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9월 모의고사를 잘 치렀는지요. 잘 본 학생들은 여세를 몰아 더 학업에 매진하고, 못 본 학생들은 너무 좌절하지 말기 바랍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호에 다룰 학교는 성신여자대학교입니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고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나오면 금방 학교에 도착할 만큼 교통편은 좋답니다. 이번 수시 1차 논술을 치르는 학교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학교일 것이라 예상하는데요. 그 이유는 수능최저등급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간략하게 성신여대 논술에 대해 살펴보면, 시험일자는 10월14일 일요일입니다. 시험시간은 2시간이며, 1번 문제 800자, 2번 문제 1000자입니다.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논술이 70%, 학생부가 30%랍니다.
학교 측의 발표에 따르면 전년도 합격자 논술 평균 등급은 2.2 정도, 학생부 평균 등급은 2.9 정도였습니다. 이 결과는 커트라인이 아닌 합격자 평균임을 잘 기억하기 바랍니다. 다시 말해 이 점수보다 높은 성적을 가진 합격생도 있고 낮은 성적을 가진 합격생도 있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학생부 성적이 3.5~9 정도인 학생도 경제학과 경영학과 등 인기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를 지원하면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자세한 입시 관련 상담은 이동훈 생글생글 컨설팅 소장님께 문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1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논술 (3교시)
다음 제시문을 잘 읽고 제시문에 근거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함에 있어 논의되어야 할 ‘평등’에 대한 노직과 롤즈라는 학자들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들이다. 단, ‘정의’나 ‘공정’ 등에 대한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 제시문의 견해들을 ‘정의’ 또는 ‘공정’으로 구분 없이 부르기로 한다.
가 개인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개인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며 특정한 ‘자연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어떤 행위도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을 위해서 희생되어서는 안 되므로 타인에 대한 권리침해를 금지하는 것은 인간권리의 ‘불가침성’에 근거를 둔 행위제약 중 하나이다. 최소국가란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유토피아 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최소국가는 ‘우리의 권리를 존중해 줌으로써… 같은 존엄성을 가진 다른 개인들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 우리 자신이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우리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국가는 그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 최소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의 과정에 의해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카렌 레바크 저, 이유선 역,『정의에 관한 여섯 가지 이론』, 발췌수정)
노직 :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가족 배경성별지역연령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특성이나 환경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성취할 기회로부터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균등한 기회가 전제된다면 개인의 능력과 성취에 의해 얻어진 결과에 대하여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처한 사람들을 특별히 배려한다는 ‘차등의 원칙’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그들이 자기 옆으로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밖에 안 되므로, 상층부의 사람들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일종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이 결국 상층부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거나 사회적 기여를 높이고자 하는 동기를 잃게 하여 사회적 생산성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중략) 분배란 재화의 분배를 말하는 것인데, 재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의 산물입니다. 생산과정에 대한 기여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익은 그 기여도에 따라 나뉘어야 합니다. (박홍순, 『히스토리아 대논쟁 정의론&제도』, 발췌수정)
나 롤즈는 첫째, 각 개인은 다른 모든 개인들의 자유와 모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폭넓은 자유를 누려야 한다(자유의 원칙), 둘째,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할 뿐 아니라 그에 앞서 그러한 재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한다(공정한 기회의 원칙), 셋째, 정의는 우리에게 ‘차등의 원칙’에 따라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즉, 가장 못사는 이를 가능한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한 자유의 원리는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 개인이 언론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평등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팀 크레인 외 저, 강유원 외역,『철학, 더 나은 삶을 위한 사유의 기술』, 발췌수정)
가족의 도움을 받고 교육도 많이 받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분명 유리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경기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다면 그 경기는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 기회균등이 공식적으로 보장되는 자유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된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노직이 주장했던 자유지상주의 체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부당함은 “분배되는 몫이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대단한 임의의 요소에 부적절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임의의 요소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거나 지능이 높거나 학식 있는 부모를 만나는 것 등 개인의 노력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서, 이러한 임의의 요소에 의하여 발생하는 격차를 수정하는 방법의 하나는 개인이 처한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는 일, 즉 ‘보장적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정한 능력위주의 사회라면 단지 형식적인 기회균등)에만 기대지 않고 다른 조치들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교육기회를 고르게 제공하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란 학생과 똑같은 기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
(중략) 능력위주의 개념에 걸맞게 자유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려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경기를 할 때라야 승자도 포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만약 이러한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경제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노력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 이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으로 연결될 것이다. 또한 자유주의적 경쟁으로 파생된 부의 편중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 약자가 다수이므로 이들이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잃는다면 사회 전체적 생산성을 낮추게 된다. (마이클 샌델 저, 이창신 역,『정의란 무엇인가』, 발췌수정)
<문제1>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두 가지 관점에서 ‘평등’의 개념을 요약하시오. (300자 내외)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지발적인 협력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는 최소국가를 지향한다. 또한 개인이 노력한 성과를 토대로 한 균등한 기회를 지지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등의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만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반면 제시문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고로 보장적 평등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이 갖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 평가 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노직 VS 롤즈 논술 빈출 주제. 모르면 틀린다!!
