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글짓기 유형: 단국대 국민대 동국대
지난주엔 배경지식이 필요한 독해문제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이번 주엔 원래 ‘수리 논술 답안 어떻게 쓰나’를 하려고 했습니다. 수리 논술의 풀이 방식에 대한 질문이 많아서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 유형에 대해 소개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 설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국대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 유형 : 나열된 제시문을 바탕으로 설명/비판하기

오늘 말씀드릴 유형은 일종의 ‘글짓기 유형’입니다. 뭐라 딱히 이름 붙이기가 애매한 유형이라 이렇게 붙였습니다. 이름만 듣고는 무슨 문제인지 감이 안 올테니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말합니다.


<문제>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 및 [자료]를 활용하여 [라]의 현상을 비판하시오. (2013년 단국대 모의논술문제)

<문제> 제시문 (가)의 밑줄 친 “소박한 기억의 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시문 (나)~(라)마다의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보충 설명하시오. (2013년 동국대 모의논술문제)

<문제> 제시문 (다)(라)(마)의 핵심적인 논지를 각각 제시하고, 그 논지들을 토대로 제시문 (가)의 현상을 설명하시오. (2013년 동국대 모의논술문제)

<문제> 선거철이 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복지 관련 및 지역경제 개발을 약속하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에 당선된 정치인은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면서 무리한 예산 편성 및 사업의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제시문 (가)~(라)의 논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마)의 현상을 설명하시오. (2012년 국민대 수시기출문제)


제목에 써드린 것처럼 이 문제는, 우연히도 ‘국’(國)자가 들어가는 문제에 나오네요. 다만, 건국대는 아닙니다. 건국대는 고급 통계와 변증법 문제가 나오지요. 위 문제들의 특징을 눈치채셨나요? 맞습니다. 제시문이 뭉쳐져 있지요. 즉 (가)(나)(다)라든지, (나)~(라)라든지 제시문이 분류되지 않고 묶여 있습니다. 특정한 관계로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a와 b의 공통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c를 무엇하시오>와 같은 복합문제유형도 당연히 아니고요. 이게 글짓기 문제의 특징입니다. 즉 자신이 직접 이 글감을 갖고 글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문제유형은 위에 보신 것처럼 기본적인 설명/비판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a를 바탕으로 b를 설명/비판하시오>의 유형인 셈이지요. 그러므로 b를 설명/비판하기에 앞서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를 붙여서 결론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앞에 붙어 있는 저 제시문들입니다. 이 제시문을 쭈르륵 나열-요약해야 할까요? 아니죠. 그렇게 한다면, 제시문이 어떻게 연관되는지와 상관없이 ‘(가)는 ~라고 주장한다. (나)는 ~라고 주장한다. (다)는 무엇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어떠하다.’와 같은 구조가 나오게 됩니다. 당연히 아무런 연결이 보여지지 않지요. 읽는 사람도 그럴 겁니다. ‘뭐지? 요약만 쫘르륵 하고, 답만 맞히면 된다는 것인가?’ (아, 물론 답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러므로 글짓기 유형 문제의 핵심은 저 제시문 간의 관계를 찾아내는 일이지요. 아, <관계>라고 하면 또 머리가 복잡해지는 학생들이 있을 겁니다. <a와 b의 관계를 토대로 c를 설명하시오>라든지, <a, b, c에서 드러난 주관과 진실의 관계를 설명하시오>와 같이 특정한 관계를 지칭해야 하는 문제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 말이지요.

▨ 연결관계를 원리와 사례로 나눌 것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관계를 만드는 일이지만, 그것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비례, 반비례, 길항, 독립> 따위의 단어로 표현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일종의 연결관계, 문장이나 문단의 연결관계처럼 묶여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제시문 3개가 나오고, 그걸로 제시문 (라)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구조상 (라)안에 3개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겠지? 아니면 1개는 부정하고, 2개는 긍정할 거야.”라고 말이지요.

