점들은 형식적 평등과 부합하고 있다.반면 제시문 라는 제시문 나의 실질적 평등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시문 라의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1> 퇴고는 필수!…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고하라
미국의 대학은 소수민족에 대한 권익을 위해 적극적 차별수정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회의 평등만 추구할 경우 사회적 약자인 소수민족들은 교육의 기회가 박탈당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실질적 평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시문 다는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여 사회의 발전까지도 이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반면, 사회적 약자들은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가치를 얻지 못하게 되어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반대로 제시문 라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증가시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고 사회 생산력이 증대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회적 약자가 아니거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제 참여의지를 꺾는다는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640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