이 문제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으니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숙지해 두어야 합니다. 정말 굉장히 중요한 주제입니다. 꼭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런데 위의 학생은 잘 쓴 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생의 답안
제시문 <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지발적인 협력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는 최소국가를 지향한다. 또한 개인이 노력한 성과를 토대로 한 균등한 기회를 지지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등의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만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 제시문 가 자체 요약
예시 답안
제시문 가는 기회의 평등, 형식적 평등을 말한다. 즉,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고, 이러한 개개인의 실력을 존중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회의 평등을 중심으로 요약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겠나요? 문제를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두 가지 관점에서 ‘평등’의 개념을 요약하시오.”입니다. 이 문제는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가와 나를 요약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분명하게 평등의 개념을 요약하라고 했지요. 다시 말하면 이 문제는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평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두 제시문의 입장을 비교분석하시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문제는 차이점을 쓰라는 문제였던 것입니다. 다시 학생 글을 보겠습니다.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평등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차등의 원칙이 상층부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은 300자밖에 되지 않는 이 문제에서 필요한 부분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의 답안
① 반면 제시문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②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③ 고로 보장적 평등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음 부분을 보겠습니다. 제시문 가에 비해서는 보다 평등에 대해 정리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문장과 문장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왜 이해가 잘 안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①번 문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여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로 문장 연결이 되어 있네요.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인 입장이다.”라고요. 이는 균등한 기회도 보장하고 차등의 원칙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제시문 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제시문 가에서도 균등한 기회를 강조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③번 문장 앞에는 ‘고로’ 즉, ‘따라서’로 연결되어 있네요. 이 학생이 쓴 대로 해석하자면, 제시문 나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보장적 평등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번 고쳐 보겠습니다.
① 제시문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② 차등의 원칙도 실현해야 된다고 말한다.
③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실제로 평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내가 쓴 글을 친구가 읽어서 이해하지 못했다면 실패한 논술 답안이다.
어떤가요? 이제 좀 이해가 되나요. 아마도 이 친구는 제시문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설명이 부족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는 “제시문이 갖고 있는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에서 제시문 가와 나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이 1번 문제가 전체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평등을 왜 물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 답안의 방향이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은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1번 학생 답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첫째, 제시문이 갖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 둘째, 자신이 이해한 것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글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학생은 제가 쓴 예시답안을 보고 똑같은 것 아닌가, 나는 이것을 의미하고 쓴 글이다, 무엇이 다르냐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지요. 저는 학생들의 글을 고쳐주는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하려 애쓰는 편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평가자의 입장에 있다면 이해하려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이해하려 애쓰는 긍정적인 입장에 서 있는 저도 이해를 못시킨다면 평가자는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 이해가 안 간다면 자신이 쓴 글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이해가 잘 가는지 물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 예시답안을 보여준 후 어떤 것이 이해가 잘 가는지, 혹은 무엇이 다른지를 비교해 달라고 물어보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제 말의 의미를 잘 알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1번 문제를 이렇게 쓰게 되면 다음 주에 살펴볼 2, 3번 문제에서도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답안
제시문 가는 기회의 평등, 형식적 평등을 말한다. 즉,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고, 이러한 개개인의 실력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시문 나에서는 실질적 평등을 말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사회가 개입하여 사회적 약자를 도와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제시문 가는 형식적 평등을, 나는 실질적 평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30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
안녕하세요. 9월 모의고사를 잘 치렀는지요. 잘 본 학생들은 여세를 몰아 더 학업에 매진하고, 못 본 학생들은 너무 좌절하지 말기 바랍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호에 다룰 학교는 성신여자대학교입니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있고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나오면 금방 학교에 도착할 만큼 교통편은 좋답니다. 이번 수시 1차 논술을 치르는 학교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학교일 것이라 예상하는데요. 그 이유는 수능최저등급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간략하게 성신여대 논술에 대해 살펴보면, 시험일자는 10월14일 일요일입니다. 시험시간은 2시간이며, 1번 문제 800자, 2번 문제 1000자입니다.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논술이 70%, 학생부가 30%랍니다.