아쉽게도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단국대 국민대 동국대의 문제들입니다. (이 대학 순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제가 보기에 - 문제가 쉬운 대학부터 어려운 대학까지 나열한 것뿐입니다. 그렇다고 단국대 붙기가 가장 쉬우냐? 그것도 아닙니다. 단국대는 내신 비중이 크므로 애초에 벽이 좀 있죠.) 그렇게 어렵게 문제를 내지 않는 대학들입니다. 즉 이런 문제는 보자마자 ‘아하, 대충 이런 거구나’라는 식의 대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걸 막상 쓰려면 “어디부터 써야 하지?”하는 고민이 생기는 그런 문제인 셈이지요.

설명이 길었네요.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원리와 사례>입니다. 아니 혹은 <원인과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배경과 현상>일 수도 있지요. 기본적으로 이 제시문들은 모두 어떤 순서에 의해 조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좀 더 쉽게 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글짓기 유형: 단국대 국민대 동국대
이 방식은 복수의 제시문이 나열되어 있는 성균관대 중앙대의 문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스킬입니다. 가장 근본이 되는 제시문을 먼저 찾는 것이지요. 한결 더 편하게 분류가 가능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예를 들어 처음에 보여드린 문제샘플 중 2012 국민대 2-1 수시 기출문제의 구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문제. 제시문 (가)~(라)의 논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마)의 현상을 설명하시오.)
[생글 논술 첨삭노트] 글짓기 유형: 단국대 국민대 동국대
물론, 이 구조는 제가 임의로 짜놓은 구조일 뿐입니다. (다)와 (가)는 서로 바뀌어도 상관없습니다. 혹은 (다)가 (가)의 확장형태여도 상관없습니다. 어찌했든, 최초의 근본 원인이자 배경이 되는 (라)를 먼저 찾아내는 것이 이 문제를 푸는 핵심입니다. 어느 제시문으로부터 쓰느냐에 따라 글이 바뀌거든요. 물론, ‘나 이 문제 이렇게 안 풀었는데?’라고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던져진 문제조건상(“선거철이 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복지 관련 및 지역경제 개발을 약속하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분명 포퓰리즘에 대한 제시문이 배경을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

대략의 연결어는 예측이 가능하시겠지요? (라)에서 (가)로 넘어갈 때는 <그러므로>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로 넘어갈 때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가 제시문 (다)이다.>라고 하면서 연쇄적 연결(‘이러한’)을 쓰며 넘어가지요. 그리고 (나)로 갈 때는 <이와 마찬가지로><뿐만 아니라>로 넘어가면 되겠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명의 대상인 (마)로 넘어갈 때는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제시문 (마) 역시 이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연결형)하며 넘어갑니다.

물론, 반대로 (마)를 먼저 던지고 들어가도 됩니다. 실제로 (마)는 도표 문제였기 때문에, 그 도표의 외연과 내연을 읽고 이렇게 붙이는 것이지요.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가 제시문 (가)~(라)에 나타나 있다.”

▨ 분량의 압박을 견디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이 문제의 유형은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시문의 수는 많지만, 동국대의 경우 대략 500자, 단국대는 대략 600자 정도 됩니다. (국민대는 분량제한 없음) 제시문이 보통 120~150자 2문장으로 요약되는 것이 보통이라면, 4개의 제시문만으로도 이미 600자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제시문이 하나라도 추가된다면 분량은 더 줄어들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 핵심이 되는 내용만 쏙쏙 뽑아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동국대는 이게 심하지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글짓기 유형: 단국대 국민대 동국대
더군다나, 분량은 적고 내용은 쉬우니 이게 어찌어찌 하면 쉽게 써질 것 같지만, 도통 그게 쉽진 않습니다. 실제로 저 문제들을 풀어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차라리 제시문 2~3개짜리 독해가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도 비슷한 유형대로 차곡차곡 훈련을 해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국대나 국민대 동국대 모두 간단하나마 해설도 발표되었으니 참고해보셔도 좋고요. (다만, 대학들이 내놓는 해설서가 가진 최대의 단점은 대략의 제시문 요지와 답만 있고, 문제의 풀이과정이 자세히 없다는 것입니다. 즉 ‘왜 이렇게 썼지?’라는 설명이 없으니 답답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