학교 측의 발표에 따르면 전년도 합격자 논술 평균 등급은 2.2 정도, 학생부 평균 등급은 2.9 정도였습니다. 이 결과는 커트라인이 아닌 합격자 평균임을 잘 기억하기 바랍니다. 다시 말해 이 점수보다 높은 성적을 가진 합격생도 있고 낮은 성적을 가진 합격생도 있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학생부 성적이 3.5~9 정도인 학생도 경제학과 경영학과 등 인기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를 지원하면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자세한 입시 관련 상담은 이동훈 생글생글 컨설팅 소장님께 문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1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논술 (3교시)
다음 제시문을 잘 읽고 제시문에 근거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함에 있어 논의되어야 할 ‘평등’에 대한 노직과 롤즈라는 학자들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들이다. 단, ‘정의’나 ‘공정’ 등에 대한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 제시문의 견해들을 ‘정의’ 또는 ‘공정’으로 구분 없이 부르기로 한다.
가 개인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개인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며 특정한 ‘자연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어떤 행위도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을 위해서 희생되어서는 안 되므로 타인에 대한 권리침해를 금지하는 것은 인간권리의 ‘불가침성’에 근거를 둔 행위제약 중 하나이다. 최소국가란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유토피아 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최소국가는 ‘우리의 권리를 존중해 줌으로써… 같은 존엄성을 가진 다른 개인들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 우리 자신이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우리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국가는 그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 최소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의 과정에 의해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카렌 레바크 저, 이유선 역,『정의에 관한 여섯 가지 이론』, 발췌수정)
노직 :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가족 배경성별지역연령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특성이나 환경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성취할 기회로부터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균등한 기회가 전제된다면 개인의 능력과 성취에 의해 얻어진 결과에 대하여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처한 사람들을 특별히 배려한다는 ‘차등의 원칙’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그들이 자기 옆으로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밖에 안 되므로, 상층부의 사람들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일종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이 결국 상층부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거나 사회적 기여를 높이고자 하는 동기를 잃게 하여 사회적 생산성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중략) 분배란 재화의 분배를 말하는 것인데, 재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의 산물입니다. 생산과정에 대한 기여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익은 그 기여도에 따라 나뉘어야 합니다. (박홍순, 『히스토리아 대논쟁 정의론&제도』, 발췌수정)
나 롤즈는 첫째, 각 개인은 다른 모든 개인들의 자유와 모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폭넓은 자유를 누려야 한다(자유의 원칙), 둘째,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할 뿐 아니라 그에 앞서 그러한 재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한다(공정한 기회의 원칙), 셋째, 정의는 우리에게 ‘차등의 원칙’에 따라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즉, 가장 못사는 이를 가능한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한 자유의 원리는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 개인이 언론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평등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팀 크레인 외 저, 강유원 외역,『철학, 더 나은 삶을 위한 사유의 기술』, 발췌수정)
가족의 도움을 받고 교육도 많이 받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분명 유리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경기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다면 그 경기는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 기회균등이 공식적으로 보장되는 자유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된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노직이 주장했던 자유지상주의 체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부당함은 “분배되는 몫이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대단한 임의의 요소에 부적절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임의의 요소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거나 지능이 높거나 학식 있는 부모를 만나는 것 등 개인의 노력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서, 이러한 임의의 요소에 의하여 발생하는 격차를 수정하는 방법의 하나는 개인이 처한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는 일, 즉 ‘보장적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정한 능력위주의 사회라면 단지 형식적인 기회균등)에만 기대지 않고 다른 조치들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교육기회를 고르게 제공하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란 학생과 똑같은 기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
(중략) 능력위주의 개념에 걸맞게 자유시장에서 소득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려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경기를 할 때라야 승자도 포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만약 이러한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경제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노력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 이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으로 연결될 것이다. 또한 자유주의적 경쟁으로 파생된 부의 편중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 약자가 다수이므로 이들이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잃는다면 사회 전체적 생산성을 낮추게 된다. (마이클 샌델 저, 이창신 역,『정의란 무엇인가』, 발췌수정)
<문제1>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두 가지 관점에서 ‘평등’의 개념을 요약하시오. (300자 내외)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지발적인 협력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는 최소국가를 지향한다. 또한 개인이 노력한 성과를 토대로 한 균등한 기회를 지지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등의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만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반면 제시문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고로 보장적 평등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이 갖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 평가 기준 및 점수
▧ 평가 해설 및 예시답안
-노직 VS 롤즈 논술 빈출 주제. 모르면 틀린다!!
이 문제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으니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숙지해 두어야 합니다. 정말 굉장히 중요한 주제입니다. 꼭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런데 위의 학생은 잘 쓴 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생의 답안
제시문 <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지발적인 협력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는 최소국가를 지향한다. 또한 개인이 노력한 성과를 토대로 한 균등한 기회를 지지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등의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만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 제시문 가 자체 요약
예시 답안
제시문 가는 기회의 평등, 형식적 평등을 말한다. 즉,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고, 이러한 개개인의 실력을 존중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회의 평등을 중심으로 요약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겠나요? 문제를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두 가지 관점에서 ‘평등’의 개념을 요약하시오.”입니다. 이 문제는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가와 나를 요약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분명하게 평등의 개념을 요약하라고 했지요. 다시 말하면 이 문제는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평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두 제시문의 입장을 비교분석하시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문제는 차이점을 쓰라는 문제였던 것입니다. 다시 학생 글을 보겠습니다.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평등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차등의 원칙이 상층부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은 300자밖에 되지 않는 이 문제에서 필요한 부분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학생의 답안
① 반면 제시문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②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③ 고로 보장적 평등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음 부분을 보겠습니다. 제시문 가에 비해서는 보다 평등에 대해 정리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문장과 문장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왜 이해가 잘 안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①번 문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여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로 문장 연결이 되어 있네요.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인 입장이다.”라고요. 이는 균등한 기회도 보장하고 차등의 원칙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제시문 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제시문 가에서도 균등한 기회를 강조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③번 문장 앞에는 ‘고로’ 즉, ‘따라서’로 연결되어 있네요. 이 학생이 쓴 대로 해석하자면, 제시문 나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차등의 원칙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보장적 평등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번 고쳐 보겠습니다.
① 제시문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② 차등의 원칙도 실현해야 된다고 말한다.
③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인 면에서 실제로 평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내가 쓴 글을 친구가 읽어서 이해하지 못했다면 실패한 논술 답안이다.
어떤가요? 이제 좀 이해가 되나요. 아마도 이 친구는 제시문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설명이 부족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는 “제시문이 갖고 있는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에서 제시문 가와 나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이 1번 문제가 전체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평등을 왜 물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 답안의 방향이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은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1번 학생 답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첫째, 제시문이 갖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 둘째, 자신이 이해한 것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글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학생은 제가 쓴 예시답안을 보고 똑같은 것 아닌가, 나는 이것을 의미하고 쓴 글이다, 무엇이 다르냐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지요. 저는 학생들의 글을 고쳐주는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하려 애쓰는 편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평가자의 입장에 있다면 이해하려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이해하려 애쓰는 긍정적인 입장에 서 있는 저도 이해를 못시킨다면 평가자는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 이해가 안 간다면 자신이 쓴 글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이해가 잘 가는지 물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 예시답안을 보여준 후 어떤 것이 이해가 잘 가는지, 혹은 무엇이 다른지를 비교해 달라고 물어보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제 말의 의미를 잘 알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1번 문제를 이렇게 쓰게 되면 다음 주에 살펴볼 2, 3번 문제에서도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답안
제시문 가는 기회의 평등, 형식적 평등을 말한다. 즉,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고, 이러한 개개인의 실력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시문 나에서는 실질적 평등을 말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사회가 개입하여 사회적 약자를 도와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제시문 가는 형식적 평등을, 나는 실질적 평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30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